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가을

소더비 경매장,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북 카페, 뮤지컬

by 김지수



카네기 홀에서 세계적인 소프라노 가수 르네 플레밍 공연이 열리고
링컨 센터 앨리스 툴리 홀에서 링컨 센터 Fall Gala가 열리고

센트럴파크는 서서히 노랗게 붉게 물들어가는 시월
월요일 오전 아들과 함께 파란 하늘을 벗 삼아 가을길을 따라 걸었다
노란 가로수가 눈부시게 아름다운 시월
우리의 마음도 잠시 환해졌지
집에서 도보로 30분 정도 걸려 도착한 BJ's에 장을 보러 가고
돌아올 때 한인 택시를 불렀다
파랑새 소속 한인 기사는 뉴욕에 온 지 약 26년이 지났다고 해
뉴욕에 한인 택시가 약 500-600개 정도 된다고 해서 놀라고
뉴욕에 있는 한인 교회 수와 비슷한 거 같아
집에 돌아와 브런치를 먹고
쇼핑한 물건을 정리하고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갔지
맨해튼 부자들이 사는 동네
어퍼 이스트사이드에 있는 소더비 경매장에 가서
잠시 부자들 잔치를 구경했지
오늘은 전과 달리 경매장에 고객이 소수라 분위기가 썰렁해
소더비 갤러리에서 베니스 배경 그림을 보며
곤돌라를 타며 아코디언 소리를 들었던
오래전 여행 간 베니스도 떠올리고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본 에드워드 호퍼 작품과 같은 작품도 보여
장난기 많은 피카소 작품도 보고
미드 타운 어느 갤러리에서 본
아주 큰 붉은색 입술이 그려진 만 레이 작품도 보고
낯선 화가 작품도 보고
존 미로의 작품 등도 보고
소더비 경매장을 나와
헌터 칼리지 부근에 있는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에 들어갔지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지
레귤러커피 주문했는데
영수증 보니 라아지 커피값이라
왜 그러냐 물으니
멋진 미모의 뉴요커 아가씨가
"오늘 처음이에요. 미안해요"
하는데 웃을 수밖에
내 앞 손님도 한바탕 난리를 치르고
바리스타도 쉽지 않은 모양이야
아무리 쉽게 보인 일도
처음 이면 쉽지 않나 보지
잠시 커피와 책을 넘기다
시내버스를 타고
아름다운 센트럴파크를 가로질러 링컨 센터에 도착했지
사랑하는 링컨 센터 공연예술 도서관에서
뮤지컬 공연을 봤지
잠시 무거운 가슴을 녹이는 시간
꽤 연세 든 로컬이 찾아와 공연을 보는 도서관
아시아인은 드물고
오랜만에 영화배우처럼 멋진 외모의 피디도 보고
정말 오랜만에 방문한 도서관에서 공연을 보는 중
급한 연락을 받고
밖으로 나왔지
가끔은 바람이 불고
가끔은 폭풍우가 내리고
가끔은 햇살이 비치지만
컴컴한 동굴 속에서 수 십 년 지내면서
빛을 기다리지만
어둠은 언제 걷힐까

셰익스피어 맥베스 명대사도 떠올라
인생이란 그저 걸어 다니는 그림자일 뿐
주어진 시간 동안 무대 위에서 자신을 뽐내지만
안달하는 사이 영영 사라져 버리는 가련한 배우인 것이다.
인생은 백치가 떠드는 이야기
시끄러운 소리와 분노로 가득 차 있지만
아무 의미 없는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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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오랜만에 프랭크 시나트라 노래를 들어보자
뉴욕의 가을을 느껴보자
잠시 무거운 생을 내려놓고
가을 여행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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