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맨발로 맨해튼에서 걸을 뻔했어

축제, 전시회, 북카페, 산책

by 김지수


IMG_6784.jpg?type=w966 6월 프라이드 특별 전시회






IMG_6778.jpg?type=w966 맨해튼 월드 트레이드 센터 오큘러스 멋져!




이럴 수가. 하마터면 맨해튼에서 맨발로 걸어 다닐 뻔했어. 어제 로어 맨해튼 월드 트레이드 센터 오큘러스와 브룩필드 플레이스(Brookfield Place) 다녀오는 길 매년 6월에 열리는 River to River 축제( 비틀스 멤버 존 레넌의 부인 Yoko Ono의 특별전)를 보러 사우스 스트리트 시포트 (South Street Seaport)에 가려는데 지하철역 계단을 걷는데 갑자기 다리와 발이 이상했다. 무슨 일이 생겨서 이럴까 하는 순간 플립플롭이 부서진 것을 파악. 적어도 10년은 신을 줄 알았는데. 수년 전부터 신고 있는데 갑자기 부서질 거라 미처 생각도 못했어. 그것도 맨해튼에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난감한 순간. 생각하지 못한 해프닝이 벌어졌다.


모래사장이나 잔디밭이면 맨발로 걸어도 좋을 텐데... 사람들이 많아 복잡한 지하철 역 계단에서 정말이지 어색한 순간 어찌할 줄 모른 순간 고개를 들어보니 눈 앞에 세일 매장 Century21이 보이는 게 아닌가.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어제 링컨 센터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 공연 보러 가서 신발이 부서졌다면 분명 눈물이 쏟아졌을 것이다. 발레 보고 싶은데 현실이 복잡하니 눈 감고 지내다 곧 막이 내린다고.


바로 앞에 할인 매장이 보여도 한 걸음 걷기도 무척 불편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천천히 걸어갔다. 고개를 두리번두리번하다 신발 파는 곳으로 천천히 계단을 내려가다 남자들 운동복 코너가 보여 가격표도 확인하고. 드디어 목표 지점에 도착 당장 신을만한 신발을 골랐어. 1순위는 가격 만족. 2순위는 신어서 편할 것.


신발을 손에 들고 계산대에 가는 순간 아들 양말과 운동복 바지를 골랐다. 세상에 난 그동안 무얼 하고 살았을까. 할인 매장에 저렴한 옷도 많아서 웃음이 나왔어. 집에 있는 것 가운데 아들과 나와 바이올린과 노트북과 책들을 제외하고 거의 다 버리고 새로 구입하면 좋을 거 같아. 난 골동품 매장에서 산다는 생각이 들어 웃음이 나왔다. 좋게 말하면 골동품 매장이고 부정적으로 말하고 싶지 않아. 계절이 바뀌면 쇼핑도 해야 하는데 정말이지 꼭 필요한 경우 아니면 눈을 감고 지내는데 신이 내게 준 계시나. 평생 살면서 신발이 부서진 것은 처음이었다. 다리와 발이 아프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가. 뭐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살면 행복해.


월드 트레이드 센터 오큘러스 지하철역은 정말이지 화려하고 6월은 프라이드 달이라고 멋진 전시품도 보이더라. 럭셔리 지하철역 오큘러스 구경도 하고 사랑하는 브룩필드 플레이스에도 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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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6796.jpg?type=w966 브룩필드 플레이스 옆 허드슨 강 전망 멋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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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도 하고 먹고 공연도 보고 산책도 하는 멋진 브룩필드 플레이스 /프라이드 달 특별 전시회





그곳은 최근 보수 공사를 마치고 명품 매장이 들어서 쇼핑도 하고 먹고 놀기 좋은 곳. 특히 전망 좋은 허드슨 강이 비쳐서 좋고. 가끔 특별 공연도 열리고 멋진 요트가 춤추는 것을 보며 석양을 보면 행복이 밀려오는 곳.






맨해튼 오큘러스 건축물이 정말 멋져!



월드트레이드센터를 나오는 순간 그라피티도 보이고 사람들이 많아서 바라보니 근처에서 사람들이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있었다.


센추리 21에서 쇼핑을 하고 사우스 스트리트 시포트에서 열리는 전시회 보러 갔어. 너무 더워 포기할까 하다 꾹 참고 갔다. 원래 신발 사고가 아니라면 휘트니 미술관에서 비엔날레 전을 보려고 했는데 그냥 포기했어. 요코 오노 전시회가 어디서 열리는지 두리번두리번 찾다 전망 좋은 피어 17에 가서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산책하고 다시 전시회를 찾아서 길을 떠나고. 주말이라 사우스 스트리트 시포트는 얼마나 북적북적하던지. 맥주와 와인을 마시며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보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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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목적지에 도착. 보고 싶은 전시회를 찾았어.



어제 로어 맨해튼에 가기 전 오랜만에 유니언 스퀘어 반스 앤 노블 북 카페에 갔다. 몇 년 전 거의 매일 방문하던 북 카페인데 갈수록 사람들이 많아져 시장처럼 소란스럽고 복잡하니 한동안 가지 않았다. 3층 북카페 옆에 잡지 코너가 있어 뉴요커 잡지 등 보고 싶은 잡지를 읽곤 했는데. 그곳에 가면 만나는 중년 남자는 여전히 같은 모습으로 뉴욕 타임스와 책을 읽고 계셨다. 운이 좋아서 바로 빈 테이블을 발견하고 행복했어.


유니언 스퀘어 북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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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테이블은 주인은 온 데 간데없고 붉은 음료수와 무지갯빛 케이크가 놓여 있었다. 무지개 케이크 보니 어릴 적 생일날 먹은 무지개 떡이 생각나 친정 엄마가 생각났어. 내 어릴 적 동네에 지금처럼 베이커리가 많이 없고 집에서 생일 떡을 만들어 주셔 맛있게 먹었다. 과거 한국은 정말 가난했지만 따뜻한 정이 있어 좋았지.


가방을 두고 커피를 주문하고 테이블로 돌아온 순간 일본인 모자 디자이너에게 메시지가 왔다. 내일 열리는 <프라이드 퍼레이드> 보러 갈 거냐고 물었어. 깜박 잊고 있었는데 그녀 덕분에 생각이 났다. 인어 공주 퍼레이드 보러 가느라 상당한 피곤했는데 게이 프라이드 역시 볼만한 축제인데 보러 갈지 말지 아직도 생각 중. 그녀에게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서 본 몇몇 갤러리 전시회에 대해 말하니 그녀도 보고 싶다고.


서로 좋아하는 것이 비슷하면 친구가 되나. 그녀는 일본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20대 파리와 잘츠부르크 등 외국 문화에 일찍 접하고 20대 후반 뉴욕에 와서 유학 생활을 시작했으니 나랑 극과 극인 환경. 더구나 자녀도 없으니 오로지 자신 일에 집중할 수 있고. 어제도 오늘도 링컨 센터 미드서머 나잇 스윙 축제에 가서 찍은 사진을 보내서 아들에게도 보여주었다. 그녀를 처음 만난 곳은 카네기 홀. 서로 음악을 좋아하니 더 좋은 거 같다. 그녀에게 어제 휘트니 미술관에 간다고 했는데 오늘 아침 비엔날레 전시회가 어떤지 물어. 신발 사고로 가지 못했는데.


유럽도 폭염이라고 난리라고 하네. 뉴욕은 유럽처럼 폭염은 아닌데 상당히 덥다. 무엇보다 습도가 너무 높아 힘들다. 생수에 하얀 얼음 넣으면 금세 녹아버린다. 며칠 전 아파트 나무 바닥이 사하라 사막처럼 뜨거워 걷기도 힘들 정도.


놀랍고 기쁘게 오늘 아침 거실 바닥이 사막처럼 뜨겁지 않아서 좋다. 아래층 노부부 덕택이다. 아래층 노부부가 어느 인종 인지도 모르다 우리 집으로 배달된 노부부 우편물 이름을 보고서 그리스 이민자란 것을 알았다. 아들과 내가 사는데 소음을 낼 상황도 아닌데 기본 생활 소음으로 불평을 자주 하니 서로 좋은 사이가 아니지.


그런데 노부부는 날씨가 아무리 더워도 에어컨을 바로 켜지 않는다. 작년에 창가에 에어컨을 설치도 하지 않아서 알게 되었다. 2년 전 여름이 끝날 무렵 작은 에어컨을 창가에 설치했다. 정말 아끼고 절약하는 눈치다. 그런데 며칠 전 할아버지 의상이 멋진 영화배우처럼 변해서 놀랐다.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작년과 다르게 두 개의 작은 에어컨을 설치하고 켜니 우리 집 거실 바닥이 예년보다 더 시원하고 좋고 사막처럼 뜨거워 걷기 힘들 정도는 아니다. 암튼 노부부에게 돈이 많아진 모양이야. 아래층 노부부에게 찾아가 돈 버는 법을 배워야 할까.


어제는 아들이 재미있는 사진을 보여주었다. 런던 남자는 25도가 사우나처럼 덥다고 불평하고 사우디 아라비아 남자는 45도가 덥다고 불평하고. 45도와 25도는 정말 큰 차이가 있는데 나라와 사람마다 더위에 견디는 것도 달라. 45도의 폭염에 지낸 사람은 25도 온도가 덥다고 불평하면 웃을 일이지.


돈도 마찬가지. 부자들은 가난한 사람들 마음을 모른다. 왜 그리 불편하고 힘들게 사니,라고 하는데 그게 돈이 없으니 어쩔 수 없어서 그렇게 사는데 이해를 하지 못한다. 돈에 대한 개념이 너무 달라. 100-1000불도 그냥 쉽게 쓰는 사람도 있고 10-20불도 너무너무 귀하게 쓴 사람도 있고.


토요일 아침 아들과 호수에 다녀왔다. 초록 나무 그늘이 너무 좋고 바람이 불면 행복하고 장미꽃 향기 맡으며 새들의 노래 들으며 산책하는 기쁨이란! 행복 행복한 주말을 보내자. 비록 삶이 복잡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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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자꾸 궁금해지네. 노부부 분명 부자가 된 거 같은데 이유가 뭘까. 주식 부자일까. 뭐지. 부자가 되는 비법을 배우고 싶어. 부자들은 요트를 타고 파란 바다를 항해할 텐데...


또 장문의 글이 되고 말았어. 원고지 20매를 넘기고 말았어. 분명 더위 먹은 거야.



6. 29. 토요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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