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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브라이언트 파크 카네기 홀 시티 와이드

아들 걱정이 되어 일찍 집에 돌아왔어.

by 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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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브라이언트 파크에서 특별공연 보는 사람들 풍경 7.12 금요일 저녁

눈부신 파란 하늘에서 하얀 구름이 산책하는 땡볕이 내리쬐는 여름날 전봇대에 기대어 시내버스를 기다렸지. 노란 나비는 훨훨 춤을 추며 초록 잔디밭 위를 날고 내 마음은 맨해튼 위를 날고. 하얀 구름 타고 맨해튼에 가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도 하면서. 아니면 초록 바람 타고 맨해튼에 가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도 했지.

어제는 공포스러운 전기세와 크레디트 카드 빌도 갚았다. 무시무시한 뉴욕 전기세. 한국에서 지내던 시절보다 얼마나 더 비싼지. 크레디트 카드에는 지난달 나의 삶의 발자취가 기록되어 있는데 자주 가는 북카페 커피 값과 식품값과 뉴욕 교통비와 카네기 홀 공연료와 지난달 맨해튼에서 신발이 부서져 버려 새로 구입한 신발값을 비롯 자라에서 쇼핑할 때 쓴 지출 등.

한 달도 아니고 딱 30일만 사용할 수 있는 무한 메트로 교통 값이 127불. 뉴욕시 교통비 비싸, 비싸, 비싸다. 1회 사용료는 2.75불. 자주 맨해튼에 가면 30일 무제한 카드를 이용하는 게 편리하고 더 저렴하다. 맨해튼에 살지 않은 내가 지하철을 이용하지 않을 수도 없고. 맨해튼에 사는 일본인 부자 친구들 모두 자전거를 이용하니 놀랍지 않은가.

일본인 모자 디자이너 집에 가면 20년 된 자전거가 있고 자전거를 타고 뉴욕 최고 셰프가 운영하는 다니엘 레스토랑 간다고 하니 재미있는 친구. 예일대 대학원 졸업한 수잔 역시 맨해튼 미드타운에 사는데 그랜드 센트럴 역 부근에 위치한 예일대 클럽 도서관에서 일하는데 자전거를 타고 간다고. 또 트래킹을 사랑하는 일본인 할머니는 6월 말에 인도에 트래킹 간다고 했으니 지금은 인도에 계시겠다. 그분 역시 매일 도자기 구우러 갈 때 자전거를 이용하든지 아니면 걸어서 간다고. 세 사람 모두 너무나 검소하게 사니 놀랍다. 꼭 필요할 때 제외하고 지출하지 않은 타입.

플러싱에서 7호선을 타고 맨해튼으로 향하다 74 브로드웨이 역에서 환승했다. 요즘 7호선이 냉방이 잘 된 경우는 아주 시원하고 좋고 뉴욕 지하철마다 냉방도 다르다. 왜 갑자기 74 브로드웨이 역에서 내리고 싶었는지 모르지만 그냥 내려서 천 개의 계단을 내려 지하철역에 도착해 맨해튼에 가는 F 지하철에 탑승했는데 7호선과 달리 시원하지 않아 무지개 부채를 부쳤어. F 익스프레스 지하철은 가끔은 로컬로 운행하고 그런 경우 아주 느려서 불편한데 오늘은 빨리 달려 맨해튼 미드타운 라커 펠러 센터 지하철역에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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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매그놀리아 베이커리/ 라커 펠러 센터 근처

지하철역 출구로 나오니 매그놀리아 베이커리 케이크가 나의 시선을 사로잡아 웃었어. 뉴욕 맨해튼은 눈이 호강하는 도시야. 케이크 모양이 얼마나 예쁜지. 무더운 여름날 먹기 좋은 수박 모양의 케이크도 있어서 웃었어. 아들에게 말하니 만화책에 나오는 이야기 같다고. 지난번 줄리아드 학교 근처에서 열린 인터내셔널 피아노 대회에서 수상한 학생들 공연 수준이 대단하다고 아들에게 말하니 그것 또한 만화책 내용 같다고 하니 웃었어.

매그놀리아 베이커리를 지나 부자들 잔칫집 크리스티 경매장을 지나 뉴요커가 사랑하는 부숑 베이커리를 지나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와 황금빛 보석을 보고 걷다 북 카페에 도착했는데 손님은 많고 빈자리는 없고. 괜히 갔나. 그런데 손님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음료수가 얼마나 시원하고 섹시하던지. 음료수 색이 정말 섹시하단 말이다.

반스 앤 노블 스타벅스 카페 가끔 세일해.

요즘 스타벅스 카페에서 푸라푸치노 세일한다고 아들에게 말하니 엄마도 사 먹으라고. 1개 먹으면 1개 공짜로 주는 행사. 혼자서 2개의 푸라푸치노를 어찌 먹어. 반액 세일하면 사 먹고 싶은데. 커피 한 잔에 6-7불 하면 정말 비싸단 생각이 든다. 만약 렌트비와 교통비가 무료라면 커피 한잔에 7불 하는 게 뭐 비싸겠냐만. 한 달은 왜 그리 빨리 돌아오는지 몰라. 오래전 영화 속 주인공이 렌트비 못내 주인과 트러블 생긴 장면 보면 이해가 잘 오지 않았는데 뉴욕에 오니 실감이 된다. 비싼 렌트비가 공포야 공포. 누가 홈리스 되고 싶겠어. 비싼 렌트비가 공포라서 홈리스가 되기도 하지.

북 카페에서 서성거리다 빈자리 구해 앉아 핫 커피 주문해 책을 펴고 읽으려는데 오늘따라 왜 그리 소란하던지. 사랑하는 나의 아지트가 불편하기만 했다. 오늘따라 유난히 어린 손님들도 많고 에너지 넘쳐 소란스럽고. 잠시 후 내 옆자리에 악센트 강한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아가씨 5명이 앉아 대화를 나누니 그들이 어디서 왔을까 궁금했는데 이탈리아에서 온 학생들이라고. 뉴저지에서 2주 동안 영어 연수받는 중이라고. 오늘은 맨해튼 구경하러 왔다고 하더라. 5번가 북 카페는 여행객들이 사랑하는 장소나. 여러 나라에서 온 여행객들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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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트 파크에서 특별공연이 열리면 초록 잔디밭은 사람들로 꽉 메워진다.

금요일 저녁 6시 브라이언트 파크에서 특별 공연이 열려 서점을 나와 걸었다. 걷기도 복잡한 5번가. 트렁크 든 여행객들도 많고 멋진 정장 입은 사람들도 많고 홈리스들도 많고. 공원에 도착해 장미꽃과 백합꽃과 무궁화 꽃 향기 맡으며 음악을 들었지.

브라이언트 파크는 마법사일까. 연극도 하고 댄스 공연도 열고 특별 음악 공연도 열고 프랑스어와 브라질어 등 외국어 강습도 하고 뜨개질 강좌도 하고 체스와 아트 클래스와 작가 이벤트 등 별별 이벤트가 다 열려. 나도 브라이언트 파크처럼 마법사 되면 좋겠어. 마법사 되면 무슨 주문을 외울까. 내가 원하는 모든 주문을 외우면 다 들어줄까. 세상 사람들 모두 행복하게 해 달라고 요구하면 들어줄까. 하늘을 찌를 듯 하늘 높이 올라가는 맨해튼 빌딩도 쳐다보았어.

무더운 여름날 집에서 지낸 아들은 혼자라서 에어컨도 켜지 않고 지낼 거 같아 미안한 마음에 아들이 사랑하는 메종 카이저 빵 한 개 사들고 평소보다 더 일찍 집에 돌아와 고등어조림과 고사리와 시금치와 콩나물 나물과 김치로 저녁 식사를 했다. 어제 여름 비 내리니 고등어조림이 먹고 싶었다. 오랜만에 감자와 양파 넣은 고등어조림 먹으니 맛이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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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요커가 사랑하는 메종 카이저. 아들과 나도 좋아하는 곳이라 가끔 들려 빵을 산다.

뉴요커가 사랑하는 메종 카이저는 프랑스 독립 기념일 축제라고 빵과 디저트 위에 프랑스 국기를 꽂아두어서 앙증맞더라. 7월 14일 맨해튼 어퍼 이스트 사이드 플라자 호텔 근처에서 열리는 축제 정말 좋지. 작년인가 축제 보러 갔는데 고갱 영화 티켓 받아 무료로 영화를 봤지. 플라자 호텔 옆 프랑스 영화 상영관 The Paris Theatre에서.

뉴욕 정착 초기 시절 뉴욕 타임스 영화 광고 보면서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이 어디에 있는가 궁금했는데 아주 오랜 세월이 흘러가 보았지. 삶이 뭔지 영화 한 편 보기도 쉽지 않아. 1주일 동안 영화, 뮤지컬, 전시회, 클래식 공연, 오페라 등 매일매일 다른 이벤트 보고 싶은데. 역시 난 이상적인 삶을 꿈꾼가 보다. 뉴욕에서 태어나지도 않고 20대도 아닌 40대 중반에 와서 뉴욕 문화를 조금씩 알아가는 것에도 감사하고 살아야 하는데 욕심이 너무 많은가.

꿈이 없었다면 난 뉴욕에 오지도 않았을지도 몰라. 뉴욕이 뭔지도 몰랐고 누가 내게 뉴욕에 대해 말해준 사람도 없었지. 세상에 태어나 가장 슬픈 날, 대학 시절 축제에 송창식 공연 보러 간 대강당 앞에서 펑펑 울던 날, 내 운명이 이렇구나 깨닫던 날, 오래오래 혼자 울다 지난 세월을 돌아보다 문득 뉴욕이 생각났다. 아, 그렇구나! 뉴욕에 가면 되겠어,라고 생각하니 울음이 그쳤다. 그 후로 험난한 인생이 시작되었지.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는 대가가 고통과 눈물이더라. 오랜 세월이 흘러 흘러 신천지를 발견해 기쁨의 눈물도 흘렸지. 매일 공연과 전시회를 볼 수 있는 뉴욕. 대학 시절 내가 꿈꾸던 도시야! 그 시절 내 꿈에 대해 말하면 사람들은 믿지 않았지. 그런 세상이 어디에 있냐고 하면서. 오로지 좋은 직장 구하기와 멋진 배우자랑 결혼하기를 꿈꾸더라. 과거에도 나만의 길을 오래도록 걸었고 현재도 그러하고 미래도 그러하겠지.

금요일 밤 맨해튼 메트 뮤지엄과 휘트니 미술관과 하이 라인과 레스토랑과 바 등 손님들로 복잡할 텐데 집에 돌아오니 절간처럼 조용하네. 매미도 잠들었는지 우는 소리 들리지도 않고 여름밤은 점점 깊어만 간다. 노란 반달은 점점 보름달로 변하고 있겠구나.

토요일 아들은 친구들이랑 낚시를 가고 난 어디로 갈까. 하얀 갈매기 춤추는 파란 바다 보러 갈까.

7. 12 금요일 밤

맨해튼 브라이언트 파크 특별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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