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소년 합창단 카네기 홀 공연

겨울비 오는 날 아들과 함께 데이트

by 김지수



겨울비 내리는 일요일 오후 카네기 홀에서 빈 소년 합창단 공연을 볼 생각을 하며 가슴이 두근거렸어. 고등학교 시절 좋아하던 합창단이라 수십 년 전 함께 합창 노래를 들었던 친구 생각도 났다. 사라 제시카 닮은 예쁜 친구는 지금도 교사를 하고 있을까. 우리는 함께 공부도 하고 영화 음악도 자주 들었다. 그 친구가 생각나서 유튜브에서 '고독한 양치기' 곡도 들었다.







브런치로 미트볼 스파게티를 준비하고 오븐에 미트볼을 굽고 스파게티 국수 삶으며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도 생각났다. 한국에서 처음 스파게티를 접한 것은 하루키 소설책에서. 오래전 한국에 스파게티 요리가 흔하지 않았고 대학 졸업하고 직장 생활하고 두 자녀 출산 후 친구들과 함께 이탈리아 레스토랑에 가서 가끔씩 스파게티 요리를 먹었지만 집에서 만들지 않았고 뉴욕에 와서 자주 스파게티 요리를 하게 된다. 하루키 책에서는 스파게티 국수를 오래오래 삶아야 한다고 읽은 기억이 난다. 지금 하루키는 스파게티 요리를 직접 만들어 먹을까.




맨해튼에 가려고 샤워하려고 목욕탕에 들어가 창을 통해 아파트 풍경을 보며 이상하게 수 십 년 전 봤던 영화 '쇼생크 탈출'도 떠올랐다. 왜 문득 그 영화가 생각났는지 나도 잘 모른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아파트 뜰에는 아주 큰 고목나무 한 그루가 있고 일요일 아침 뜰에 고목나무 그림자와 수북이 쌓인 낙엽들이 보이고 고독한 풍경이었는데 그 영화가 떠올랐어.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들어간 주인공이 탈출한 내용의 영화를 아주 재미있게 봤다. 감옥에 갇힌 죄수들의 생활 내용이라 더 흥미롭고 감옥에 모차르트 오페라 아리아가 흘러 너무 뜻밖이었다. 아주 많은 세월이 흘러 두 자녀도 그 영화를 재미있게 보니 놀랍기도 했다.









브런치를 먹고 설거지를 하고 샤워를 하고 시내버스를 타고 플러싱 메인 스트리트에 도착해 로컬 7호선에 탑승 퀸즈보로 플라자 지하철역에 내려 맨해튼 가는 지하철에 환승을 했다. 얼마 후 카네기 홀 지하철역에 도착. 생각보다 일찍 도착하니 시간이 남아서 어디로 갈지 고민했지만 겨울비 오는 추운 겨울날 걷기 힘들어 카네기 홀 옆 마트에 갔는데 점심시간이라 손님들이 아주 많았고 우린 코너에 앉아 잠시 시간을 보냈다.




우리가 기다리는 빈 소년 합창단 공연은 오후 2시. 우리는 2시 15분 전 마트에서 나와 카네기 홀 입구에서 가방 검사를 맡고 안으로 들어가 표를 보여주고 수많은 계단을 올라가 자리에 앉았다. 저렴한 티켓 구입하니 무대가 잘 안 보여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 가득했지만 천상의 목소리 들으러 간 거니 참아야지. 언제 형편이 좋아지면 더 좋은 좌석에서 볼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본다.







매년 12월에 카네기 홀에서 공연을 하는 빈 소년 합창단. 작년에도 봤고 올해 다시 아들과 함께 가서 공연을 봤다. 오늘은 매진. 어제도 카네기 홀에서 빈 소년 합창단 공연 티켓을 사러 온 사람들을 많이 봤다.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 뉴욕에서 열리는 수많은 행사들. 어제 토요일에 소호 하우징 웍스 북 카페에서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 낭독 행사가 열렸고 모건 라이브 리어 앤 뮤지엄에서는 '크리스마스 캐럴' 원본 전시회가 열리고, 메트에서는 어린아이 동반한 가족을 위해 모차르트 '마술피리' 오페라를 상영하고 링컨 센터에서 뉴욕 시립 발레단이 차이콥스키 '호두까기 인형' 발레를 공연하고 뉴욕 필하모닉은 'Holiday Brass' 공연을 한다. 뉴욕 필하모닉 공연 티켓은 저렴하지 않아 다음으로 기회를 미루고 뉴욕 시립 발레 공연도 역시 아주 저렴하지는 않아서 난 저렴한 빈 소년 합창단 공연 티켓을 샀다.







IMG_8472.jpg?type=w966



IMG_8479.jpg?type=w966 빈 소년 합창단 카네기 홀 공연





작년처럼 제복을 입은 빈 소년 합창단 25명이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불렀다. 소년 합창단 멤버들은 오스트리아, 헝가리, 독일, 일본, 중국, 한국과 미국 등 다양한 국적이라 다시 한번 글로벌 세상임을 느꼈어. 지구에 흩어져 살지만 인터넷으로 지구촌 삶을 가까이 느낄 수 있는 글로벌 세상. 과거와 달리 다른 나라에 이민 가서 사는 사람들도 아주 많은 세상.














작년에도 부른 곡도 부르고 귀에 익은 '징글벨'과 '고요한 밤' 캐럴송도 불렀다. 카네기 홀 공연은 누가 공연을 하는지에 따라 청중들이 달라지고 오늘은 어린아이를 데리고 온 할아버지, 젊은 아빠와 엄마들도 보였다. 징글벨 캐럴송은 언제 들어도 좋고 마치 산타 할아버지가 마차를 타고 달려와 선물을 던져줄 거 같은 느낌이 들고 고요한 밤 캐럴송은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 카드에서 본 하얀 눈 소복이 내린 겨울 풍경이 떠올랐다. 천상의 목소리를 들으면 축복받은 느낌이 든다. 세상의 근심과 복잡함을 다 잊게 해주는 아름다운 공연을 보면 언제나 행복이 밀려와.





IMG_8467.jpg?type=w966



IMG_8468.jpg?type=w966





저렴한 티켓이라 시야가 안 보여 상당히 불편했지만 감사함으로 공연을 보고 지하철을 타고 플러싱에 돌아왔다. 다시 시내버스를 타고 가끔씩 가는 중국집 삼 원 각에 가서 저녁 식사를 했다. 아들은 새우볶음밥 나는 잡채밥을 주문하고 기다렸다. 일요일 저녁 무렵 식당에 한국 손님들이 아주 많아 마치 한국에 돌아간 느낌이 들었어. 짜장면과 탕수육과 짬뽕을 먹은 손님도 있고 우리도 식사를 하고 우산을 쓰고 터벅터벅 집으로 걸어오는 길 겨울비 맞은 겨울나무가 얼마나 예쁘던지 놀랐어. 겨울나무에 묻은 빗방울이 마치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같았어.




추운 겨울을 지내기 위해 나뭇잎 하나 없는 겨울나무. 나도 겨울나무처럼 이 길고 추운 겨울을 잘 보내고 싶다. 생은 한 치 앞도 안 보이고 가끔은 수렁 깊은 곳을 걷는 느낌이 든다. 고개를 넘으면 태산이 나오고, 태산을 넘으면 알프스 산맥이 나오고, 험난한 산맥을 넘고 넘어야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그동안 얼마나 긴 방황을 하며 살고 있는지 몰라. 아무리 생이 아프고 힘들더라도 하루하루를 아름다운 선물이라 생각하고 매일매일 즐거운 하루를 보내면서 아름다운 미래를 꿈꾸며 살아야 행복하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꿈 없는 삶은 생각해 본 적이 없어. 꿈과 고통과 고난과 운명이 날 뉴욕으로 데리고 왔고 뿌리 깊지 않은 우리 가족은 끝없는 모험을 하면서 무한 도전을 하면서 세상의 한 복판 뉴욕과 보스턴에 살고 있다. 끝없는 눈물이 쏟아지지만 참고 견디고 희망을 갖고 살고 있다. 언젠가는 우리가 원하는 꿈나라에 도착할 거라 믿으며.






12. 16 일요일 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비엔나에서 온 부부 만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