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볕 아래 맨해튼 미드타운에서 놀다.
매미가 우는 무더운 여름날 얼음 둥둥 띄어 마신 즐거움이란. 하얀 냉장고에 수박도 없으니 얼음물이라도 마셔야지. 청포도 익어가는 7월 아들과 황금연못에 가려는 계획이 자꾸만 미뤄지고 있어. 하얀 백조 가족과 푸른 바다 전망도 보고 싶은데 왜 게을러졌을까.
어제 월요일 아침 일찍 세탁을 하고 나니 기분이 좋아졌지. 세탁하면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 무거운 마음도 새털처럼 가볍게 만드는 기계 만들면 부자 될 텐데. 요즘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많다고 하는데 내가 만들어 볼까. 세탁기에 넣어 더러움 제거하듯이 지구처럼 무거운 마음을 행복하게 하는 기계 만들면 얼마나 좋겠어. 그러면 세상 사람들 모두 행복할 거야.
세탁하고 나서 장미꽃 향기 맡으며 아들과 호수에 산책하러 가고 초록 나무 숲이 얼마나 좋던지. 갑자기 신선이 된 기분이었지. 바람 부는 여름날 초록 숲 그늘 아래서 사랑하는 아들과 이야기 나누는 행복 얼마나 좋아. 어린 시절 레고 가지고 놀던 아들이 어느새 성장해 엄마랑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구나. 참 길고 긴 세월이 흘러가고 있어. 혼자서 두 아이 키우니 힘들었지. 어린아이가 보행기 타면 엄마가 좀 편한 시기라서 아들 위해 새 보행기 구입했는데 웬걸 아들은 예쁜 파란색 보행기 타려고 하지도 않아. 어린 아들이 이겼어. 새 보행기 타지도 않고 남 주었네. 아들 할머니에게 그 이야기하니 웃으시더라.
딸 바이올린 연습하는 것 보고 아들도 바이올린 배우겠다고 성화를 부려 할 수 없이 두 자녀 레슨을 시켰는데 엄마의 역할이 힘들기만 했지. 딸아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니 나 어린 시절과 교육 과정이 너무나 달라졌음을 느꼈지. 교육학 전공했지만 교육이 얼마나 변한 줄도 모르고 있다 딸 초등학교에 보내고 나서 세상 변화를 감지했다. 두 자녀 교육 참 힘들기만 했다.
서울에 사는 조카도 생각난다. 오래전 한국에 방문했을 때 여동생 집에 머물렀는데 조카가 바이올린 레슨 받는 중이라 "이모가 바이올린 가르쳐줄까" 하니 조카가 웃으며 "이모 할 줄도 모르면서 안다고 그러지."라고. "이모 바이올린 조금 할 줄 알아." "그래, 그럼 해봐." 잠시 후 바이올린 들고 켜니 조카 눈이 우주처럼 커졌어. 나이 든 이모라서 바이올린 켠다고 생각도 못했나 봐. 조카는 많이 자라겠구나.
아들이 칭찬하는 닭튀김 만들어 비빔국수랑 함께 먹고 맨해튼에 갔지. 시내버스가 달리는 동안 이웃집 장미꽃, 무궁화 꽃, 능소화 꽃도 보며 꽃이 주는 행복을 가슴에 담았지. 플러싱 지하철역에 도착해 슬픈 홈리스 만나고 맥도널드 옆에서 가방 파는 흑인 아저씨도 보고 꽃 파는 상인도 보고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갔지. 뜨거운 여름날 잠이 왜 쏟아져. 노란 조명등 비추는 곳에서 뜨거운 커피 마시며 잠을 깨웠지.
그리고 작열하는 태양 아래 맨해튼에서 걷기 시작했어. 미드타운 갤러리에 가서 전시회도 보고 신이 났어. 음악이 흐르는 조용한 갤러리 얼마나 좋아. 친절한 직원이 내 얼굴을 알아보니 미소를 지었지. 낯선 작가 작품들 보며 내 영혼도 아름다워졌을까. 맨해튼 담은 작품도 보고 예쁜 꽃을 담은 그림도 보고 빨간색 조각품도 보고 기분은 룰루랄라. 내 마음은 하늘로 날아갔을까. 룰루랄라 룰루랄라. 맨해튼이 주는 기쁨과 즐거움 마음껏 누려야지.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풍경 아닌가. 무더운 여름날 말없이 날 데리고 온 운명의 여신이 어느 날 말없이 날 데리고 어디로 갈지 누가 알겠어.
럭셔리 매장 가득한 맨해튼 5번가 지나면서 멋진 쇼윈도도 구경했지. 눈이 즐거운 맨해튼. 마음을 열고 눈을 크게 뜨면 새로운 세상이 보인다. <티파니에서 아침을> 영화 배경이 된 티파니 빌딩도 스치고, 트럼프 빌딩 앞 지나치니 "내 고양이가 트럼프보다 더 영리해요",라고 적은 내용도 보고 웃고, 불가리 매장도 지나고 돌체 앤 가바나 쇼윈도가 너무 멋져 내 가슴은 뛰었지. 역시 예술가는 달라. 감탄하며 바라보았지. 사랑하는 반스 앤 노블 북 카페도 지나치고.
하지만 맨해튼에 얼마나 많은 홈리스들이 있는지 알면 놀랄 거야. 홈리스들 사연도 가지가지. 뇌종양 2기에 걸려 우는 홈리스, 애완견 2마리 데리고 있는 럭셔리한 홈리스, 퇴역 군인 홈리스, 뉴욕 메트로 카드 필요하다는 홈리스, 연극배우처럼 분장한 홈리스, 브라이언트 파크 옆에서 그림 그리는 홈리스. 그녀는 왜 점점 더 체중이 늘어갈까. 그녀를 처음 만날 적 예쁜 몸매였는데 갈수록 체중이 늘어가고 있어. 하지만 그녀의 그림 솜씨는 갈수록 좋아져 내 기분도 좋아져. 또, "신이 당신을 사랑해요."라고 적은 종이를 앞에 둔 홈리스는 1센트 동전을 세고 있더라. 1센트가 아니면 얼마나 좋아.
복잡한 브라이언트 파크 사거리 코너에서는 팍스 뉴스 앵커가 거리에서 인터뷰도 하고 있더라. 잘못하다간 티브이 방송에 나오겠어. 얼른 피해야지.
어제 월요일 저녁 석양이 질 무렵 브라이언트 파크에서는 영화 상영을 하고 초록 공원 잔디밭에 사람들이 앉아서 기다리고 있더라. 시원한 맥주와 와인과 샌드위치를 먹으며 영화를 보는 뉴요커들.
보랏빛 무궁화 꽃과 장미꽃 보면서 잠시 서성 거리다 길을 걸었지. 타임 스퀘어에 가니 거리 음악가가 부른 노래를 듣고 행복했는데 잠시 후 HBO '이혼' 드라마 포스터 보고 가슴 아팠지. 사라 제시카 얼굴 표정이 지옥. 이혼이 얼마나 슬프면 사라 제시카 표정은 지옥이었을까. 행복한 부부는 이혼이 뭔지 모를 거야. 이혼이 뭐냐고 묻지도 마라. 알려고 할 필요도 없어. 이혼하면 너무 슬프니까. 이혼은 지옥처럼 슬픈데 이혼 소송으로 돈 버는 변호사도 있으니 세상 재미있어. 누군 울고 누군 웃고.
매미 울음소리는 듣기 좋구나. 매미 울음소리가 오케스트라 같아. 내게 행복 주는 매미 울음소리 들으며 글쓰기를 마친다.
7. 9 화요일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