춥다. 추워. 몸이 꽁꽁 얼어버릴 거 같은 날씨. 바람은 얼마나 차가운지 시베리아 바람이 뉴욕에 왔나. 그런데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 하얀 냉장고에 아이스크림도 없고 텅텅 비어가니 걱정이 앞서네. 추운 겨울날 어찌 버티지. 며칠 멋진 가을 보여주더니 겨울 날씨야. 어제 내린 가을비에 낙엽이 도로에 뒹굴고 나뭇가지에 나뭇잎이 얼마 없어 마지막 잎새도 떠올라. 뉴욕 지하철역에 뒹구는 낙엽들이 내 눈에 밤하늘에 빛나는 별로 보이니 무슨 일일까. 하늘의 별들이 어디로 꼭꼭 숨어버려 밤하늘의 별을 센 지도 오래되어간다.
토요일 오후도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갔다. 오랜만에 지옥철이 아니라 얼마나 좋던지. 창밖으로 아름다운 가을 햇살 비치는 풍경도 보고 유에스 오픈 테니스가 열리는 공원도 지나고 피곤한 몸이라 눈이 감겼다 떴다 무한 반복한 사이 타임 스퀘어 역에 도착했다. 평소 주말에 7호선 지하철이 퀸즈보로 플라자 역까지 운행하는데 다행이었다. 타임 스퀘어 역 1.2.3호선 탑승하는 플랫폼에서 거리 음악가가 들려주는 노래가 참 좋았다. 익스프레스 지하철을 타고 달리다 로컬 1호선에 환승 콜롬비아 대학 역에 내려 쌩쌩 부는 바람맞으며 노란 은행잎 가득한 거리를 걸어서 맨해튼 음대에 도착했다. 맨해튼 음대 앞에 은행나무 잎새가 노랗게 물든 11월. 해마다 보곤 하고 1년 만에 만나 반가웠다. 노란 은행나무도 내 마음을 알지 모를지 모르지만 마스터 클래스에 늦을 거 같아도 은행나무에게 안녕하고 인사를 하고 문을 열고 맨해튼 음대로 들어갔다.
주말 집에서 휴식을 취할까 하다 맨해튼에 갔고 오후 맨해튼 음대에서 성악 마스터 클래스가 열렸지만 난 상당히 늦은 시각에 도착. 수위가 어디에 가니?라고 물어서 성악 마스터 클래스에 간다고 하니 이미 끝났다고 우기는데 난 아직 수업 중이라고 했지. 맨해튼 음대 수위는 마스터 클래스 보지 않아서 몇 시간 열리는지 전혀 모른 듯. 바로 달려가도 늦을 시간인데 수위가 붙잡아 꽤 많은 시간이 흘렀고 성악 마스터 클래스 열리는 홀에 도착하니 아직 수업 중이었다. 강사는 Amy Shoremount-Obra. 메트 오페라, 뉴욕 시립 발레, 뉴욕 필하모닉, 카네기 홀에서 공연을 하는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 수업이 끝날 무렵이라 몇 명 학생들이 부른 아리아 감상하고 홀을 떠났다. 맨해튼 음대에서 열린 마스터 클래스가 일반인에게 무료로 오픈하고 대개 음악 전공하는 학생들과 교수님들이 참석하고 소수 음악 사랑하는 팬들이 참가하는데 처음으로 어린 딸을 데리고 온 엄마를 봤다. 아시아인으로 보이는 젊은 엄마.
4층 홀에서 마스터 클래스 잠깐 구경하고 오후 5시 그린필드 홀에서 예비학교 학생들 첼로 작품 발표를 감상했다. 오래전 레슨 받았던 바흐 무반주 첼로 조곡을 학생이 연주하니 과거 추억도 떠오르고 사랑하는 차이콥스키 로코코 변주곡도 즐겁게 감상하고 그 외 몇몇 곡을 들었다. 카네기 홀 공연만 좋은 것은 아니다. 음대 전공하는 학생 연주도 좋고 예비학교 학생 공연도 참 좋다. 러시아 이민자 할아버지가 오페라 보러 오라고 했지만 스크린 상영보다는 실제 공연을 보고 싶어 맨해튼 음대에 갔다.
저녁 7시 반 같은 홀에서 성악 발표회가 열리나 저녁 6시 콜롬비아 대학에서 특별 공연이 열려서 추운 날이지만 힘을 내어 걸어서 갔다. 두 학교는 무척 가깝고 도보로 약 10분 이내면 도착한다. 물론 빌딩 위치에 따라 약간 변수는 있다.
공연이 열리는 St. Paul에 도착. 콜롬비아 대학생들 공연을 감상했다. 휴식 시간에는 근처 철학과 빌딩 앞에 있는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조각도 보고 사랑하는 버틀러 도서관 불빛도 보면서 낙엽 수북이 떨어진 교정을 거닐었다. 학문 연구와 강의 준비하고 논문 쓰시는 K 교수님도 떠오르고. 논문 준비하느라 학교 교정이 노랗게 물든 줄도 모르셨다고 하고. 학자들과 학생들 모두 너무 바쁜 뉴욕 생활.
콜럼비아대 교정
다시 St. Paul로 돌아가 공연을 보고 다시 맨해튼 음대로 돌아가 2학년 성악 수업 발표회를 감상. 맨해튼 음대 성악 프로그램은 아주 좋고 언제나 홀은 가득 찬다. 독일 작곡가 곡 발표회였는데 대학 시절 자주 들은 슈베르트 숭어 곡 부르니 귀에 익은 곡이라 반갑고 대학 시절 추억도 떠올랐다. 수업 듣고 도서관에 가서 숙제하고 동아리방에 가서 기타 연습하고 가끔 친구들 만나러 카페에 가고 매일매일 일하고 그 시절도 쉬는 시간 없이 바쁘기만 했다.
맨해튼 가는 길 시내버스가 안 보여 이웃집 뜰도 보며 거닐다 시내버스 정류장에 도착.
이제 서서히 가을이 떠나고 있다.
현재 기온은 2도.
플러싱
11. 10 토요일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