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지수 Jun 07. 2019

보스턴에서 마지막 밤을

보스턴에서 소동을 피우고 

지난 금요일 아침 일찍 아들과 함께 메가버스를 타고 보스턴에 갔다. 딸이 연구소에서 마지막으로 근무한 날 우린 딸 짐을 싸서 함께 뉴욕으로 그날 밤 돌아올 예정이었지만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겼던 특별한 날이 되고 말았어. 점심 식사는 늦어지고, 딸 짐 싸는 것도 의외로 많은 시간이 흘러갔고, 우버 택시를 불렀는데 지팡이 든 할아버지 기사가 소형차 몰고 도착하니 웃고 말았어. 우리네 짐은 너무너무 많아서 작은 차에 도저히 담을 수 없었다. 할아버지 기사에게 택시 요금을 지불하고 괜찮다고 하면서 돌려보내고 할 수 없이 다시 우버택시를 불렀는데 그만 보스턴 사우스 스테이션에 늦고 말았다. 메가 버스는 오후 5시 반에 출발. 처음에 부른 우버 택시 기사가 할아버지가 아니고 소형차를 가져오지 않았다면 그날 버스를 타고 뉴욕에 돌아올 수 있었을 텐데 불가능했다. 아, 눈 앞에서 세 명의 메가버스 요금이 하늘로 붕붕 날아가니 슬펐지. 한 푼 아끼느라 절약하고 또 절약하는데 뉴욕행 버스 요금이 물거품으로 변하고 말았지. 


그날 두 번째 우버 택시 기사는 터키에서 17년 전에 보스턴에 온 중년 남자였다. 상당히 친절하고 보스턴 골목길을 알고 있어서 정체된  도로를 피해 운전했지만 결국 눈앞에서 버스를 놓치고 말았다. 기사에게 터키와 보스턴 생활이 어떤지 묻자 터키는 무척 아름다운 도시이나 돈 벌기 무척 어렵고 보스턴은 터키보다 더 많은 돈을 벌지만 렌트비가 너무 비싸니 결국 힘들게 돈 벌어 남는 게 없다고. 보스턴에서는 열심히 일하지 않고 살 수 없다고. 우리가 뉴욕에서 왔다고 하니 뉴욕은 이민자의 도시고, 렌트비 비싸고, "시간이 돈"이니 뉴요커 삶이 많이 다르다고 말씀하셨다. 터키에서는 직업 군인이었다고 하면서 휴대폰에 담긴 군복 입고 찍은 택시 기사 사진도 보여주었다. 우리 가족이 뉴욕에 갈 메가 버스를 탈 수 없다고 하자 다음 버스 타면 안 되냐고 물었지만 보스턴- 뉴욕행 메가 버스가  자주 없고 다음 버스는 밤 9시경. 금요일 밤 버스 요금도 비싸고 토요일 오후 버스 요금이 훨씬 더 저렴했다. 


어쩔 수 없이 특별한 선택을 해야 했다. 택시 안에서 이미 뉴욕행 버스에 늦을 거 같다고 판단한 딸은 얼른 역 근처 가까운 호텔을 물색했다. 그러다 하이야트 호텔을 찾아서 기사에게 우리가 내릴 곳이 사우스 스테이션이 아니라 하이야트 호텔이라고 말했다. 비싼 택시비와 메가 버스 비용과 호텔 숙박료와 식사비 등 의외로 많은 경비가 들었고 딸이 지불했지만 정말 미안했다. 





보스턴 하이야트 호텔 좋았어.




보스턴에서 하룻밤 잘 계획이 없었는데 뜻밖에 호텔에서 머물게 되고 무거운 짐을 담은 가방들을 호텔 직원에게 운반해달라고 부탁하고 우린 호텔 룸에 들어가 샤워를 하고 잠시 휴식하고 저녁 식사를 하고 호텔을 나왔다. 당일 밤 돌아올 예정이라 아들과 난 보스턴에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아서 하룻밤 호텔에 머물려고 하니 당장 칫솔과 치약부터 구입했다. 


하이야트 호텔 주위에 보스턴 오페라 하우스와 시어터 디스트릭트와 차이나 타운이 가까웠다. 딸이 고등학교 시절 함께 보스턴에 방문해 하버드 대학과 MIT 대학을 방문하고 차이나 타운 맛집에 가서 식사를 했던 추억도 떠올랐다. 그때는 보스턴 여행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힘든 여행이었다. 




보스턴 코먼 



보스턴 찰스 강 










우리 가족은 천천히 보스턴 찰스강을 향해서 걸었다. 미국에서 오래된 공원 Boston Common을 지나 아름다운 찰스강에 갔다. 석양이 질 무렵 보스턴 코먼에서 붉고 둥근 해가 비쳤지만 우리 가족이 찰스강에 도착했을 때 서서히 해가 지고 있었다. 찰스 강변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나와 휴식을 하고 있었다. 아, 어쩌다 하룻밤 보스턴에서 더 머물게 된 거야,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호텔 경비만 아니라면 보스턴에서 며칠 머물러도 좋겠지만 부담되는 여행 경비라 당일치기로 보스턴에 다녀오려다 일이 어긋나고 말았어. 비싼 경비 부담이 아니라면 호텔에서 하룻밤 머물러 좋았다. 



지난 금요일 딸 집에 도착 얼른 짐 싸고 보스턴 사우스 스테이션에서 메가 버스 타고 뉴욕에 올 예정이었는데 메가 버스는 보스턴에 예정보다 더 늦게 도착했고 우린 보스턴 사우스 스테이션에 도착해 레드라인 지하철을 타고 Central 역에 도착해 딸을 기다렸다. 딸은 연구소 교수님과 마지막 식사를 하며 작별 인사를 나누고 하버드대 도서관에 책도 반납하니 더 늦어진다고 연락이 와서 멕시컨 음식점 치폴레 앞에서 기다렸다. 백발 할머니는 유치원생처럼 머리를 묶어서 웃고 말았지. 그날도 무척 더웠다. 얼마 후 딸이 타고 온 우버 택시에 함께 타고 딸네 집에 도착해 가방을 두고 점심 식사를 하러 갔다.





다시 가고 싶은 보스턴 맛집








보스턴 캠브리지 맛집 샌드위치 맛이 아주 좋아. 





 보스턴 억양이 아주 강한 친절한 젊은 청년이 주문을 받았다. 구수한 보스턴 악센트가 듣기 좋아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거 같아. 샌드위치 맛도 정말 좋고 다음에 방문하면 들려보고 싶은 샌드위치 바.


식사를 하고 딸 집에 돌아가 짐을 싸기 시작했다. 매일 연구소에 출근하고 서부로 옮기기 위해 복잡한 일을 처리했던 딸은 미처 짐을 쌀 시간도 없었고 보스턴에서 지낸 마지막 주는 친구들과 매일 밤 만나 이야기 나누느라 짐 정리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짐작했다. 부지런히 짐을 싸기 시작했지만 마음은 바쁘고 동시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리는 작업까지 하니 정말 바빴다. 아들을 데리고 가지 않았다면 도저히 불가능했을 거 같았지. 짐 정리를 하고 나니 뉴욕에 들고 갈 짐이 아주 많았다.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 대충 큰 트렁크에 짐을 담으니 뉴욕에 돌아와서 다시 정리 작업을 해야 했다. 아무리 단순한 일이라도 시간이 필요한데 동부에서 서부로 이동한데 얼마나 삶이 복잡하고 힘든지 말로 표현하기 힘들지. 


지난주 금요일 뜻하지 않게 보스턴 호텔에서 하룻밤 머물며 추억을 만들었다. 눈 앞에서 버스를 놓치고 호텔에서 머무니 영화 속 주인공으로 변했어. 삶은 늘 예측하지 어렵고 우리가 알지 못한 수많은 일들이 눈앞에서 벌어진다. 고등학교 9학년 시절 뉴욕에서 시작해 잠시도 쉬지 않고 일하는 딸. 뉴욕에 온 후로 딸은 모든 일을 스스로 처리했다. 너무너무 힘든 길을 가는 딸에게 축복 가득한 나날이 열리길 기도한다. 




6. 6 목요일 저녁/ 지난 금요일(5월 31일) 일정










매거진의 이전글 보스턴 Cape Cod Provincetown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