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살기 힘든 세상으로 변하는 뉴욕
호호 손이 시릴 정도로 추운 겨울 아침 모처럼 파란 하늘이 안녕하고 인사를 하고 창가로 겨울나무 가지 바람에 흔들린다. 화요일 아침 일어나 L과 통화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두 번째 핫 커피를 마시며 메모를 하려고 랩톱을 켰다. 오늘도 새로운 문을 노크해야지. 날 기다리는 일은 무엇일까. 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제는 링컨 센터 공연 예술 도서관 피디와 줄리아드 학교에서 자주 만나는 할머니 친구에게 카네기 홀 공연 티켓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줬다. 어제저녁 6시 링컨 센터 도서관에서 할러데이 특별 이벤트가 열려 혹시 피디를 만날 수 있을까 기대했는데 그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고 대신 산타 할아버지 모자를 쓴 매니저가 오셨다. 최근 작곡한 노래 몇 곡을 듣고 나와 직원에게 혹시 피디 봤냐고 물으니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해서 피디에게 전해주라고 하며 카네기홀 티켓을 내밀었다. 가끔씩 피디가 내게 이메일을 보내서 도서관 이벤트에 와 달라고 연락했는데 수년 전 자주 방문한 도서관인데 요즘 자주 안 가고 있다.
할머니 친구는 줄리아드 학교에서 저녁 6시 트롬본 공연 보고 나오는 순간 만났다. 할머니는 모세 홀에서 재즈 피아노 공연을 봤는데 너무 좋다고 하고 난 트롬본 공연 보고 마음이야 두 공연 모두 보고 싶지만 몸 하나로 두 가지 할 수 없어서 선택을 했다. 사랑하는 라흐마니노프 곡을 트롬본으로 들어서 행복했어. 카네기 홀 공연 티켓 2장을 내밀자 아주 기뻐한 할머니.
특별 무료 공연 티켓이지만 미리 박스 오피스에서 받아야 하고 정보가 아주 중요한 사회. 카네기 홀에서 자주 무료 공연 열리는 것은 아니고 자주 웹사이트에 접속해 확인해야 알 수 있다. 카네기 홀 무료 공연 수준이 낮은 것도 아니고 공연마다 수준이 천차만별. 가끔 무료 공연이 명성 높은 공연보다 더 좋은 경우도 있어. 러시아 출신 고려인 4세 알렉산데라 리 공연은 올해 기억에 남을만한 멋진 공연이었다. 그녀가 연주한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은 힐러리 한 연주보다 훨씬 더 좋았어. 유튜브에 그녀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연주는 없으니 대신 다른 곡을 소개해.
링컨 센터 도서관에 가기 전 유니언 스퀘어 반스 앤 노블 북 카페에 갔다. 할러데이 시즌이라 손님도 많고 복잡한 북 카페. 핫 커피 한 잔 마시면 잡지와 책을 읽을 수 있으니 좋고 매일 찾아온 손님도 있고 요즘 선물 구입하는 손님들도 많고 늘 그곳에 가면 만나는 중년 뉴요커가 내게 자리를 양보하고 떠났다. 그는 요즘 유행하는 캐나다 구스 겨울 외투를 입고 있었다. 스타벅스 카페에 핫 커피 주문하러 가니 늘 만나는 모나리자 바리스타 대신 낯선 젊은 남자 바리스타가 일하고 있었다. 바리스타가 건네준 핫 커피 가져와 테이블에서 책을 펴는 순간 놀라고 말았어.
뉴욕에 올 적 미국 백인들은 아주 게을러 일도 열심히 안 한다는 정보를 듣고 왔는데 뉴욕에 와서 살며 보고 느낀 미국 현실이 정반대에 가깝다는 것. 월가 직원들이 1주일에 100시간 일한다고 잘 알려져 있지만 비단 월가 직원들 아닌 경우도 100시간 일한다는 말을 종종 듣곤 한다. 프리랜서의 경우도 100시간을 채우고 뉴욕에 와서 만난 몇몇 한인 사람들은 3가지-5가지 직업에 종사한다는 소식도 들었다.
미국이 얼마나 살기 좋은 나라인가, 뉴욕은 얼마나 살기 좋은 도시인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매일 수많은 공연과 전시를 볼 수 있는 뉴욕의 문화면은 정말이지 좋지만 살기 좋은 도시는 분명 아님을 서서히 느끼고 있다. 무한 경쟁의 도시 뉴욕에서 좋은 직장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 비싼 렌트비와 물가. 비싼 학비, 비싼 의료비. 뉴욕에 살고 싶어도 살 수 없어서 뉴욕을 떠난 사람들이 더 많다.
왜 한국에서는 잘못된 정보를 알고 있었을까. 나도 북 카페에 가서 책을 읽으며 조금씩 미국과 뉴욕에 대해 배워가지만 알면 알수록 놀라운 점이 더 많다. 갖지 않은 자가 살기 너무 어려운 도시 뉴욕. 미국에서 뉴욕에서 태어난 시민권자도 살기 어려운 도시인데 이민자들은 신분 문제로 고통을 받는다. 과거도 신분 문제로 이민자들은 불리한 상황에 놓였지만 풀타임 직장 구하면 그래도 영주권 프로세스 할 수 있었고 많이 영주권 받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 영주권이 아닌 취업 비자받기도 점점 어려워지고 구글 같은 신의 직장이라 불린 곳에서 스폰서 하는데 이민국에서 거절하는 상황이 벌어지니 영주권 없는 자들은 공포에 시달리며 산다.
사실 아메리칸드림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오래전 발표된 <위대한 개츠비> <세일즈맨의 죽음>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과거 70년대 빈손으로 이민 와서 델리 가게든, 세탁소든, 청과물 가게든, 생선 가게 하면서 돈을 벌어 정착에 성공한 한인 이민자들도 있었고 70년대 뉴욕에서 교사 직업 구하기도 아주 쉬웠다는 말을 오래전 연구소 근무할 적 들었다.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너무나 변했다. 이미 필요한 직장에 일할 사람은 채워졌고 점점 로봇이 인간 대신 일하니 일자리가 사라져 가고 뉴욕 증권 거래소와 아마존 같은 곳에서도 로봇이 일하고 있다고 한다. 미래는 로봇이 보스가 되는 세상이 온다고. 점점 컴퓨터 프로그래머 직장도 구하기 어려울 거라고. 몇 년 일하면 어느새 세상이 변하고 갈수록 높은 지식을 요구하고 갓 졸업한 젊은이들이 몰려오니 나이 든 직원들은 해고될 상황에 몰린다는 소식. 인공 지능 분야는 박사 학위 요구한 곳도 많다고. 세상은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있고 사람들 생각과 능력은 세상과 달리 천천히 변하고 있다.
아트 스튜던츠 리그 갤러리 2층
콜럼버스 서클 야경
북 카페에서 오래 머물지 않고 서점을 나와 지하철을 타고 카네기 홀 근처 지하철역에 내려 아트 스튜던츠 리그 2층 갤러리에 가서 전시회를 보았다. 갤러리를 나와 콜럼버스 서클을 지나 링컨 센터로 갔다. 도서관에서 잠깐 할러데이 이벤트 보고 줄리아드 학교에 가서 트롬본 공연과 바이올린 공연 보고 지하철 타고 집에 돌아왔다. 타임 스퀘어 지하철역에 땅콩을 떨어뜨려 지하철역에 사는 생쥐들에게도 크리스마스 선물을 줬어. 나도 산타 할아버지에게 선물 받으면 좋겠어. 오늘 메트에서 라 트라비아라 오페라 공연이 열리는데 인기 많아 이미 표가 많이 팔리고 현재 남은 가장 저렴한 티켓은 300불이 넘고 러시 티켓은 지난번처럼 로그인하고 1초가 안 되어 다 팔릴까.
내 뜻대로 되지 않으니 내 마음대로 살고 있는데 운명의 신은 날 어디로 데려갈까. 실업자 되어서 지하철 타고 맨해튼에 가니 천재들 공연도 보고 낯선 거리 돌며 홈리스 보며 점점 세상에 눈을 떠가며 대학 시절 생각한 천국도 발견했지만 한 번도 상상도 못 한 지옥도 발견한 뉴욕. 지옥은 늘 침묵을 지키고 있어. 언젠가 말할 날이 올까. 어제도 7호선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가는 동안 묘지를 보며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생각했어. 고통 많은 이 세상 떠나면 어디로 가겠어. 묘지 속에서 영원히 잠들겠지. 아, 몰라. 마지막 순간까지 발버둥 쳐야지. 오늘도 메트 러시 티켓 시도도 해 보고. 안 되면 할 수 없고.
12. 18 화요일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