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온통 무지갯빛 뉴욕 프라이드 축제

6월의 마지막 날 싱가포르에서 온 젊은이 만나고

by 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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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마지막 날 일요일 맨해튼에서 열리는 '월드 프라이드 축제'

청포도가 익어가는 계절 7월의 첫날 아침 새들의 합창 들으며 잠에서 깨어났다. 새들은 뭐가 좋은지 쉬지 않고 노래를 한다. 수년 전 아들과 함께 자주 방문하던 황금 연못도 생각난다. 집에서 왕복 7마일 정도 되는 곳에 있는 연못에 백조 가족이 살고 있어 더 반가웠다. 여름이 되면 예쁜 연꽃도 피니 모네의 연꽃 그림도 생각이 났지. 연못 옆 고속도로를 건너면 아름다운 바닷가 풍경도 볼 수 있으니 더 좋고, 무더운 여름날 아들과 이야기 나누며 어릴 적 한국에서 보던 분홍빛 분꽃도 보면서 주렁주렁 매달린 토마토도 보면서 노란 해바라기 꽃도 보면서 달리아 꽃 보면서 파란 하늘 보면서 달리며 기쁨 가득했는데 언제 다시 찾아가 봐야지. 백조 가족은 잘 지내고 있을까. 백조가 연못에서 잠든 모습을 보면 영화 같았는데 그곳에 간지 참 오래되어 간다.

어제는 6월의 마지막 날. 아침 일찍 아들과 함께 호수에서 산책하고 집에서 가까운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 여름날 지글지글 타오르는 태양을 벗 삼아 가끔은 초록 나무 그늘 아래를 걷고 바람이 불면 행복한 여름날 걷기. 호수에서 약 15분 정도 걸으면 도착한다. 마트 입구에 전시된 장미꽃 향기도 맡고 토마토 약간, 바게트 한 개, 전기 통닭구이 한 마리, 달걀 약간, 상치 , 아몬드 1팩, 돼지고기 약간을 구입했다. 당장 장을 보러 가야만 했던 이유는 달걀이 떨어져 마음이 급했다.

무더운 날이라 오븐 요리 하기는 너무 무섭고. 그런데 달걀을 깜박 잊었는데 아들이 달걀 사는 거 잊어버렸다고 하니 구입했다. 둘이서 반반 나눠 집을 향해 걷다 문득 생각하니 우리 손에 통닭 구이가 없다는 것을 발견. 분명 아침 일찍 직원이 우리에게 바비큐 소스 뿌려진 통닭을 주었는데 바구니가 점점 무거워져 마트 어딘가에 내려두고 잊어버리고 계산을 했나 봐.

아침부터 장을 보면서 소동을 피웠어. 그래도 마트에서 나오자마자 발견해 다행이었지. 다시 마트에 들어가 통닭을 샀다. 무더운 여름날이라 장 보기 소동을 벌였어. 나무 그늘 아래가 명당. 우린 나무 그늘 아래를 찾으며 걷다 예쁜 양귀비꽃, 나리꽃, 장미꽃과 봉숭아꽃과 채송화꽃도 보아 반가웠어.

어릴 적 한국에서 본 봉숭아꽃과 채송화꽃은 정말 반갑기만 하지. 친구들이 손톱에 봉숭아꽃 물들이니 가끔 빨갛게 물도 들였어. 채송화 꽃 보니 수년 전 롱아일랜드 경마 축제 보러 간 날도 생각이 난다. 집 근처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시내버스 기다리는데 멀리서 시내버스가 달려와 나도 모르게 시내버스 정류장 근처 화단에 핀 예쁜 채송화꽃 사진 담는 순간 멀리 있던 시내버스가 휙 하고 달려가 버렸다.

아,... 경마장은 자동차로 가면 편할 텐데 10살 된 소형차를 팔고 나서 택시비가 부담스러워 대중교통 이용하는데 시내버스를 수 차례 환승해야 하는데 바로바로 연결되지 않아 피곤하지. 그날 경마장에 가느라 엄청 고생을 했어. 지난달 경마 축제 보러 경마장에 가려고 했는데 자꾸 미루다 결국 안 가게 되었어. 미루면 안 되겠구나. 대중교통 이용하니 많이 불편하지만 그래도 경마장에 바람 쏘이러 가면 기분 좋은데. 우리야 도박을 하는 것도 아니지만 평소 보기 드문 경마장 보면 즐거워.

둘이서 나눠 드니 아주 무겁지 않아서 좋고. 집에 도착하니 아들이 무거운 달걀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이민 가방 몇 개 들고 뉴욕에 도착하던 해. 우리 가족이 정착하던 곳은 롱아일랜드 딕스 힐. 차 없이 지내긴 너무 불편하고 처음 도착하자마자 바로 차를 구입할 수는 없어 걸어서 장을 보러 가야만 했다. 지글거리는 태양을 벗 삼아 집에서 30분 정도 걸어서 장을 보러 가고 세탁을 하러 갔어. 왕복 1시간인데 뜨거운 여름날이라 마음 무겁고 무거운 짐 들고 집에 도착하면 녹초가 되고. 그때도 아들과 함께 장 보러 갔는데 아들이 집에 도착하자마자 아무렇지 않게 손에 든 물건을 내려두었다. 그런데 하필 달걀이었어. 말할 것도 없이 왕복 1시간 걸려 장 보러 가서 산 달걀이 깨져 속이 상했지. 속이 상하니 나도 모르게 아들에게 더 조심했어야지 했는데 어린 아들이 달걀인 줄도 몰랐어,라고 말하니 미안했어. 무더운 날 엄마 따라 장 보러 가기도 힘든데 사고가 나고 말았어. 어제는 그 시절 추억도 생각이 났어. 달걀 하면 떠오르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이지.

어제는 지난주 뉴욕 날씨에 비하면 꽤 좋은 편. 산들산들 바람도 불고. 집에서 간단히 식사를 하고 나니 오전 11시가 되어가고. 어제 뉴욕 맨해튼에서 축제가 열린 날. 축제가 열리니 평소보다 더 빨리 맨해튼에 가야 하는데 아침에 바빠서 기운이 없어서 바로 축제의 현장으로 달려가지 못하고 유니언 스퀘어 북 카페에 가서 휴식을 했다.

그곳에 가면 자주 만난 중년 아저씨도 보고 거리 사진가도 보고 몇몇 낯익은 얼굴들이 보였지만 평소와 달리 어제는 젊은 층이 아주 많았다. 북 카페 벽에는 유명 작가들 초상화가 그려지고 하얀색 정장을 입은 마크 트웨인은 담배를 피워 물고, 파리에서 죽을 고생을 했던 조지 오웰 초상화 보면 마음 아프고, 체코에서 살았던 카프카도 담배를 좋아했는지 담배 피운 모습이 그려져 있고, 인도 시인 타고르도 보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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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온 스퀘어 반스 앤 노블 북 카페 3층

커피를 마시며 잡지를 읽다 웃고 말았지. 얼마 전 뉴욕 타임지에 올려진 기사가 뉴욕 매거진 잡지 표지에 나왔어. 맨해튼 5번가 럭셔리 버그도프 굿맨 백화점 드레스룸에서 뭔가 이상한 일이 생겼다고 여자는 강력히 주장한데 남자는 부인을 하는 미스터리 사건이라 재미있어. 난 그날 현장에 있지 않아서 진실이 뭔지 잘 몰라. 대선에 출마할 뉴욕 시장은 그 사건을 좀 더 조사해야겠다고 뉴욕 타임스 기사가 마무리되어 더 크게 웃었지.

북 카페에 점점 더 많은 젊은이들이 몰려오고 프라이드 축제가 열리는 날이라 말할 것도 없이 무지갯빛 의상을 입거나 망토를 걸치거나. 북 카페에서 조금 휴식하고 나니 몸이 회복되어 서점을 나와 프라이드 축제가 열리는 5번가에 갔다. 멋진 축제 사진을 담으려면 축제가 열리기 전 몇 시간 전에 도착해 기다려야 하는데 어제는 지각생이라 좋은 사진 담기는 포기하고 잠시 축제 현장의 뜨거운 함성을 들었어.

음악이 울려 퍼지고 시민들과 퍼레이드에 참가하는 사람들 함께 춤을 추고 나 혼자만 돌부처인가. 내 몸은 움직이지 않아서 큰 일이야. 무지갯빛으로 분장한 뉴요커도 지나가고, 노란색 드레스를 입은 남자도 지나가고 멀리서 멋진 분장을 한 뉴요커도 보이나 내 작은 아이폰으로 사진을 좋은 사진을 담기는 불가능. 그래도 축제의 날이라 기념사진 찍었어.

그런데 누가 군중에게 던져주니 뭔가 하고 집었는데 뭔지 잘 몰라서 "이게 뭐예요?"라고 물으니 옆에 있는 남자가 크게 웃었어. 잠시 후 그가 "콘돔이에요."라고 하니 나도 웃었어. 이제 세상에 태어난 갓난아기도 아닌데 콘돔도 몰라 큰일이야. 아무래도 난 코미디언인가. 주위 사람들 웃게 만든 재주가 있어. 옆에 서 있던 남자는 너무너무 재미있나 봐. 나 덕분에 실컷 웃더라. 그러다 반대편에 서 있는 젊은 남자랑 이야기도 하고. 갑자기 그가 물었어.

-어디서 왔어요?

-나 여기 사는데요.

-일본 출신이에요?

-아니요.

-그럼 어느 나라에서 왔어요? 아티스트이에요?

-한국에서 왔어요. 아티스트는 아니고. 어느 나라에서 왔어요?

-싱가포르에서 왔어요. 콜럼비아 대학에서 심리학 공부하고 작년 졸업하고 취직했어요.

-축하해요!

-싱가포르는 이런 축제가 없어서 맨해튼이 너무 멋져요!

-만나서 반가워요. 싱가포르에서 온 사람 만난 것은 처음이에요.

-어머 그래요.

-아시아에서 온 사람들은 한결같이 뉴욕 문화 보고 놀라요. 또 뉴욕 문화가 멋지다고 말하지요. 다인종이 거주하니 그런가 봐요.

-

정말이지 뉴욕 맨해튼은 재미있어. 얼마 전 자라 매장에서 구입한 헐렁헐렁한 롱 원피스 입고 갔는데 무슨 아티스트야. 화장도 안 하고 맨 얼굴인데. 정말이지 삶을 속일 수 있나. 이민 가방 몇 개 들고 다른 나라에 와서 사는데. 삶이 지구보다 더 무겁지만 꾹 참고 견디고 사는데 무슨 아티스트. 나도 모르게 그 덕분에 다시 크게 웃었어.

축제에 가면 다양한 사람들 만나고 좋아. 싱가포르에서 온 젊은이에게 인어 공주 퍼레이드 축제와 거버너스 아일랜드 재즈 축제 사진 보여주니 좋아하더라. 실은 맨해튼에 살지만 모든 축제 보러 다닌 사람들은 많지 않지. 축제를 보러 가는 것도 에너지 없으면 불가능한 일.

어차피 삶은 살든지 죽든지 두 가지 가운데 하나. 난 매일 행복하게 살기로 했어. 비록 지구처럼 무거운 삶의 무게가 날 짓눌려도 행복을 찾아야지.

어제 축제는 맨해튼 그리니치 빌리지 게이 바에서 일어난 항쟁을 기념한 스톤월 항쟁 50주년 기념 프라이드. 이번엔 '월드 프라이드 (World Pride)'라 이름 지었다. 세상은 온통 무지갯빛으로 가득해. 무지갯빛 풍선, 무지갯빛 모자, 무지갯빛 양말, 무지갯빛 목걸이, 무지갯빛 나비넥타이, 무지갯빛 셔츠와 원피스와 치마, 무지개 스티커 등 세상은 무지갯빛으로 덮인다. 거리로 쏟아져 나온 시민들과 여행객들의 함성은 또 어떤가. 어제 늦게 축제를 보러 가니 영화보다 더 멋진 분장을 한 사람들 볼 기회를 놓치고 또 뉴욕 시장과 뉴욕주 지사 등 얼굴도 보지 못했어. 작년에는 하늘에서 무지갯빛 색종이가 쏟아졌어. 뉴욕에서 6월에 열리는 축제 가운데 가장 볼만한 축제.

무지개 하면 떠오른 시와 노래도 생각나지. 영국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의 <하늘의 무지개를 바라보면>과 <Over the Rainbow> 노래.

<하늘의 무지개를 바라보면>

하늘의 무지개를 바라보면 내 마음 설레니,

나 어린 시절에 그러하였고

어른이 된 지금도 그러하며,

늙어서도 그러할지니

그러지 아니하면 죽음이 나으리라.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바라노니 내 생의 하루하루가

자연을 경애함으로 이어지기를...

축제의 현장에서 나도 무지개 되어 하늘로 날아갈 거 같아 떠났어. 엄마 따라와서 죽어라 고생하는 두 자녀가 행복하게 사는 거 보고 눈을 감아야 하는데 먼저 하늘로 떠나면 안 되지.

5번가에서 유니언 스퀘어를 거쳐. 사랑하는 스트랜드에 갔지. 왜 갔냐고. 비밀이야. 그런데 스트랜드 앞에서도 특별 이벤트가 열려 구경도 하고. 쿠키도 주니 먹고 구경했지.

예쁜 나리꽃 피는 6월에 사랑하는 스테이튼 아일랜드 석양 보러 가려다 자꾸 미루고 어제는 6월의 마지막 날. 좀 반성을 하고 지하철을 타고 스테이튼 아일랜드 페리 탑승하는 곳에 가서 아들에게 집에 늦겠다고 연락을 하고 페리를 기다렸다. 페리는 30분 간격으로 운행하니 가끔은 더 오래 기다려야 하고 바로 어제가 그랬지. 정말 죽어라 고생을 했어.

IMG_6952.jpg?type=w966 스테이튼 아일랜드 앨리스 오스틴 하우스 앞 비치에서 산책하고 다시 페리 타고 맨해튼으로 돌아오는 길

스테이튼 아일랜드가 너무 멀지. 페리 타고 30분. 페리도 기다리고. 섬에 도착하면 다시 시내버스 타고. 플러싱에서 스테이튼 아일랜드 멀고도 멀어. 그런데 어제는 스테이튼 아일랜드 시내버스가 스케줄대로 운행하지 않고. 하지만 페리를 타면 아름다운 허드슨 강 전망을 보니 행복하고 마치 여행객이 된 느낌이 들어. 하얀 갈매기 하늘을 날고 초록빛 자유의 여신상 보고 페리는 달리고. 페리를 타면 언제나 전망 좋은 2층에 올라가서 아주 전망 좋은 자리에 앉지만 어느새 사람들이 와서 내 전망을 가려버려 속도 상하고.

스테이튼 아일랜드에 도착 앨리스 오스틴 하우스에 찾아가는데 시내버스가 아주 늦게 나타나 날 골탕을 먹여 혼이 났어. 오래오래 기다리다 버스 타고 목적지에 도착. 조용한 섬에 도착해 산책하는 행복과 기쁨. 뉴욕에서 내가 사랑한 산책 장소에 가니 좋았지. 나리꽃 피는 6월 잊지 않고 방문했구나. 물론 밤늦게 늦게 집에 돌아오니 너무 피곤했어.

IMG_6936.jpg?type=w966 멀리서 맨해튼 스카이라인이 보여.

IMG_6938.jpg?type=w966 파도야 내 아픔은 다 데려가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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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6933.jpg?type=w966 스테이튼 아일랜드 앨리스 오스틴 하우스 앞 해변가 전망 아름다워/ 내가 사랑하는 산책 장소

앨리스 오스틴 하우스는 나의 사랑하는 산책장소. 오래전 그곳에 도착했을 때 낚시꾼이 1미터 정도 되는 물고기 잡아서 내가 사고 싶은데 하필 지갑에 돈이 없어. 내가 사려는데 다른 사람도 눈독을 들이니 물고기 가격은 점점 높아만 하고. 바로 잡은 생선이라 회로 먹으면 정말 맛이 좋을 거 같은데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네. 그날 이집트에서 온 여자도 만났는데 영주권을 위해 결혼하고 바로 이혼하고 재혼했다는 슬픈 이야기도 들었지. 2년 전인가 독립 기념일 날 아들과 함께 앨리스 오스틴 하우스에 가서 공연도 보고 그날 석양이 미치도록 아름다웠지. 정말 아름다운 석양은 매일 보여주지 않아.

장미의 계절 6월은 떠나고

청포가 익어가는 7월이 왔어.

7월의 첫날 아침에 미니 단편 소설 원고 분량을 쓰고 있구나. 원고지 30매가 넘어. 에릭 클랩턴 공연을 언제 한 번 보고 싶은데 티켓 가격이 너무 비싸 볼 기회를 놓치고 말았는데 기회여 내게로 오라. 아래층 노부부는 분명 부자가 된 모양이야. 창가에 멋진 커튼이 달려있어. 부자가 된 비밀이 뭘까. 나도 알고 싶어.

7. 1 월요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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