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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너스 아일랜드 음악 축제, 007 작전 성공

매미가 우는 무더운 여름날 꿀 같은 휴식을 하니 행복이 밀려왔어.

by 김지수
매미가 우는 여름날 아들과 호수에서 산책하고, 사랑하는 거버너스 아일랜드에서 음악 축제도 보고 꿀 같은 휴식을 하고, 007 작전도 성공하니 행복한 일요일을 보냈구나.

파란 하늘에서 하얀 구름 춤추고 살랑살랑 바람이 불고 내 마음도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모처럼 습도가 낮아 숨 쉴 거 같은 일요일 하루. 기온은 28도 습도가 높으니 체감 온도는 30도라고. 그래도 다른 날에 비해 습도가 낮으니 날아갈 듯 좋았어.

그림처럼 아름다운 거버너스 아일랜드에서 열리는 음악 축제 Sandbox Percussion

그림처럼 아름다운 거버너스 아일랜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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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뉴요커들의 여름 휴양지 사랑하는 거버너스 아일랜드에 다녀왔다. 맨해튼에서 페리를 타면 10분 내에 도착하는데 집에서는 편도 약 두 시간. 사랑하는 님 만나러 2시간이면 기쁜 마음으로 달려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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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차례 환승하고 거버너스 아일랜드 페리가 뱃고동 소리 울리며 달리는 동안 뉴욕의 상징 브루클린 다리도 보니 좋고 유명 작가들이 거주한 브루클린 하이츠 전망도 보고 멀리 초록 자유의 여신상도 보고 하얀 갈매기가 춤추는 것도 본다. 그 10분 동안 난 잠시 여행객 같아서 좋고 날씨가 좋아서 더 기분 좋은 날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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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7195.jpg?type=w966 매년 여름에 열리는 거버너스 아일랜드 음악 축제/ 무료/ 웹사이트에서 스케줄 확인하고 방문하면 된다.

원래 어제 열릴 예정이던 Rite of Summer Museic Festival/Sandbox Percussion이 오늘로 연기되었다. 거버너스 아일랜드에서 열린 음악 축제 수준이 아주 높고 좋아서 매년 찾아가곤 한다. 오늘은 퍼커션 공연. 퍼커션 음악도 얼마나 좋은지 몰라. 축제를 보러 온 가족들, 연인들, 친구들은 초록 잔디밭에 앉거나 빨간색 의자에 자유롭게 앉아 공연을 감상했다. 초록 나무 숲 아래서 공연을 보니 마치 영화 같았지.

뉴욕대에서 열린 공연 보며 놀랐고 가끔 줄리아드 학교에서 퍼커션 특별 공연이 열려 보곤 했지. 또 타임 스퀘어 지하철역에서 들은 거리 음악가 퍼커션 연주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그날 중세 미술관 클로이스터스에 찾아가려고 지하철을 기다리는 동안 거리 음악가의 퍼커션 연주 들으며 행복했어. 중년 흑인 남자 외모는 평범한데 퍼커션 연주는 너무 좋아 인상 깊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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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7210.jpg?type=w966 사랑하는 거버너스 아일랜드 초록 들판 멋져!

사랑하는 거버너스 아일랜드 재즈 축제와 음악 축제 등도 좋지만 무엇보다 초록 들판이 좋아. 음악 축제 보고 전시회도 보고 초록 들판을 천천히 걸었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이 얼마나 행복을 주던지. 정말 오랜만에 꿀 같은 휴식을 한 느낌이 들었다. 누가 마음속 이야기를 전부 다할까. 삶은 끝도 없이 복잡하고 매일 기도를 하면서 지내지. 맨해튼과 달리 조용한 섬이라 좋고 오늘은 다른 날에 비해 더 조용해 좋았다.

휴식은 정말 소중해. 음악 악보에 쉼표가 중요한 역할을 하듯 우리 삶에도 휴식은 정말 소중해. 그래서 무더운 여름날 휴가 받아 멀리 떠나지. 누군가는 프랑스와 체코 등 유럽 여행을 다녀오고 누군가는 여행 가려고 준비하고 있겠다. 한국 동해 바다도 너무 예쁘지. 설악산도 얼마나 좋아. 아, 그리운 한국.

IMG_7217.jpg?type=w966 세상에서 가장 작은 선풍기 켜고 작업하는 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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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런데 낯선 사람이 날 보고 소리를 질러 놀랐는데 초록 잔디밭에 아주 큰 새 한 마리가 죽어 있어 조심하라는 경고였다. 새가 죽은 바로 앞 빌딩에 들어가니 예술가 한 분이 작업을 하는데 우리 집 엄지 손가락 선풍기보다 더 작은 선풍기를 켜고 작업하니 웃었어. 세상의 한 복판 뉴욕에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 평생 본 적도 없는 아주 작은 선풍기에 비하면 우리 집 선풍기는 엄마 선풍기야. 기준을 어디에 두냐에 따라 달라지는구나. 부와 행복도 그러하지. 세상의 귀족들과 비교하면서 불행하다고 말 한 사람도 있고 가진 게 없어도 매일 행복하게 지낸 사람도 있고 삶의 가치와 기준에 따라 행복도 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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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7221.jpg?type=w966 거버너스 아일랜드에서 페리 타고 맨해튼으로 돌아오는 길

축제와 전시회를 보고 초록 들판을 걷다 다시 뱃고동 울리며 출발하는 페리를 타고 맨해튼에 돌아와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왔다.

IMG_7177.jpg?type=w966 플러싱 주택가에 핀 무궁화 꽃

IMG_7170.jpg?type=w966 플러싱 주택가에 핀 봉숭아 꽃

일요일 아침 아들과 함께 호수에 산책을 하러 갔고 초록 나무 숲에서 매미의 울음소리 들으며 산책하다 집 근처 마트에 장을 보러 가는 길 무궁화 꽃, 봉숭아꽃, 장미꽃, 나리꽃 등을 보며 걸었다. 한국에서 본 꽃은 뉴욕에서 보면 반가울 수밖에 없어.

바람 불면 행복한 일요일 아침. 마트에 도착하니 노란 해바라기 꽃이 우릴 반겨주고 고등학교 시절 자주 들은 영화 음악 <대부>의 주제곡이 흘러서 고등학교 단짝 친구도 생각났다. 지금 어디서 무얼 할까. 함께 음악을 자주 들은 친구인데. 그때 난 이민에 대해 몰랐는데 그 친구 오빠는 필리핀에 갔다고 하니 지금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야. 필리핀 인건비가 아주 저렴하다는 말도 그때 들었다.

단짝 친구 남자 친구가 천체 망원경으로 하늘의 별자리 본다고 하니 우린 놀랐지. 부부 의사 아들이라 취미가 달라서 놀랐어. 어느 날 학교 도서관에서 만난 내게 멋진 집 설계해줄까요?라고 했는데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러간 거야. 세월은 분명 날개가 달린 거야. 그렇지 않아. 마음은 고등학교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수 십 년이 지나갔어. 아마 친구는 지금도 학교에서 교직 생활할지도 몰라.

오늘 아침 마트에 간 이유는 비누가 떨어져 시급했다. 그런데 세일 중인 복숭아와 토마토를 구입하고 신이 나서 비누를 깜박 잊었는데 아들이 엄마 비누 사야 한다고 말했다. 바케트 한 개도 사고 양손에 둘이서 나눠 들고 집에 돌아와 아들이 만들어준 샌드위치와 맛있는 복숭아를 먹었다. 아들에게 복숭아 정말 맛 좋다고 하니 아들이 엄마에게 한 마디 던졌어.

-엄마가 복숭아 안 좋아하겠어요? 하늘에서 천도복숭아 훔쳐 먹고 천상에서 쫓겨났는데.

아들은 아주 오래전 들은 엄마의 전생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었다. 정말 전생이 존재한가. 천도복숭아를 먹고 천상에서 쫓겨나 이 고생을 한단 말인가. 부부 둘이서 자녀 교육해도 힘든 세상이라고 하는데 수 천 마일 떨어진 남의 나라에 와서 사니 말로 할 수 없는 고생이지. 자녀 한 명과 두 명의 차이도 정말 크고. 뉴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왔으니 얼마나 힘든 세월을 보냈는지 몰라. 가족이나 친척이나 친구들 도움을 받았으면 덜 힘들었겠지. 새로운 나라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은 멀리서 보면 아름답게 비출지 모르지만 현실은 정말 막막하지. 단 한 가지도 쉬운 게 없고 하루하루 도전과 배움의 연속이다.

맛있는 식사를 하고 난 맨해튼으로 출발했어. 아들에게 오후 마트에서 화장지, 밀가루, 설탕 등을 배달시키라고 부탁을 하고 떠났는데 아들에게 연락이 왔다. 마트 온라인으로 들어가니 엄마가 말한 가격과 다르다고.

맨해튼 홀 푸드는 무료 배달이 되지만 플러싱에는 홀 푸드도 없고 한인 마트는 무료 배달하지도 않은데 얼마 전 오픈한 마트에서 50불어치 이상 구입하면 배달된다는 말을 듣고 처음으로 시도했는데 가격이 더 비싸다고 하니 놀랐어. 품목당 2불씩 더 비싸면 택시 비용보다 더 비쌀 거 같아.

그래서 아들에게 직접 마트에 가서 직원에게 만약 50불어치 이상 구입하면 무료 배달되는지 물어보라고 했다. 직원에게 확인하니 배달이 된다고. 그럼 007 작전 성공이야. 정말 007 첩보 영화가 생각났어. 만약 묻지 않았다면 모를 뻔했어. 뭐든 시도를 해야 해. 플러싱에 살면서 처음으로 무료 배달하니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 차가 있다면 달려갈 텐데 10살 된 소형차 팔고 나니 장 보기도 쉽지 않아.

매미가 우는 여름날 아들과 호수에서 산책하고, 사랑하는 거버너스 아일랜드에서 음악 축제도 보고 꿀 같은 휴식을 하고, 007 작전도 성공하니 행복한 일요일을 보냈구나.

오늘 밤도 폭죽 소리 들려오네. 어제도 그제도 오늘 밤도 날마다 폭죽 터지는 소리가 들려와.

7. 7 일요일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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