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coln Center's Midsummer Night
뜨거운 여름날마다 태양은 불타오르고 난 죽어가고 있다. 새벽 너무 더워 엄지 손가락 선풍기 켜고 잤는데 몸이 몸이 아니야. 아침 눈을 뜨자마자 냉수에 얼음 몇 조각을 넣어 마시고 있다. 종일 몇 컵의 얼음물을 마시고 있는지. 시원한 물과 수박과 팥빙수가 그리운 계절. 한국의 팥빙수는 얼마나 맛이 좋은가. 뉴욕도 팥빙수를 팔지만 한국에서 먹은 맛과 달라 한국이 그리워져.
어제 아침 일찍 우체국에 갔다. 며칠 전 아파트 관리소에서 보내온 렌트비 담긴 레터 우표가 47센트에서 50센트로 인상되어 오래전 구입해 둔 우표를 붙여도 되는지 몰라서 확인하러 갔는데 미국 forever 우표는 요금이 인상되어도 추가 우표 붙이지 않고 그냥 사용할 수 있다고 하니 forever우표가 얼마나 좋은지.
오래전 플러싱 집에서 가까운 우체국에 방문하는 게 상당히 마음 무겁게 했다. 항상 손님은 많아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게 불편하고 우체국 직원은 그다지 친절하지 않아서 가끔 짜증이 나기도 했는데 친절한 우체국 직원이 일하니 행복이 밀려온다. 딸이 서부로 이사를 가고 나서 두 차례 레터를 보내려고 방문해 만난 흑인 직원의 친절이 잊을 수 없도록 고마워 눈물이 나오려 한다. 그동안 만난 직원 가운데 가장 친절한 직원이다. 어제 아침에도 그 직원이 웃으며 미국 우표에 대해 설명하니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포에버 하니 생각나는 글로벌 패션 브랜드도 forever21. 뉴욕에서도 여러 곳에 매장이 있는데 최근 위기를 맞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어느 날 맨해튼 부촌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 있는 소더비 경매장 다녀오는 길 하모니카 소리 들려서 고개를 돌아보니 휠체어에 앉은 할아버지가 하모니카를 불고 계셔 "할아버지 나이가 얼마예요?"라고 물으니 할아버지가 "너 나이가 얼마니?"라고 답변하니 나도 웃으며 "22세"라고 하니 할아버지가 웃으셨다. 마음은 forever 22인데 할아버지가 내 마음의 나이를 모르셨나.
만약 집에 있는 우표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하면 무더운 여름날 아침 일찍 우체국에 가지 않았겠지. 우체국에 방문하는 게 그냥 1시간 정도 흘러가니 시간이 너무 아까워 집에 돌아오기 아쉬워 우체국 옆 한인 마트에 들려 세일 중인 수박 한 통을 샀다. 무더운 여름날 수박이 최고지. 그런데 수박이 꽤 무거워. 그런다고 수박 한 통 사면서 택시를 불러 타고 갈 수도 없고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결과니 힘들지만 손에 들고 집에 가야 하는데 운이 좋으면 시내버스를 타면 더 편한데 한인 마트에서 시내버스 정류장까지 5분 이상 걷는다. 무거운 수박이 아니라면 5분이 아무렇지 않겠지만 무거운 수박을 들고 걸으니 5분이 한 시간처럼 멀리 느껴지는데 저기 멀리서 시내버스가 달려오고 난 횡단보도를 건너야 하는데 그사이 이미 버스는 도착하고 승객들이 탑승하고 미처 지갑에 든 메트로카드를 꺼낼 여유가 없어서 기사에게 잠시 후 요금을 계산한다고 말했지만 버스는 흔들리고 수박은 무겁고. 이를 어쩌나. 한 손에 무거운 수박을 들고 다른 손으로 에코백에 든 지갑을 꺼내서 지갑 안에 든 교통 카드 꺼낸 일이 얼마나 힘들던지. 수박만 없더라면 아무렇지 않은 일인데 어제는 시내버스 안에서 동물원 원숭이가 되어 승객들을 즐겁게 했다. 어렵게 교통 카드 꺼내 요금 지불했어. 그래도 우체국 가는 길에 수박 한 통 샀으니 임무 완수. 1주일 동안 냉장고에 든 시원한 수박 먹을 생각하면 행복이 밀려왔어.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모래알로 떡 해 놓고
조약돌로 소반 지어
언니 누나 모셔다가
맛있게도 냠냠
...
어릴 적 자주자주 들은 동요가 생각나는 나날들. 그때는 정말 가난하던 시절이었지. 그래도 행복한 사람들도 많았는데 요즘은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다고 하니 슬픈 일이야. 과거에 비해 부자 나라로 변했는데 왜 그럴까.
불볕더위에 과일은 단맛이 들어가고 있겠지. 어제 햇살이 너무 강하니 외출하기 겁이 나지만 꾹 참고 시내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갔다. 어제 아침 6시가 지나 일본인 모자 디자이너가 저녁에 링컨 센터 축제 보자고 해서 놀라고. 그녀를 만나기 전 어디서 무얼 하면서 시간을 보낼지는 나의 숙제. 아무리 더워도 맨해튼 에어컨 켜진 곳은 시원하니 좋고 북 카페는 나의 놀이터.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와 각자 할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누군가는 점심을 먹고 떠나고, 누군가는 책을 읽고, 누군가는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고, 누군가는 친구를 만나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어제는 만화책을 보는 젊은이들과 카드놀이하는 10대 청소년들도 보았어.
잠시 후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을 봤는데 다름 아닌 화장실에서. H&M 쇼핑백이 걸려있는 유모차를 지키고 있는 젊은 아빠는 화장실 앞에서 기다리고 화장실에 들어가니 젊은 엄마가 어린 아들 기저귀 교환 중. 어린 아들은 웃으며 게임을 하다가 내게도 미소를 짓더라. 세상이 너무 달라지고 있어. 기저귀 찬 어린아이가 게임하는 거 처음 보는 난 구식인가.
저녁 무렵 북카페를 나와 미드타운을 걷는데 두 번째 명장면을 만났어. 거리 홈리스가 공원 앞에서 뭐라 뭐라 소리를 지르는데 영화 속 명배우 보다 더 리얼해. 특별 분장을 하지 않은 얼굴이나 그의 주름살과 목소리에 고통이 묻어났다. 삶이 뭐길래 이리 힘들까.
복잡하고 복잡한 타임 스퀘어 지하철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링컨 센터에 도착 스윙 축제가 열린 Damrosch Park에 도착했는데 애완견을 데리고 있는 일본인 모자 디자이너가 먼저 날 알아보고 인사를 했다. 그녀의 스무 살 넘은 고양이가 죽은 지 얼마 안 되어 애완견을 입양했나 궁금했는데 그녀의 부자 친구 애완견이었어.
어제는 맨해튼 부자를 만났다. 그녀의 부자 친구를 만나게 될 거라 미처 생각을 못했어. 디자이너가 그녀 친구에게 날 소개하니 멋진 몸매의 멋진 의상을 입은 그녀가 내게 악수를 하면서 만나서 반갑다고 하면서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 공연 봤냐고 물었다. 하필 한 편의 발레도 보지 않았는데. 부자 친구의 손은 어린 아이손처럼 부드러워 어색하기만 했던 어제. 부자와 서민의 삶은 얼마나 다른가. 부자 친구는 센트럴파크 근처에 호화 아파트가 있고 롱아일랜드 햄튼에 별장이 있다고. 그녀와 우리 집은 극과 극으로 다른 환경이야.
어제 디자이너도 날 만나자마자 "백조의 호수" 발레를 봤다고 말하고. 링컨 센터 축제의 무대는 아름다운 조명으로 빛나고 음악이 흐르고 사람들은 흥겨워 춤을 추고 아름다운 밤이 깊어가고.
디자이너가 그리 춤을 잘 출 줄 몰랐어. 어디서 배웠냐고 물으니 배운 적이 없다고. 일본 교토 부잣집 출신 디자이너. 어릴 적 서예, 꽃꽂이, 춤 등 다양한 것을 배우고 기모노 대회에서 우승을 해 파리에 가게 되었다고. 그 후 자주 파리에서 가서 시간을 보내며 유럽 문화에 노출되고 나중 장학금을 받아 호주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미술 수업을 받았던 그녀. 그뿐 만이 아니다. 20대 후반 뉴욕에 와서 SVA와 FIT 졸업했던 그녀.
그녀는 결혼했지만 커리어를 위해 자녀를 출산하지 않았다고. 그녀는 맨해튼 헬스 키친에 살고 그녀의 집에 날 초대해서 함께 식사를 했다. 내게 운동화와 가디건도 선물했던 그녀. 그녀의 나이는 자세히 묻지 않았지만 나와 비슷한 것으로 짐작하는데 그녀와 난 너무 다른 삶을 살고 있다.
공통점은 미술, 음악, 댄스와 여행 등을 좋아하는 점. 래디 가가와 스칼렛 요한슨과 브리트니 스피어스 등 유명한 사람들 모자를 만든 디자이너다. 어제도 그녀가 만든 블랙 모자를 쓰고 왔다. 모자를 접으면 핸드백이 되니 요술 모자야.
그녀는 링컨 센터 축제가 열리는 곳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자전거로 5분 정도 거리에 사니 매일 밤늦은 시간까지 춤을 추면서 축제를 즐기다 집에 돌아간다고. 어제도 난 먼저 집으로 떠나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왔지만 내가 집에 도착한 시간과 그녀가 축제가 끝나고 그녀 집에 돌아간 시각은 비슷했을 거 같아.
어제는 친절한 우체부 직원 만나고 행복하고, 무더운 여름날 먹으면 좋은 수박도 구입하고, 무시무시한 공포의 렌트비도 보내고, 북카페 화장실에서 게임하는 어린아이 보고 웃고, 거리에서 홈리스 연기 보고 놀라고(1급 영화배우 수준), 일본인 디자이너 만나 함께 축제를 즐기고 그녀 부자 친구 소개받고, 북 카페에서 책도 읽으며 시간을 보냈어.
더위 먹은 건가. 냉수에 얼음 몇 조각 넣어 마시며 글쓰기 했는데 장문의 편지가 되고 말았어.
새들은 뭐라 뭐라 지저귀고 난 오늘도 행복을 찾으러 떠나야지.
6. 27. 목요일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