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마추예프, 줄리아드 학교 첼로 대회 외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

by 김지수



이틀 연속 카네기 홀에서 공연 보고 자정 무렵에 집에 돌아오니 메모가 밀렸어. 기억이 사라지기 전 메모를 해야 하는데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아 골탕을 먹었어. 멋진 토요일을 보내고 싶은데 왜 아침부터 인터넷 소동이 일어난 거야. 혼자 인터넷 켜고 끄고 반복해도 연결이 되지 않아. 인터넷 수신료는 무척 비싼데 속도는 조선시대처럼 느리고 가끔 말썽을 부리면 답이 없어. 1시간 동안 날 절망 속에 빠뜨린 인터넷. 창가로 가을 햇살이 비치다 어둠 속으로 들어가고 다시 가을 햇살이 비치고 오랜만에 새들의 합창도 들려와 기분이 조금 좋아졌지. 혹시나 하고 인터넷 수신 기기 연결 코드를 전부 빼고 다시 넣고 하는 작업을 반복 전기 콘센트 코드도 빼고 다시 꽂는 작업을 하고야 인터넷이 연결되었다. 아침 기온 7도 약간 쌀쌀하고 곧 하얀 겨울이 올 거 같아




어제 신이 내린 열 손가락이라 불린 러시아 피아니스트 마추예프 공연을 보러 카네기 홀에 갔다. 러시아 음악가 연주가 카네기 홀에서 열리면 러시아 이민자들이 많이 오는 것도 재미있고 낯익은 러시아 사람들도 만나고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당연 모스크바 음악원 졸업한 피아니스트 나탸샤도 왔어. 늘 책을 읽는 할머니 어제는 존 그리샴 탐정 소설을 읽고 계셨고 지난번 카네기 홀에서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공연 볼 때 내게 귤을 주셨다.

공연을 아주 사랑하는 할아버지. 러시아에서 박사 과정을 마쳤다는 할아버지는 아들은 지금 폴란드에 갔다고 하며 이탈리아산 티를 마시며 지난 선거에 대해 말씀하셨다. 공화당을 지지하는 할아버지. 러시아와 이탈리아 이민자 가운데 연세든 사람들은 보수적이라 공화당을 지지하고 젊은 층은 민주당을 지지하고 중국인 이민자들은 대체로 민주당을 지지한 거 같다고 하고. 공화당 지지하는 할아버지는 월스트리트 저널을 읽고 계셨고 브루클린 프로스펙트 파크 가을 사진을 보여주셨다. 호수에 백조와 기러기떼 산책하는 모습도 담고.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은 자연도 무척 사랑하는 것일까. 아름다운 자연을 느끼지 못하는 분들도 많은 것으로 아는데 할아버지는 지난 목요일 공원에 방문해 사진을 담았다고 하셨다. 멋진 가을 풍경은 1년 내내 보여주는 게 아니라 1년 단 며칠이니 그 순간을 잡아야 하고 가을 햇살 비춰야 더 예뻐서 일손을 놓고 달려가야 볼 수 있다.

처음으로 만난 러시아 이민자와 이야기도 했는데 왜 카네기 홀에 공연 보러 왔냐고 물으니 부인이 러시아에서 음악원 졸업한 피아니스트라고. 그래서 모스크바 음악원인지 상트 페테르브루크 음악원인지 묻자 두 곳은 아니고 로컬 음악원이라고 하셨다. 내게 어디서 왔냐고 물어서 한국이라 하니 "안녕하세요?"라 한국어로 말씀하셨다. 내가 웃자 그분은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이라고 말을 이어가고 그분 발음과 억양이 한국인이라 해도 믿을 정도. 모스크바는 위험한 도시고 가짜 뉴스라 믿으면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 다른 할아버지 한 분 말씀도 재미있다. 왜 공연 보는지 이유를 묻자 "삶은 삶이에요. 가끔은 현실을 잊고 싶어요"라고 하셨다.

카네기 홀에 가면 자주 만나는 중국인 시니어 벤저민도 만났다. 그도 나처럼 이틀 연속 카네기 홀에서 공연을 보셨고 날 보자마자 다니엘 바렌보임이 지휘했던 공연에 대해 물으셨다. 그날 그분은 뉴저지에서 사는 친구랑 오셨다. 그분과 친구는 그날 공연이 무척 좋았다고. 지난번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요요마가 슈트라우스 돈키호테 곡을 연주했지만 요요마 보다 며칠 전 첼리스트 연주가 더 좋았다고. 벤저민 친구분은 함께 뉴욕 시 특별학교에서 만난 분이고 집에 음악 시디 3천 개 이상이 있지만 요즘 더 이상 음악 시디는 사지 않고 스포티파이로 음악을 듣는다고. 벤저민은 메트 오페라 '삼손과 델릴라' 테너 목소리가 안 좋은지 몰랐는데 오페라 공연 중 테너를 교체해서 그제야 테너 목소리가 문제가 있는지 파악했다고 오래전 내게 말씀하셨다. 그날 첼리스트 첼로 악기 음색은 아주 특별했고 기억에 남을 정도로 좋았지만 첼로 연주는 내 귀에 만족스럽지 않았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일지라도 사람마다 다른 귀로 음악을 듣는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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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유니언 스퀘어 가을 풍경 / 북 카페로 비친 풍경




박스 오피스에서 표를 구입하고 지하철을 타고 유니언 스퀘어 반스 앤 노블 북 카페에 갔다. 북 카페에 가자마자 내 가슴은 뛰었다. 북 카페 창가로 공원의 아름다운 가을 풍경이 보였다. 오전 11시 반이 되기 전 도착했는데 빈자리는 없고 그곳에서 자주 만난 중년 뉴요커 역시 빈자리를 찾고 계셨다. 대개 정오가 되기 전 쉽게 빈자리 찾을 수 있는데 갈수록 손님이 많아질까. 빈자리는 없지만 서서 창가 풍경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운 좋게 전망 좋은 창가 옆자리를 찾았다. 백만 불짜리 전망이 비치니 행복이 밀려오고 가방을 내려두고 커피 주문하고 커피랑 책을 읽고 집중되지 않으면 창가로 노란 단풍을 보고 아마도 책 보다 창가 풍경을 더 많이 봤는지도 몰라. 내가 아이폰으로 창가 풍경을 담자 옆자리에 앉은 중년 여자가 "좋은 생각이에요" 하면서 창가 풍경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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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금요일 뉴욕 타임지 1면에 총살 사건 기사가 실렸다. 12명이 죽었다. 공포 영화보다 천만 배 더 무서운 세상. 미국은 총살 사건이 너무 공포야. 어제 우연히 북 카페에서 읽은 책 <Rediscovering Travel/ Seth Kugel/ p 164>에 실린 총살 사고 숫자. 독일, 프랑스, 캐나다, 영국, 일본과 미국 등 비교했는데 페이지 윗부분 숫자는 나라별로 다른 인구 숫자 고려 안 한 거고, 아래는 나라별 인구 숫자를 고려한 것이라고. 미국 총살 사고가 심각하다. 1년 동안 미국에서 총살 사고로 죽은 사람이 11,127명.


미국은 총살 사고만 심각한 것은 아니다. 빈부차가 극심하다. 2018 포브스지에 실린 미국 400 부자들. 1등이 아마존 CEO. 2018 년 그의 재산이 160 빌리언 달러라고(160조가 넘는다는 말). 뉴욕은 2017년 12월 최저 임금을 인상. 직원이 10명 이하이면 최저 임금이 시간당 12불, 11명 이상이면 13불, 하지만 롱아일랜드 나소 카운티와 서퍽 카운티는 11불. 뉴욕시는 렌트비가 비싸고 세금도 비싸고 이민자들 상당수 최저 임금을 받고 일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북 카페에서 내려와 1층 입구에서 어디로 갈지 생각 중. 내 손에는 스타벅스 커피가 있었다. 낯선 남자가 날 보고 "스타벅스 카페 어디 있어요?" 물으니 "3층에 있지요"라고 답변하고. 뉴요커가 사랑하는 유니언 스퀘어 북 카페 처음인가 보다 짐작했다.



잠시 후 유니언 스퀘어 파크로 들어가 아름다운 가을 풍경을 바라보았다. 가을비 내리니 평소 사람들 가득한 공원이 텅 비어 조용했다. 아마도 마지막 가을 풍경 아닐지. 어제 내린 가을비에 나뭇잎이 다 떨어져 버렸는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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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유니언 스퀘어 파크




근처 스트랜드에서 잠시 책 구경하다 지하철을 타고 링컨 센터에 갔다. 타임 스퀘어 지하철역 로이 리히텐슈타인 그림이 있는 근처에서는 마이클 잭슨 '빌리 진'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구경꾼도 아주 많았지만 난 서둘로 1호선을 타러 갔다. 오후 4시 줄리아드 학교에서 첼로 파이널 대회가 열려서. 링컨 스퀘어 거리 화단에 11월이나 아직 장미꽃이 피어 있고 링컨 센터 가로수가 노랗게 물들어 얼마나 예쁜지 가슴이 출렁출렁 거렸다. 첼로 대회는 오후 4시 문 열고 들어가자 수위가 날 쳐다보았지만 미리 문을 열어주지 않으니 나무 계단에 앉아 맞은편 필름 소사이어티 오브 링컨 센터를 봤다. 뉴욕 영화제가 열리는 링컨 센터 극장. 지금 이창동 감독의 'Burning'이 상영 중. 영화 보고 싶으나 꾹 참아야 하지. 오페라와 카네기 홀 공연 보는 스케줄로 벅차고 줄리아드 학교와 맨해튼 음대 공연도 가끔 보니 더 바쁘고 영화 티켓이 15불 정도면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고.

오후 3시 반이 지나 수위에게 가방 검사 맡고 폴 리사이틀 홀로 들어가 자리에 앉아서 기다렸다. 줄리아드 학교 첼로 교수님이 하필 내 옆자리에 앉아서 함께 학생들 첼로 연주를 감상했다. 첼로 교수님은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 악보를 펼쳐 음악 들으며 학생들 평가를 하고 난 두 귀로 음악을 들었다. 드보르자크가 뉴욕에 와서 머문 동안 작곡했던 첼로 협주곡.

어제 5명 학생들이 참가했고 난 4명 학생 연주를 들었다. 첫 번째 학생은 지난번 줄리아드 학교에서 봤고 어제 공연은 대회라서 긴장하고 떨렸는지 지난번 연주보다 음악적 표현이 부족해 내 마음이 더 초조했다. 10월 26일 저녁 6시 Morse Hall에서 열린 그 학생 안토닌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 연주가 너무 좋아 아들에게 카네기 홀에서 봤던 첼리스트 공연보다 더 좋다고 자랑했다. 어제 봤던 4명 학생 연주 모두 좋았다. 해마다 학생들 대회 보고 있고 작년보다 올해 학생들 실력이 더 좋고 갈수록 경쟁이 더 치열하니 학생들은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울지.







마지막 학생 연주는 아쉽지만 볼 수 없었다. 저녁 8시 카네기 홀 공연 봐야 하니 줄리아드 학교에서 나와 지하철을 타고 콜럼버스 서클 역에 내려 걸어서 카네기 홀에 갔다. 아들은 집에서 엄마 저녁 도시락을 만들어와서 저녁 먹고 카네기 홀에 가서 직원과 인사를 나누고 우리 얼굴을 기억하는 직원은 우리 보자 웃으며 인사를 했다.








마추예프 피아니스트




차이콥스키 대회에서 1등을 받은 신이 내린 열 손가락이라 불리는 마추예프 피아노 공연. 카네기 홀에서 그의 연주를 몇 차례 감상했고 러시아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공연이라 더 기대도 했지. 어제 마추예프는 멋진 의상을 입고 무대에서 올라 씩씩하게 걸었다. 마치 군인 아저씨 연상할 정도. 멋진 의상을 입고 피아노 앞에 앉아 연주를 했다. 베토벤, 라흐마니노프 휴식 쇼팽, 차이콥스키, 프로코피예프. 명성 높은 피아니스트 연주니 당연 보통 피아니스트보다 더 연주를 잘 하지만 휴식 시간 앞 두 곡은 음악적 표현이 전달이 안 되었고 휴식 시간 동안 조율사가 오래 조율을 하니 피아노에 문제가 있었는지 짐작을 했다. 뒤 세곡 연주는 더 좋아졌지만 쇼팽 발라드가 더 좋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고 마지막 곡은 뉴욕을 강타했던 샌디가 연상될 정도로 손가락에서 허리케인 같은 힘이 나왔다. 연주를 마치자 꽃다발을 마추예프에게 전해주니 피아니스트 얼굴에 장밋빛이 돌고 앙코르 곡은 훨씬 더 좋았다. 아들은 프로그램은 혹시 푸틴이 하라고 지정한 곡이고 앙코르 곡은 스스로 정한 거 아닐까,라고 했지만 우리가 어찌 알겠어. 무슨 사연이 있는지는 러시아 피아니스트만 알겠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연주를 들으며 이러쿵 저러 콩 음악 평도 하니 재미도 있고 어릴 적부터 음악을 사랑하니 그런 힘이 생겼을까. 음악을 들어도 들리지 않으면 어쩌겠어. 그냥 그렇구나 해야지 하는데 이제 내 귀는 귀머거리 수준은 아니야. 나름 쓸모가 있어. 카네기 홀에서 공연 보며 집에 오면 거의 자정. 아, 힘든 생활. 맨해튼에 산다면 좋을 텐데 할 수 없고.

밀린 메모 쓰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났지만 인터넷 소동으로 작업이 불가능. 어렵게 인터넷 연결해 글 쓰는 중 전화받고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다 시간이 흘러갔고 그 후 브런치 준비해 먹고 다시 기록 중. 어제 일과만 기록하는데 분량이 너무 많아 여기서 멈춰야 할 듯.

토요일 오후 1시 맨해튼 어퍼 이스트사이드 학교에서 오페라 스크린 상영한다고 어제 만난 러시아 이민자 할아버지가 말씀하면서 내게 꼭 보러 오라고 했는데 지금이 오후 1시가 막 지났어. 마음은 너무 바쁜데 할 일은 밀려있고 매일 맨해튼에 가니 몸은 아주 피곤하지. 맨해튼에 가려고 지옥 버스와 지옥철에서 시달리고. 아 힘든 대중교통. 진짜 고통스럽다. 다시는 지옥철 안 타고 싶은데 맨해튼에 살지 않으니 어쩔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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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싱 가을 풍경





서민들이 사는 플러싱의 가을도 점점 무르익어가고. 이제 곧 겨울이 올 거 같아. 춥다. 추워. 찬 바람이 창으로 들어온다. 오븐에 고구마도 구웠다. 고구마의 계절. 맨해튼에 갈 때 오븐에 구운 고구마 가져가 간식으로 먹는다. 어제 줄리아드 학교 첼로 대회에서 누가 1등을 했는지 몹시 궁금해. 4번 학생 연주는 카푸치노 커피 향기 같더라.

11. 10 토요일 오후 1시가 막 지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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