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더비 경매장, 북 카페, 줄리아드 학교
파란 하늘 좀 봐! 얼마나 예쁜지. 새들의 합창도 들려와. 며칠 비가 주룩주룩 내리다 비가 그치니 환상적이야. 세상의 고통과 어둠이 사라질 거 같은 아름다운 날씨 얼마 만에 본 거야. 날씨가 좋으면 새들의 합창도 더 크게 들려오고 새들도 사람도 모두 좋은 날씨를 사랑하나 봐. 어제 그제 겨울처럼 춥다 오늘은 햇살이 비춘다. 아침 기온 10도 최고 기온은 21도. 일교차가 심한 날씨다.
아침 일찍 아파트 지하에 내려가 세탁기에 세탁물을 넣고 돌아왔다. 수 백 가구가 사용하는 공동 세탁기 6대 가운데 1대가 고장이라고 적혀 있었다. 낯선 백인 할머니가 "Good Morning" 인사를 했다.
어제 아들과 호수에 산책을 하러 갔다. 기러기 몇 마리와 거북이와 성질 사나운 흑조와 애완견을 데리고 산책하는 주민들을 봤다. 자주 비가 내려 초록이 짙어가는 나무를 보며 아들에게 중학교 시절 엄마 친구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멋진 초록 나무를 보면 친구가 생각난다. 보통 아이들과 차원이 다른 그림. 도레미파솔라시도 음정 배울 때 친구는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를 켜는 수준이랄까. 하늘이 준 재능 많은 친구. 얼굴이 정말 하얗던 친구는 그림을 무척 잘 그렸다.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의 딸이던 친구의 가정환경은 특별했다. 동화책에서 보던 새엄마랑 살고 있었다. 일제 시대 지어진 관사에 가끔씩 놀러 가 이야기를 들었다. 친구 오빠도 그림에 재능이 많아 서울에서 미대 재학 중이라고. 하지만 친구는 어려운 가정 형편에 대학에 진학할 수 없다고 하니 슬펐다. 우린 서로 헤어지고 먼 훗날 고등학교 동창으로부터 중학교 시절 친구 소식을 들었다. 고등학교 동창이 서울 은행에서 근무하다 내 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했다고. 중학교 친구가 나랑 같은 고등학교 졸업한 은행 직원을 만나니 내 소식을 물었던 거 같다. 지금은 두 사람 모두 소식이 끊겨버렸다. 수 십 년의 세월이 흘러갔는데 친구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가끔 궁금하다. 여전히 서울에서 살고 있을까. 결혼도 했을까. 엄마가 되었을까. 지금도 은행에서 근무할까. 혹시 그림도 그릴까.
호수에서 산책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거동이 몹시 불편한 동네 할아버지를 만나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서로 인사를 했다. 수년 전부터 호수에 산책하러 다녀오는 길 만나 서로 인사를 하게 되었고 지금은 하늘에 계신 친정아버지를 떠오르게 해서 더 반가운 할아버지 곁에는 따님 같아 보이는 분이 산책하는 것을 도와주신다. 우린 서로 인사만 나누고 이름도 모르고 무얼 하셨던 분인지도 몰라. 짐작에 중국인으로 보이나 묻지 않았다.
집에 도착 식사 준비를 하고 식사를 하고 맨해튼에 갔다. 비가 주룩주룩 내려 맨해튼 나들이가 훨씬 더 피곤한 듯. 북 카페에서 잠시 쉬려고 했지만 어제는 빈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북 카페를 몇 바퀴 돌면서 빈자리가 나오길 기다렸지만 나를 위한 자리는 없었다. 북카페에서 흐르는 음악도 듣다 포기하고 서점을 나와 미드타운을 걸었다.
초록 나무 우거진 공원에서 비둘기들 보며 정겨웠다. 나의 정다운 친구들 초록 나무와 새들과 연보랏빛 종모양의 작은 꽃들. 뉴욕에 와서 자주 보는 꽃인데 예쁜 종모양이라 더 예쁜데 이름도 몰라.
비가 많이 내려 걷기도 불편하니 평소처럼 지하철역으로 가지 않고 시내버스에 탑승했다. 시내버스 안은 노인들이 대부분이었다. 백발 할머니가 메종 카이저 빵과 주스를 먹고 계셨다. 노인들 보면 이제 노후가 걱정이 된다. 건강의 소중함을 잘 모르고 살다 늦게 철이 드나 보다. 버스가 멈출 때마다 들어오는 승객은 노인들. 맨해튼에도 플러싱에도 노인 인구가 정말 많은 듯 짐작이 된다.
잠시 후 링컨 센터 부근에 도착했다. 거리 트럭에서 노란 바나나 1불어치 구입했다. 전에는 비가 오면 거리에서 트럭을 볼 수 없는데 요즘 자주자주 비가 내리니 비 오는 날에도 과일을 팔더라. 싱싱하면 딸기도 구입하려 했는데 싱싱하지 않아 구입을 하지 않았다.
저녁 6시 줄리아드 학교에서 바이올린 리사이틀 공연을 봤다. 대학 시절 자주 들은 슈베르트 '죽음과 소녀' 음악이 정말 좋았다. 세월이 흘러가도 마음은 늙지 않은가 봐. 대학시절이나 지금이나 마음은 같아.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곡도 듣고 싶었는데 몸이 피곤해 일찍 집에 돌아왔다.
그제 오랜만에 맨해튼 어퍼 이스트 사이드 소더비 경매장에 갔다. 그날도 비가 주룩주룩 내렸어. 4차례 환승해 도착한 어퍼 이스트 사이드. 다시 우산을 쓰고 걷다 거리 화단에 핀 튤립 꽃들을 보았다.
비 오니 튤립 꽃이 비바람에 쓰러져있었다. 사람도 꽃들도 비바람이 불면 쓰러지나 봐. 지난번 일본 모자 디자이너랑 함께 방문하고 그 후로 처음이나. 가방을 맡기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 전시회를 봤다. 가격이 천문학적인 숫자의 그림들을 잠시 보았어. 뉴욕 부자들도 천문학적인 그림을 구입할 테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 뉴욕에 찾아와 그림을 구입하겠지. 뉴욕 호텔은 얼마나 좋을까. 매일 수많은 특별한 이벤트가 열리니 뉴욕에 오는 손님들도 많고. 어릴 적 미국에 이민 와서 힘든 삶을 살다 떠난 마크 로스코 작품도 천문학적이더라. 몇 년 전 보스턴 미술관에서 마크 로스코 특별전을 봤는데 정말 좋았던 추억도 생각난다. 샤갈과 피카소와 모네와 미로 등의 전시회를 보고 떠났다.
며칠 전 크리스티 경매장 판매 결과 좀 봐. 얼마나 놀라운 숫자인지. 세상의 부자들 잔치가 특별하다. 오늘 15일은 소더비에서 아트 세일을 한다.
13 May 2019/크리스티 경매장
Sale total: USD 399,041,000
14 May 2019/크리스티 경매장
Sale total: USD 27,182,500
비 오는 날 오랜만에 어퍼 이스트 사이드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북카페에 갔다. 바리스타 한 명이 손님을 상대하니 커피 한 잔 주문하는데 무려 30분 가까운 시간이 들어 짜증이 나려고 했다. 어렵게 받은 커피 한잔 마시고 책을 읽으려 하는데 하필 고른 책이 마음에 들지도 않고 다시 새로운 책을 고르고. 북카페에서 튜터를 하는 모습도 보고 어린 아들을 데리고 와서 책을 읽어주는 엄마도 보고, 할머니도 책을 읽고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는 뉴요커도 보고.
그날 저녁도 줄리아드 학교에 갔다. 서점 근처에 있는 헌터 컬리지 부근에서 시내버스 66번에 탑승했다. 맨해튼 동서를 가로지를 때는 시내버스가 좋고 남북을 이동할 때는 지하철이 더 편리하다. 비 오는 날 항상 더 복잡하고 시내버스는 만원. 버스는 센트럴파크를 가로질러 어퍼 웨스트사이드 ABC 방송국 근처에 내려 줄리아드 학교에 가서 메조소프라노와 바로크 음악 공연을 봤다.
아파트 지하에 세탁물 가지러 갈 시간이네. 세탁이 되는 동안 밀린 글쓰기를 했어. 날마다 비가 와서 그랬는지 글쓰기 할 에너지가 없었어. 어제는 시내버스가 제 시간보다 일찍 떠나 터벅터벅 걷다 이웃집 정원에 핀 아카시아 꽃 향기도 맡았지.
5. 15 아침 9시 34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