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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수 Jan 08. 2019

뉴욕 한인 커뮤니티 보고
느낀 대로 (1)

한인 이민자들 많이 거주하는 플러싱


우연히 블로그 댓글에서 얘기를 나누다 한국 젊은 층의 우울한 얘기를 듣고 한국 기사를 읽었다. '헬조선' '망한민국', '조선불반도', '3포 세대', '5포 세대', '7포 세대' 등 요즘 세태를 풍자한 표현에 놀라 잠들지 못한 밤이 되었다. 헬조선 탈출은 '이민'이 정답인 것처럼 수많은 사람들은 이민을 가면 '장밋빛 인생'이 펼쳐질 거라 단정한 듯 보인다. 


과연 이민은 그런가. 이민에 대해 얼마나 깊게 알고 있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대개 이민은 ' 더 좋은 삶 위해',  '자녀 교육을 위해', '직장에서 해고된 경우'나 '개인적으로 특별한 일이 발생한 경우' 고국을 떠나온다. 우리 가족 역시 이민이 뭔지 모르고 뉴욕에 왔다. 무에서 시작해 벼랑 끝으로 몰린 게 어디 한 두 번 뿐인가. 셀 수도 없이 많은 문제들을 풀어야 한 단계 앞으로 나간다. 다른 나라에서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가기는 왜 그리 어려운지. 


부자 나라에 가면 더 멋진 삶이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고 그냥 얻어지는가. 부자 나라에 가면 더 좋다는 것은 말 그대로 '환상'이다. 예외는 있다. 귀족들은 지구촌 어디에서나 멋진 삶을 펼쳐간다.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도시 가운데 하나인 뉴욕에서 자주 파티를 열고, 자주 명품 쇼핑을 하고, 레스토랑 순례를 하며 지낸 분도 있다. 


뉴욕은 어떤 도시인가. 

거대한 자본이 춤을 추는 도시가 바로 뉴욕 맨해튼이다. 빈부 차이가 뉴욕만큼 큰 도시가 얼마나 될까. 한국에서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흙수저' 등으로 사회 계층을 표현하지만 과연 뉴욕은 빈부 차이가 없을까. 세상에서 가장 화려하고 부유한 자의 삶을 볼 수 있는 곳이 뉴욕이다. 매일 맨해튼에 가면 뉴욕 홈리스를 보게 된다. 가장 아름답고, 가장 슬프고, 가장 행복하고, 가장 불행하고 등 양극의 상황이 펼쳐지는 곳이 바로 뉴욕이다. 뉴욕 빈부 차이가 엄청 크다. 우리 가정이 롱아일랜드 부촌 딕스 힐 이나 제리코에서 살면서 본 미국 가정의 부잣집 이야기는 한국에서 보고 들은 적이 없었다.


뉴욕은 '잠들지 않은 도시' 라 한다. 지하철 24시간 운행한다. 편리하다. 밤늦도록 파티가 열리고 밤늦게 일한 직업이 있다. 늦은 밤 맨해튼에서 일하고 지하철 타고 귀가할 수 있다. 이른 아침 지하철 타려고 플러싱 메인 스트릿에 가면 맨해튼에서 플러싱에 돌아오는 사람들이 많다. 밤새 잠 안 자고 일한 자들이 많을 거라 짐작한다. 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하며 밤에 일하는 급여가 낮에 일하는 급여보다 더 높아서 낮과 밤을 바꿔 지낸 분이 있다. 간호조무사는 막노동에 가깝다. 엄청 힘든 직업에 속한다. 침대 정리와 환자 목욕 등 다 혼자 맡아서 한다. 체중 엄청난 환자를 맡은 경우 간호조무사 허리가 다칠 수 있다.


뉴욕은 다인종이 거주한 도시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이민자들로 구성된 도시다. 다시 말하면 경쟁력이 엄청나다. 능력 없이 살아남기 힘들다. 예를 들어 줄리어드 스쿨은 세계적으로 명성 높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학생들이 한데 모여 오디션을 치른다. 소수 학생들만 입학 허가를 받는다. 경쟁률이 높다. 이민자가 많이 모여든 노동 현장도 치열하다. 예를 들어 한인 H 마트 경우 임금이 더 저렴한 조선족이나 다른 인종을 채용한다. 물론 한인들도 많다. 식당도 마찬가지다. 조선족이 한인보다 임금이 더 저렴하므로 식당에서 일한 조선족이 많다고 한다. 비즈니스는 영리 목적이므로 임금이 더 저렴한 직원을 채용한다. 다인종이 거주하므로 발생하는 현상이다. 


미국은 능력제 사회다. 언제든 고용주가 직원 해고할 수 있다. 풀타임 직원이라도 고용주가 해고 가능하다는 말이다. 취업 비자받은 경우 해고당하면 당장 미국을 떠나야 한다. 직원이 상사로부터 받은 스트레스가 엄청 심하다. 월가 경우 초기 신입 직원이라도 연봉이 많지만 1주일에 100시간 이상 일을 하고 몇 년 이내에 그곳을 떠난 자가 더 많다. 극소수만 살아남은 무서운 사회다. 



그럼 이제 한인 사회를 보자

여기 이민자들의 도시 뉴욕에서 내가 10년 동안 지내면서 듣고 경험한 것에 대해 간단히 정리해 보려고 한다. 먼저 한인들이 많이 종사하는 직업군과 자녀 교육 문제를 말해보자. 70년대 한국에서 뉴욕으로 이민 온 분 상당수는 델리 가게, 청과상, 생선가게, 세탁소 등을 운영했다. 특히 델리 가게 경우 거의 24시간 오픈. 거의 쉬지 않고 죽음 같은 노동을 하며 지내며 성공한 분도 있다고 들었다. 


한인 이민자들 가운데 성공한 소수도 있다. 이민 1세 경우라도 월가에서 일한 경우도 있고, 메트에서 활동한 세계적인 성악가도 있고, 대학 교수로 지낸 분도 있고,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직에 종사하는 분도 있고, 자녀가 줄리어드 학교에 다닌 경우도 있다. 성공한 한인들은 소수에 해당한다. 성공한 그들은 그냥 장밋빛 생을 이뤘을까.


이민을 오면 언어 장벽도 높고 쉽게 직장 구하기 힘드니 아무 일이나 하는 사람이 많다. 한국에서 고위직으로 활동했던 경우라도 한인 마트에서 짐 나르는 일도 하고 주차장에서 발레 파킹도 하고 종일 세탁소에서 일한 분도 있다. 


처음으로 플러싱에 방문했을 때 세상에 여기가 뉴욕이야 하면서 믿을 수 없었다. 맨해튼과 퀸즈 플러싱은 지하철 타면 1시간 이내 거리이지만 색채가 너무 다른 도시다. 플러싱은 힘든 이민자 삶이 그대로 노출된다. 수 십 년 전 한국 시골 같은 풍경이다. '시간이 멈춘 도시' 란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다. 삶을 어떻게 숨길 수 있을까. 삶이 그토록 어렵고 무겁다는 말이다. 실제 플러싱을 보면 이민 사회에 대해 통감한다.


한편 이민 1세 가정에서 흔히 일어나는 부모와 자녀 문제가 있다. 부모가 죽도록 일한 경우 자녀와 거리가 멀게 된다. 미처 자녀에 신경을 쓸 수 없게 된다. 이민 1세는 언어 문제가 큰 장벽이고, 자녀와 문화가 다르고, 자녀는 자녀대로 미국 문화에 바로 적응하지 못해 문제가 많으나 부모는 자녀 고충을 들어줄 시간이 없고, 자녀는 대화를 나눌 대상이 없어 탈선으로 이어진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설사 들어준다고 해도 서로를 이해할 끈을 놓치는 경우도 많다. *< 이민 가정 부모와 자녀 소통 문제>에 더 자세한 내용이 있다. 


롱아일랜드에 아주 명성 높은 한인 미장원이 있었다. 자주 이용했던 곳이고 그곳에서 원장은 롱아일랜드 한인 가정 자녀 문제가 심각하다고 자주 말씀했다. 마약 등 여러 문제가 너무 심각하나 부모와 자녀 대화 단절로 고등학교 학생 비행으로 이어진다고. 어디서 손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탄을 했다. 교회에 가면 그런 얘기가 많이 들린다고 했다. 뉴욕에서 오랫동안 미장원을 경영한 분이었는데 어느 날 가보니 문이 닫혀 있었다. 놀라서 전화를 하니 비즈니스가 안되어 문을 닫았다고 했다. 정말 믿을 수 없었다. 잘되도 너무 잘된 미장원이었기에. 


한인들 손재주는 잘 알려져 있고 미장원을 하는 한인들도 많다. 또한 네일 가게 역시 한인들 손재주가 유명하다. 한동안 네일 가게 사업이 아주 잘 되었다고 하나 점점 더 다른 민족이 네일 산업에 뛰어들고 결국 경쟁률이 높아져 네일 사업도 운영하기 어렵다는 말도 들린다. 


자녀 교육을 위해 이민을 왔는데 탈선으로 이어진 경우 실망스럽고 삶의 의미 조차 잊어버린다. 그래서 우울증을 경험하는 분도 많다. 수년 전 연구소에 근무할 적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이혼인구가 의외로 많아 놀란 적도 있다. 자녀 친구들의 가정을 보면 역시 이혼 가정이 많다. 그럼 이토록 힘든 이민의 어려움과 고통을 어디서 해결할까. 


아주 많은 이민자들은 정신적 고통을 받게 된다. 그래서 찾는 곳이 종교단체다. 미국 전체 인구 3억이 약간 넘고 한인 인구가 유에스 센서스 통계에 의하면 170만 정도( 외교통상부 통계와 약간 다르고). 뉴욕 뉴저지 한인 인구는 약 25만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뉴욕 뉴저지 한인 교회가 오래전 560 개 정도? 다(오래전 한인 사회학 교수가 발표한 책에 의하면). 이민 정착 과정도 힘들어 교회 도움을 받는 경우도 많고 교회를 통해서 이민 온 경우도 많다고 들었다. 한인 교회 인구가 정말 많다. 


이민을 오면 경제적인 문제도 크지만 또 다른 문제가 고독이라고 한다. 서로 대화를 나눌 친구가 없다고 하소연한다. 다들 바쁘니 만날 시간이 없다. 늘 교회 일에 바쁜 목사는 자신 가정 돌보는 일에 시간이 부족하니 목사 부인은 어려움에 처하고, 목사 자녀들 마찬가지로 아버지랑 대화를 나눌 시간이 없다는 말도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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