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의 세계로 돌아가면 행복하다. 어릴 적 가진 거 하나도 없이 얼마나 행복했던가. 어릴 적 꿈만 꾸고 살았다. 먼 훗날 내 꿈이 이뤄질 거라 미처 생각도 못했다. 삶이 뜻대로 되지도 않고 슬픈 일도 무지무지 많지만 그래도 꿈이 있어서 늘 행복했다. 어느 날 런던, 파리, 베를린, 드레스덴, 하이델베르크, 프라하, 빈, 밀라노, 동경 등 세계 여행을 하면서 지난 꿈을 돌아봤어. 꿈을 꾸지 않았다면 세계여행은 하지도 않았겠지. 내 삶을 만들어 가는 것은 꿈, 꿈, 꿈이야. 비록 현실은 늘 암흑 속에 날 가두려고 하지만 언제나 꿈을 꾸었어. 그래서 행복했고 지금도 행복하다.
토요일 아들과 함께 지하철을 타고 US Open/Arthur Ashe Stadium에서 열리는 Kids Day 축제를 보러 갔다. 그날 아침부터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가 열렸지만 우린 나달과 조코비치 모습을 볼 수 있는 축제만 보러 갔는데 티켓을 구입해야 한다고 하니 작은 소동을 피웠다. 작년에도 같은 장소에서 봤던 축제이고 올해는 US Open에서 몇 주전 티켓을 예약하라고 연락이 와서 미리 몇 장의 티켓을 예약했다. 내가 예약한 티켓은 무료였다. 집에서 꽤 가까운 곳에서 열리는 축제니 부담된 것도 아니고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들을 볼 수 있다는 기쁨에 찾아갔는데 티켓 마스터에서 티켓을 구입해야 한다고 하니 무슨 일인지 혼동스러웠다.
이상하다 생각하면서 팬 위크 축제 보는 것을 포기하고 루이 암스트롱 스타디움에 가서 잠깐 선수들보다 다시 아서 애시 스타디움에 갔다. 곰곰이 생각하니 미리 티켓을 예약하고 받은 이메일에 스타디움 좌석표를 받은 것이 기억났다. 아들에게 이메일을 보여주고 직원에게 우리의 사정을 이야기하자 유에스 오픈 공식 웹을 다운로드하여서 티켓을 확인하라고. 그래서 어렵게 축제를 볼 수 있었다. 알고 보니 일부 티켓은 유료 일부 티켓은 무료였다.
그날 만약 내가 포기했더라면 축제를 볼 수 없었을 것이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 자녀에게도 늘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라고 말을 한다. 최선을 다하면 후회가 없을 테니.
아서 애시 스타디움에서 유에스 오픈 개막식이 열리고 라파엘 나달, 로저 페더러, 노박 조코비치 등의 경기가 열린다.
우린 늦게 입장했고 하늘 높은 좌석에 앉아서 어린아이들의 함성을 들었다. 어린아이를 데리고 온 젊은 부부도 보고 어린아이들은 풍선 방망이를 들고 있었다. 내가 잘 모르는 가수들이 노래를 부르고 나날과 조코비치 모습을 보았다. 전설적인 선수들이 나타나면 아이들은 풍선 방망이를 들고 고함을 쳤다.
유에스 오픈 테니스 티켓은 저렴하지 않지만 어린이들을 위해 다양한 행사를 무료로 진행함이 좋아 보였다. 물론 아서 애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부 티켓은 유료였지만. 선수들을 가까이 만날 수 있는 좌석에서 어린아이들은 아주 큰 연녹색 공을 들고 전설적인 선수들의 사인을 받으려고 기다렸다.
US Open 축제장에 가면 아주 많은 사람들이 연녹색 공을 들고 다닌다. 테니스 공은 작아서 처음에 무슨 공이 저리 크지 의문이 들었는데 알고 보니 전설적인 선수들의 사인을 받으려고 준비한 특별한 공이었다. 유에스 오픈 본선 경기가 열리기 전 예선전(팬 위크)이 열리고 어린아이들은 선수들의 사인받으러 다니느라 아주 바쁘다. 올해도 우린 선수들에게 사인받을 수 있다는 것을 깜박 잊고 그냥 예선전 경기를 보러 몇 차례 갔다.
토요일은 잠시 동심으로 돌아가 어린이가 되어보는 날이었다. 낯선 가수들 노래를 들으며 전설적인 선수들 보는 것만으로 내게는 기쁨이었다. 또 어느 날 내게 주어진 모든 것들이 다 사라질지 누가 알겠어. 순간을 붙잡지 않으면 놓치고 만다. 쓸데없는 걱정을 할 필요도 없다. 인간은 하늘의 뜻을 피할 수도 없다. 각자에게 주어진 길을 감사한 마음으로 천천히 걷다 보면 종착역에 도달하겠지.
평생 욕망 없이 살아도 고통스럽고 무거운 삶인데 부, 권력, 명예, 성공 등 욕망이 크면 하루하루 얼마나 번뇌가 가득할까. 난 자유롭고 평화롭고 사랑 가득한 삶이 좋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내가 원하는 삶을 평생 추구하며 살았다. 나의 한계 안에서 최선을 다했으니 후회도 없다. 다른 사람을 의식하면서 내 꿈을 까맣게 만들지 않았다. 어릴 적 내 꿈은 수 십 년이 지나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 몇 개의 악기를 배우고 몇 개의 스포츠를 배우고 세계여행을 하고 글을 쓰고 등. 실제로 많은 꿈들이 이뤄지고 있다. 어느 날 이민 가방 몇 개 들고 다른 나라에 와서 사니 지하 인간처럼 살고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