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눈 오는 3월의 아침. 무사히 보스턴 2박 3일 일정(2017년 3월 7-9일)을 마치고 돌아온 것에 감사함이 든다. 복잡하고 무거운 일상을 뒤로 두고 여행객으로 지낸 며칠. 마지막 날 보스턴 여행을 오래오래 기억하라고 한 것인지 특별한 에피소드가 생겼다. 사랑하는 바다가 보고 싶어 보스턴 항구에 가려고 시험 기간인 딸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나 함께 방문한다고 해 택시를 불렀다. 약 11불이 넘는다고 해서. 셋이서 지하철 교통비가 약 9불에 가까우니 지하철 타면 많이 걸어야 해서 택시가 더 좋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낡은 코롤라를 끌고 온 백발 할아버지 택시 기사. 홈리스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 내비게이션에 보스턴 항구를 치고 달리는데 이상한 곳으로 질주를 하고 초기 나의 정착 시절 운전하기 싫어한 낯선 지리에 운전이 정말 힘든 날 떠오르게 했다. 떨리는 가슴으로 운전대를 잡고 달리고 점점 보스턴 항구에서 멀어지고 하버드 대학이 있는 케임브리지에 가고 보스턴 대학에 가고 정반대 방향으로 돌고 도는 기사. 하마터면 사고가 날 뻔. 그것도 여러 차례. 이러다 무사히 뉴욕에 갈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불안 불안했다. 아니나 다를까 택시비는 25불 정도가 나왔다. 시간도 훨씬 더 오래 걸리고. 정말 부글부글 가슴이 끓어오르는 사태가 발생. 시간과 경비를 생각하면. 하지만 너무 힘든 형편에 지낸 것을 보니 가슴이 아프고. 택시 평점도 4점을 주고. 이메일을 보내 환금을 요청할 수 있다고 하나 차마 그러지 못했다. 그냥 택시비는 잊어버린 게 더 낫다고 생각. 사고 나지 않은 게 다행이라 싶었다.
푸른빛 초록빛 바다가 보이는 보스턴 항구. 이른 아침 항구에 사람들은 드문드문. 애완견을 데리고 산책하는 보스턴 사람도 있으나 소수. 태양빛이 안 좋아 좋은 사진 담기도 어렵고 잠시 항구의 바람을 맞으며 산책하다 지하철을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항구와 지하철역은 약간 떨어져 있고 구글 맵을 보고 천천히 길을 따라 걸었다. 호텔 근처에 있는 마켓에 가서 요플레와 스타벅스 커피와 생수를 사 가지고 온 딸. 요플레와 바나나로 간단히 식사를 하고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나와 택시를 불러 딸아이 집으로 돌아갔다. MIT 대학 근처에 있는 토스카니니 아이스크림 집을 지나고 블로그 이웃분이 그곳 아이스크림이 정말 맛이 좋다고 가보라 했는데 이번에도 그냥 스쳐 지나가고 다음으로 미뤄야 할 듯. 짐만 내려두고 호텔을 나와 하버드 대학 근처 맛 집으로 가서 식사를 했다. 난 키시와 샐러드로 두 자녀는 샌드위치로.
요요마 첼리스트 공연이 하버드 대학에서 열릴 거라 하고 어제 무료 공연표를 나눠주는 날. 하버드대 학생과 교수와 직원들에게. 식사를 주문하고 딸은 학교에 가서 요요마 공연표를 받아왔다. 1인 2장이 최고. 아들과 난 3월 15일 뉴욕필 오픈 리허설 공연표를 1인 20불 주고 구입해 두었고. 오랜만에 요요마 공연을 볼 수 있겠다.
식사를 하고 하버드 스퀘어 최고로 커피 맛이 좋은 카페로 가서 카푸치노와 모카커피와 디저트를 주문 잠시 휴식을 취하고 하버드 대학 미술관에 가서 딸은 카페에서 시험공부를 하고 우린 전시회를 보았다. 지난가을에도 방문한 미술관. 조용해서 좋았다. 잭슨 폴락, 마크 로스코, 피카소, 마네, 모네 등의 작품도 보고 미술관을 나와 하버드대 교정을 잠시 거닐었다. 중간시험 기간이라 학생들은 무척 바쁜 시기.
다시 딸아이 집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고 지하철을 타고 뉴욕에 가는 버스 타는 곳에 도착. 오후 5시 반에 출발. 석양이 뉘엿뉘엿 지는 시간 아름다운 석양을 보며 보스턴과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나왔다. 무척 바쁜 딸은 버스 타는 곳까지 마중을 나와 집으로 돌아갔고 우리 달리는 버스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뉴욕에 돌아왔다.
화려한 불빛이 반짝반짝하는 뉴욕. 보스턴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고 밤 10시경 첼시에 내려 펜 스테이션 역으로 걸어가는데 노란 택시가 쌩쌩 달렸다. 아 뉴욕은 보스턴과 정말 다르고 역에는 홈리스가 여기저기 쓰러져 누워있고 홈리스는 보스턴도 마찬가지 곳곳에 보여 마음을 무겁게 했다. 보스턴에서 뉴욕에 오는 동안 중간 쉬지도 않아 식사할 시간도 없이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서브웨이 샌드위치점에 찾아가 식사를 하고 7호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려 했지만 7호선은 정상 운행을 안 하고. 뉴욕. 5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달려 뉴욕에 도착 다시 정신없게 만드는 뉴욕. 지하철도 오래오래 기다려 탑승. 밤늦은 시각 빈자리도 없고 홈리스 몇 명이 잠을 자고 근처 아무도 없고. 7호선이 운행했다면 덜 피곤했을 텐데. 잭슨 하이츠 역에 가는 지하철을 타고 수많은 계단을 올라가 다시 7호선을 기다렸고 늦게 도착한 7호선 승객은 만 원. 할 수 없이 서서 지하철에 탑승. 플러싱에 도착해 버스 정류장까지 죽어라 달리고 가까스로 시내버스에 탑승. 그런데 기사는 이상한 코스로 운전을 하고 누군가 기사 보고 노선이 잘못되었다고 지적. 기사는 다시 노선을 조정. 자정 무렵 집에 도착. 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식 기사를 읽었다.
아들과 난 무사히 보스턴 여행을 마쳤다. 하지만 버스를 타고 뉴욕에 돌아오는 동안 슬픈 소식을 접했다. 맨해튼 음대 예비학교 지휘자 Jonathan Strasser 별세 소식. 아들 오케스트라 지휘를 맡았던 분이라 아들 가슴을 몹시 아프게 했다. 정말 훌륭하셨던 지휘자분. 뉴잉글랜드 컨서버토리에 박사 과정 공연을 보러 가서 오케스트라 공연을 봤던 우리 가족. 피곤했는지 난 스케줄을 착각. 박사 과정 공연은 하루 전날 열렸고 우린 대신 오케스트라 공연을 봤고 현악기 음색이 정말 좋았다. 두 자녀는 소설에 나올 듯한 미인을 봤다고. 내가 화장실에 다녀올 동안. 너무너무 아름다워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듯한 미모의 여자.
만약 누군가 보스턴 여행을 생각한다면 주말을 피하는 게 좋을 듯. 주말 호텔비와 교통비가 엄청 비싼 게 이유. 인구가 작은 보스턴은 학생들과 여행객이 주 수입원이 될 듯 보이고. 1년 1200만 명 관광객이 보스턴을 찾는다고. 호텔비가 주말 깡충 뛰어버린다. 버스비도 몇 배. 이번 하버드대 졸업식에 마크 저크버그가 나타날 예정. 해마다 졸업 시즌 보스턴 호텔은 예약하기 무척 어렵다고. 1년 전에 미리 호텔 예약이 끝날 정도? 하버드 대학과 MIT 대학과 뉴잉글랜드 컨서바토리와 보스턴 칼리지와 보스턴 대학과 버클리 대학 등 수많은 학교가 있는 보스턴. 암튼 졸업 시즌 보스턴 여행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경제적 형편을 고려한다면 피해야 할 듯 보인다. 호텔 체류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예약이 너무 어려운 게 이유.
보스턴에 눈이 많이 내릴 예정. 금요일 아침 뉴욕에도 하얀 눈이 내리고 있다. 커피를 마시며 보스턴 여행기를 간단히 적는 금요일 아침. 하얀 눈은 차곡차곡 쌓이며 그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차들은 도로를 질주하고. 보스턴과 너무 다른 뉴욕의 아침을 맞는다.
2017년 3월 10일 2박 3일 보스턴 여행을 마치고 뉴욕에 돌아오다- 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