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9일 토요일
춥다. 춥다. 춥다. 금방이라도 하얀 눈이 내릴 거처럼 추운 토요일 플러싱 메인스트리트 지하철역이 정상 운행을 하지 않아 불편함에도 맨해튼에 갔다. 11월 주말마다 지하철로 불편하기만 하다. 정상 운행을 안 하면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 불편함을 느끼니 지하철이 정상 운행을 하면 행복을 맛본다. 주말 편도 4회 환승해 맨해튼에 도착했다. 꽁꽁 얼어버릴 거처럼 추우니 지하철은 홈리스 집이 되나 보다. 지하철은 마치 할로윈을 생각나게 할 정도로 공포다. 승객들이 앉을 수 없는 홈리스들 흔적이 보여 빈자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앉지 못하는 승객들이 많다. 뉴욕 아파트 렌트비가 공포가 아니라면 이토록 많은 홈리스들이 고통을 받지 않을 텐데 걱정이다. 라커 펠러 센터 근처 5번가에서 임신한 젊은 여자는 홈리스라고 도와 달라고 하면서 울고 있으니 참 가슴 아팠다. 혼자의 몸도 아닌 임신부라면 삶이 얼마나 더 무거운가.
토요일 카네기 홀에서 저녁 8시 독일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 공연이 열렸다. Mariss Jansons 지휘자 건강이 안 좋아 젊은 지휘자 Vasily Petrenko로 변경되었다. 오케스트라 공연은 첫날보다 더 좋았다. 아들은 이틀 연속 공연을 보기 힘들다고 하니 혼자서 공연을 보러 갔다. 독일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 공연 이틀째 난 그만 후반부 쇼스타코프브치 교향곡 10번을 감상하다 졸고 말았다. 전반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 2악장은 정말 아름다웠다.
Bavarian Radio Symphony Orchestra
Vasily Petrenko, Conductor
Rudolf Buchbinder, Piano
WEBER Overture to Euryanthe
MOZART Piano Concerto No. 23 in A Major, K. 488
SHOSTAKOVICH Symphony No. 10
카네기 홀에서 특별 공연이 열리면 음악을 사랑하는 팬들이 찾아오니 언제나 즐거워. 독일어 구사하는 제프도 만나 어제 공연이 어떠했냐고 물으니 소프라노 디아나 담라우(Diana Damrau)가 부르는 독일어를 알아들을 수 없다고 불평을 했다. 도서관에서 일하는 제프도 자주 카네기 홀에서 만나곤 한다.
고등학교 시절 독일어를 배웠지만 까맣게 잊어버린 나로서는 소프라노가 부르는 음악만 들었다. 잊어버린 독일어가 어찌 들리겠어. 어제 그녀 컨디션이 안 좋다고 무대 앞에서 공식적인 발표가 있기도 했다. 그냥 음악만 듣는 입장에서 그녀의 컨디션이 안 좋다고 감안하면 내게는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뉴요커들 음악 감상 수준이 너무 높고 까다롭다는 말도 자주 듣는데 실제 그런다. 난 작년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 공연이 어제 보다 훨씬 더 좋았다. 어제 공연은 현악 부분 연주가 좀 더 좋았으면 또 악기별 음색을 지휘자가 좀 더 조절했으면 좋았을 거라 생각했다. 작년과 같은 지휘자인데 공연은 달랐다. 가끔 유명한 오케스트라 경우도 금관악기 연주가 음정이 틀려 귀에 거슬리는데 어제는 나쁘지는 않았다. 한국에서 녹음된 음반으로 들을 때 잘 몰랐는데 자주 라이브 공연을 듣다 보니 갈수록 귀가 예민해지고 뭐든 그러하듯 개인별 취향이 달라 음악 감상도 다르게 듣는 것도 재미있다.
처음으로 카네기 홀에 온 콜럼비아 대학에서 라틴어 문학 강의를 하는 젊은 학자도 만나 즐거웠다. 그가 학자라고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 뉴욕에 온 지 얼마 안 되었다고. 그래서 어디서 왔냐고 물으니 텍사스 휴스턴 출신이라고. 그 후 직업이 뭔가 물으니 놀랍게 아이비리그 콜럼비아 대학에서 강의를 한다고 하니 놀라웠다. 휴스턴과 뉴욕은 비행기를 타면 약 3시간 반 걸린다고. 생각보다 가깝네. 휴스턴에 여행 간 적은 없는데 대학 동창도 살던 곳이라 아주 낯설지 않고 따뜻하고 살기 좋은 곳이란 말을 들었다. 휴스턴에서 태어나 휴스턴에서 박사 과정을 하고 처음으로 뉴욕으로 옮겨 와서 처음으로 카네기 홀에 공연을 보러 왔으니 특별한 기념일이 되겠다. 그의 부인도 젊고 아름다웠다. 커플이 내게 사진을 찍어 달라고 부탁하니 사진도 찍어주었다. 뉴욕은 음악을 사랑하는 분에게는 천국이란 말을 하면서 줄리아드 학교와 맨해튼 음대에서 1년 700회 이상 공연이 열리고 무료 공연이 상당수 차지하고 가끔 마스터 클래스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고 말하고 콜럼비아 대학 밀러 시어터 등 여러 곳에서 무료 공연이 열린다고 말씀을 드렸다. 콜럼비아 대학과 뉴욕대에서 강의하시는 학자들은 학교에서 제공하는 아파트에 사니 렌트비가 들지 않는다고 하니 웃으셨다. 맨해튼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다양한 정보를 듣게 된다. 비싼 렌트비가 공포이지만 저렴하게 또는 렌트비를 한 푼도 내지 않고 사는 학자분들도 있다. 박사 과정 마치고 대학에서 일자리 찾는 것은 힘들고 어려우나 뉴욕처럼 렌트비 비싼 도시에서 무료로 살면 얼마나 좋은가.
중국 출신 유학생도 만났다. 매네스 음대에서 공부하는 피아니스트도 전에도 만났는데 우리의 만남은 두 번째였다. 바흐와 고음악을 사랑한다고 하니 맨해튼 미드타운 고음악 공연에 대해서도 알려주었다. 그도 내게 차이나타운 레스토랑 식사비가 저렴하다고 하니 언제 한 번 방문해야겠다. 신선하고 가격도 저렴하고 양도 많아서 두 끼의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하니 얼마나 좋아. 맨해튼 물가가 너무 비싸니 음식이 저렴하고 신선한 음식이라면 언제나 환영이다. 스페인어를 배워서 더 많은 스패니시 친구들과 소통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외국어를 알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부잣집 출신이냐고 물으니 그렇지 않다고. 그럼 비싼 유학 비용은 어떻게 하냐고 물으니 친척들에게 도움을 받는다고 하니 놀랐다. 한국과 중국 문화가 다른 듯 짐작을 한다. 아주 오래전 중국인 의사들 만나면 함께 닥터 오피스 운영한 것을 보곤 했지만 한인 의사들은 개인 오피스를 선호했다. 요즘 한국에서 친척 도움을 받아 유학을 하는 경우도 있나. 난 들어본 적이 없다.
맨해튼 음대를 졸업한 플루리스트도 오랜만에 만났다. 어제 만난 수잔 할머니 남자 친구분이다. 서로 포옹하며 인사를 나눴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건강은 좋아 보였다.
너무너무 추운 날 나의 피난처는 맨해튼 어퍼 이스트사이드 유대인 뮤지엄과 5번가 반스 앤 노블 북 카페. 뉴욕은 추운 겨울날이 되면 천국과 지옥으로 나뉜다. 난방되는 곳은 천국 안 되는 곳은 지옥. 추위가 공포다. 한국에서는 추위가 뭔지 잘 몰랐다. 오죽하면 정착 초기 난방 문제로 그 힘든 이사를 하고 말았을까. 레너드 코헨 전시회를 보러 가고 다시 한번 전시회를 보러 가야지 했는데 이미 막이 내린 전시회. 대신 다른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토요일 유대인 뮤지엄은 종일 무료라서 좋고 레너드 코헨 전시회 볼 때는 너무 복잡해 정신을 잃을 정도로 차분히 갤러리를 둘러볼 수도 없었다.
아메리칸 미술전 전시회를 보는데 그림보다 더 멋진 풍경이 눈에 들어오는 것 아닌가. 할아버지가 휠체어에 앉은 할머니를 태우고 전시회를 보고 계셨다. 참 아름다운 풍경이다. 지팡이를 들고 온 노인들도 꽤 많고 뮤지엄 전시회가 무료니 부담 없이 미술관을 찾는 문화.
유대인 박물관 근처 센트럴파크에 들어가 국화꽃도 보고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 레저 부아도 잠시 바라보았다. 영화 <마라톤 맨>에서 더스틴 호프만이 달리던 호수다. 아주 오래전 재미있게 본 영화인데 줄거리도 다 잊어버렸다. 그 후 5번가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북 카페로 왔다. 북 카페는 따뜻하니 좋았다. 언제나 인기 많은 곳이라 빈자리 찾기는 어렵기만 하고 자리를 양보하면 얼굴에 미소를 짓는 사람들. 사람들의 행복한 미소를 자주 보았다. 북 카페에서 나오니 파란색 불빛으로 빛나는 엠파이어 스테이튼 빌딩도 보았다. 라커 펠러 센터를 지나니 반짝반짝 은빛으로 가로수가 빛나고 있었다. 사람들 가슴을 설레게 하는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