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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7월 말, 축제의 나날들

카네기 홀 재즈 공연, 브라이언트 파크, 거버너스 아일랜드 시 축제 외

by 김지수

7월의 마지막 월요일 아침이라니 믿어지지 않는다. 복잡한 일이 너무 많아서 글쓰기를 할 수 없었다. 삶이 뭐길래 이리 복잡할까. 삶이 뜻대로 되면 얼마나 좋아. 그런데 뜻대로 되지 않더라. 슬프고 복잡한 일은 비밀 창고에 보관 중이야. 매일매일 행복에 넘치는 사람도 많지만 뜻대로 안 되는 일로 힘든 사람들이 더 많겠지. 나의 에너지는 모두 사라지고 말았어. 당장 급한 불부터 꺼야 하는데 나의 에너지는 어디로 사라진 거야. 아이폰도 말썽을 부리고. 말썽꾸러기 필터가 날 골탕 먹이고 있어. 애플 매장에 가봐야 하나. 미리 예약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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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거버너스 아일랜드



어제 거버너스 아일랜드에 다녀왔다. 에너지 흐름은 아주 낮아서 갈까 말까 고민하다 시내버스와 지하철을 수 차례 환승(편도 5회 환승/ 시내버스 1회, 지하철 3회, 페리 1회/플러싱에서 약 2시간)하고 갔어. 지난 주말 뉴욕시 축제가 열렸다. 매년 열리는 문학 축제다. 오래전부터 달력에 시축제에 대해 적어두고 기다렸다. 하지만 나의 에너지 흐름이 높지 않아 섬에 도착해 잠시 행사를 보고 몇몇 전시회장을 구경하고 페리를 타고 맨해튼으로 돌아왔다. 자유의 여신상과 브루클린 브릿지와 작가들이 거주한 브루클린 하이츠와 하얀색 갈매기와 태양에 반짝이는 아름다운 강물도 보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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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인들이 초록 풀밭에서 시낭송을 한다. 무더운 여름날 시 축제를 보러 온 사람들도 많고 아이스크림과 샌드위치와 시원한 맥주를 마시면서 시낭송을 듣는다.


수년 전 1월 1일 맨해튼 이스트 빌리지에서 열리는 시 축제 보려고 티켓을 구입했다. 20불 정도였나. 큰 맘먹고 행사를 보러 갔는데 낯선 시인들이 시낭송을 하고 중간중간 공연도 했다. 새벽 2시에 막이 내린다고 하니 깜짝 놀랐다. 어린 자녀를 데리고 온 부부도 있었다. 예술가들의 도시 뉴욕 문화가 특별하지.


맨해튼으로 돌아오는 페리에 탑승했을 때 우연히 옆자리에 앉은 가족이 지하철에 탑승했을 때도 내 옆자리에 앉았다. 딸 세 명과 아들 한 명을 둔 부부. 자식 부자야. 요즘은 자녀 교육비도 많이 들어 기르기 힘들다고 자녀를 출산하지 않은 부부도 꽤 많고, 한 명만 출산한 경우도 있는데 4명을 어찌 키울까. 자녀가 있는 경우와 아닌 경우는 하늘과 땅처럼 큰 차이가 있다. 한 명과 두 명 차이도 역시 크고. 예쁜 딸 세명은 동화 속 주인공처럼 보였다. 네 명의 자녀를 키우는 부모는 얼마나 특별한가.


지난 토요일 카네기 홀 박스에 들려 재즈 공연 티켓 2장을 사고 북 카페에 갔다. 원래 그날 시 축제를 보러 거버너스 아일랜드에 다녀올 생각이었다. 그런데 복잡한 일도 많고 피곤하니 그냥 북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말았다. 북 카페 풍경은 언제나 영화 같아. 불어를 구사하는 젊은 커플은 냉커피를 마시며 행복한 이야기를 하고 마치 영화 속 주인공 같은데 무슨 내용인지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지. 옆자리에 앉은 파란색 모자를 쓴 할아버지는 책 4권을 테이블 위에 두고 메모를 하면서 책을 읽고, 어린아이 두 명을 데리고 온 젊은 엄마는 아이와 이야기하다 튜터가 오니 사라지고 말았어. 아이는 튜터랑 수업을 받고 수업이 끝날 무렵 엄마가 돌아왔다. 잠시 후 동화책을 읽어주는 젊은 아빠가 왔지. 그림처럼 보이는 행복한 가정 풍경 아닌가. 한국에서 참 보기 드문 그림 같은 모습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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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7887.jpg?type=w966 뉴욕 타임 스퀘어



그날 아들이 준비한 샌드위치 가방에 담고 맨해튼에 갔는데 북 카페에서 책과 놀다 타임 스퀘어에서 열리는 댄스 이벤트 보려고 서점을 나와 걷는데 날씨가 더워 힘들었지. 주말 타임스퀘어는 얼마나 복잡한지. 왜 그곳에 갔을까 후회를 할 정도로 많았다. 특별한 이벤트가 열리면 가는데 그날은 너무 많아 걷기조차 힘들었다. 7월 말 경이라 여행객들이 더 많아서 그랬을까. 오후 5시 반 댄스 공연 보러 갔는데 6시 15분경 시작한다고. 캐릭터는 낯선 여행객을 붙잡고 사진을 찍고 팁을 받는데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에게 "예뻐요"라고 찬사를 했다. 엄마와 어린 딸 여행객이 캐릭터 여러 명과 사진을 찍더라. 그런데 모녀는 팁을 안 주고 떠났다. 캐릭터가 화가 났다. 하지만 모녀는 웃으며 사라졌다. 잠깐 댄스 공연만 보고 떠나려고 했는데 일정은 늦어지고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도저히 댄스 볼 생각조차 사라지고 말았다. 무더위 사람들 많은 곳에 가면 훨씬 더 피곤해. 오래전 남자들 누드 본 바로 그 장소다.


타임 스퀘어를 떠나 터벅터벅 걸으며 미드타운 힐튼 호텔 맞은편에 할랄을 사러 갔다. 1 인분에 6불 가격이 좋았는데 9불로 인상되었다. 팁과 세금이 없어 좋지만 거리에서 사 먹는 음식이 9불이면 결코 저렴하다고 생각이 들지 않는다. 물론 맨해튼 물가에 비하면 저렴하지. 노란색 비닐봉지에 담고 아들을 만나러 갔다. 저녁 8시 카네기 홀에서 재즈 공연 보기 전 아들은 할랄을 먹고 난 샌드위치를 먹었다.


저녁 7시 반 경 카네기 홀에 들어가려는데 입구에서 가방을 열어 검사를 하는데 가방을 여니 개가 내 가방 속으로 들어가 킁킁 냄새를 맡았다. 가방에서 할랄 냄새가 났을까. 가방에는 책 한 권 밖에 없는데. 처음 보는 풍경이라 재미있어 웃었다. 안에 들어가니 낯선 할아버지가 여분의 표 있냐고 물었다. 2장만 샀는데 여분의 티켓이 있을 리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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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카네기 홀 직원을 만나 인사를 하고 객석에 앉아 재즈 음악 감상을 했다. 뉴욕 지각생에게 매일매일 새로움이다. 무대에서 노래를 부른 재즈 음악가를 알리가 있나. 처음 보는 보컬 재즈 음악가 노래 듣고 아름다운 재즈 음악 들으며 프랑크 시나트라와 루이 암스트롱이 생각났어. 그날도 밤늦게 집에 돌아왔다. 거의 자정 다 되어.


지난 금요일 무얼 했더라. 기억이 하얀색으로 변해가고 있어. 아, 그렇구나. 그날도 북 카페에 갔다. 핫 커피를 마시며 책과 함께 휴식을 했지. 분홍빛 드레스 입은 금발 아가씨는 내 옆에 앉아서 샌드위치와 커피와 주스를 먹고 화장을 하더라. 데이트 약속이 있었나.



IMG_7836.jpg?type=w966 뉴욕 맨해튼 브라이언트 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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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브라이언트 파크에서 열리는 특별 이벤트를 보러 공원에 갔는데 초록 공원을 가득 메운 사람들 보고 놀랐어. 무더운 여름날 모두 공원에 모여 공연을 보고 있더라. 음악은 내 취향이 아니라서 잠시 보고 떠났다. 타임 스퀘어 지하철역에 가서 로컬 1호선에 몸을 싣고 링컨 센터에서 내려 아웃 오브 도어스 축제를 보러 갔다. 지난주 수요일 개막 8월 초 까지 열리는 무료 축제(7월 24-8월 11일/ 공연 안 열리는 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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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7시가 되기 전 도착했는데 분수 쪽 입구로 가지 않고 포드햄 대학 근처 입구로 들어가니 하얀 의자에 앉을 수 있었다. 석양이 질 무렵 바람도 불고 음악도 좋아서 기분이 하늘로 날아갔어. 낯선 음악가는 첼로를 켜면서 노래를 부르고. 벨지움 출신이라고 하니 브라이언트 파크에서 만난 아가씨도 떠올랐다. 필라델피아에 요가와 명상 강습받으러 간다고 했던 아가씨. 요가와 명상 수업받으러 미국에 온다는 이야기는 그때 처음 들었다.


7월에 가기 전 끝내야 하는 일이 있는데 복잡한 일로 마음이 무겁고 에너지 흐름은 아주 낮고. 삶이 왜 이리 복잡하담. 당장 아이폰도 수선을 해야 하는데 날씨는 무덥고. 할 일은 많고. 그래도 힘을 내자. 하루하루는 선물이잖아. 매일 눈을 뜨면 받는 멋진 선물. 텅 빈 하루를 아름답게 채워야 할 사람은 바로 나. 아무리 복잡해도 아름다운 삶을 만들어가야 하지 않겠어. 삶은 늘 복잡하잖아. 그래도 희망과 꿈으로 새로운 날을 채워야지. 언젠가 언젠가 언젠가 꿈의 나라에 도착할지도 몰라. 늘 그렇게 살아왔거든. 무에서 시작해 여기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슬픈 일이 많았는지 아무도 모를 거야. 삶은 눈물이지. 슬프고 힘든 일이 얼마나 많아. 견디고 참고 기다려야지. 그렇지 않아.



7. 29 월요일 아침


* 아이폰 필터 이상으로 사진이 엉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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