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New York Classical Players

by 김지수


11월 10일 일요일


천근만근 무거운 몸으로 한인 김동민 지휘자가 창립한 New York Classical Players 공연을 보기 위해서 맨해튼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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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York Classical Players



맨해튼 어퍼 웨스트사이드 콜럼비아 대학 부근 교회에서 저녁 6시 공연이 열렸는데 추운 날인데도 교회는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놀랐다. 미리 예약을 했고 입구에서 예약을 확인하고 안에 들어가 맨 뒤 빈자리에 앉아서 공연을 감상했다.


TAKEMITSU / Requiem

MOZART / Symphony No. 29

RAVEL / Pavane Pour Une Infante Defunte

MOZART / Sinfonia Concertante K. 364.




한국 연세대에서 비올라를 전공하고 미국에 유학 와서 인디애나 주립 대학에서 비올라와 지휘를 복수 전공한 뉴욕 클래시컬 플레이어스 음악감독이자 김동민 지휘자. 어느 날 대학 도서관에서 노숙자가 음악을 듣는 것을 보았다고. 그다음 날도 계속해서 음악을 들은 노숙자가 기억에 남아서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 모두 즐길 수 있는 단체 New York Classical Players를 창립하게 되었다고 한다. 지난가을 플러싱 타운홀에서 백혜선 피아니스트와 협연을 했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연주였다.


창단 10주년을 맞으니 얼마나 기쁠까. 10년 동안 무료 공연 준비를 위해 얼마나 애를 썼을지. 일반인은 무료로 공연을 볼 수 있지만 공연을 열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하다. 음악회를 위해 기부금을 모으는 일 역시도 힘들다. 감사한 마음으로 공연을 봤다.


일요일 모차르트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곡이 정말 예뻤다. 보스턴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바이올린 강의를 하는 바이올리니스트와 줄리아드 학교와 커티스 음악원에서 비올라 강의를 하는 비올리스트의 협연을 했다.


실은 카네기 홀에서 이틀 연속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 공연을 보느라 몸이 지쳤다. 카네기 홀에서 음악 감상을 하다 졸아버린 것은 아마도 처음이다.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0번 연주도 아름다웠는데 그만 졸고 말았으니. 이틀 갑자기 추운 것도 이유고 추운 날 맨해튼에서 종일 시간을 보냈으니 피로가 훨씬 더 심했다. 근사한 식사라도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허기만 채웠다. 여행객이 아니니 집안 일도 해야 하고 플러싱에서 맨해튼까지 교통도 불편하다. 그리고 매일 맨해튼 외출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맨해튼에서 종일 분위기 좋은 카페와 레스토랑 순례하면서 하고 싶은 거 다 하면 엄청난 돈이 필요하다. 돈이 어디 있어야 가능하지. 아지트에서 커피 한 잔 사 먹고 가끔 노란 바나나 사 먹고 아들이 준비한 도시락 먹고 카네기 홀 공연도 본다.


추운 날 맨해튼은 극과 극으로 나뉘고 난방이 되는 곳은 천국 같고 아닌 곳은 지옥 같다. 추워서 난방이 된 곳을 찾아 여기저기 옮겨 다녔다. 또, 주말 플러싱 지하철이 말썽을 부렸다. 정상 운행이라도 불편한데 정상 운행을 하지 않으면 훨씬 더 피곤하다. 맨해튼 어퍼 이스트 사이드 체코 문화원에도 미리 예약을 했지만 도저히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일요일 저녁 맨해튼 음대에서도 오페라 공연이 열렸지만 컨디션이 안 좋아 New York Classical Players 공연도 끝까지 보지 않고 일찍 떠나 지하철을 탔다.


아, 그런데 일이 꼬이기 시작. 116가 콜럼비아 대학 지하철역에서 로컬 1호선에 탑승 96가에서 익스프레스에 탑승하려고 내렸는데 실수였다. 바로 익스프레스가 오지 않으니 기다려야 했는데 그런 경우는 차라리 1호선을 타고 타임 스퀘어 역에 가는 편이 더 낫다. 승객들은 많고 오래오래 기다려 익스프레스를 타고 타임 스퀘어에 도착. 다시 111가에 가는 7호선을 기다리고. 오래 기다리다 7호선에 탑승. 111가 역에서 내려 플러싱 메인 스트리트 역에 가는 무료 셔틀에 탑승. 플러싱에 내려 시내버스를 타러 갔는데 그만 1시간 가까이 기다렸다. 그러니까 편도 5회 환승했다.


한 밤중 플러싱에서 시내버스에 탑승할 때 청년이 기사랑 한바탕 했다. 왜 1시간을 기다리게 하냐고 물으니 기사는 기사 스케줄에 맞춰 도착했다고. 어떤 기사의 잘못인지 몰라. 대중 교통비는 비싼데 말도 없이 1시간을 기다리게 하는 것은 분명 잘못이다. 하필 내 가방에 읽을 책도 없었다. 너무 피곤하니 책도 담지 않았다. 차라리 1시간 동안 카페에서 휴식이라도 했으면 좋았을 텐데 곧 오겠지 기대하며 기다렸다. 수 십 명 승객들의 가슴이 타버렸다.


아, 가끔씩 말썽을 피우는 뉴욕 시내버스. 왜 하필 내가 타는 시내버스가 자주 말썽을 피운가 몰라. 1시간 동안 기다릴 줄 알았다면 차라리 공연을 다 보고 집에 돌아올 텐데 빨리 와서 아들과 함께 식사를 하려고 했는데 버스로 골탕을 먹었다. 일요일 늦잠을 자고 일어나 글쓰기를 하니 피로가 조금 풀렸는데 일요일 밤 시내버스가 제 시각에 도착하지 않았다.


주말 지하철이 정상 운행하지 않을 때는 맨해튼 외출을 자제해야 하는데 음악이 뭐라고 맨해튼에 가서 죽을 고생을 했담. 지옥을 다녀온 거처럼 피곤이 밀려왔다. 맨해튼에 산다면 맨해튼 음대에서 오페라 공연도 보고 줄리아드 학교에서 공연도 봤을 텐데 맨해튼과 플러싱은 너무나 다르다.


공연은 마법 같다. 딱 정해진 시간 아니면 감상할 수 없으니 아주 특별하다. 멀리서 공연을 하러 맨해튼에 오는데 가만히 앉아서 공연 보는 것도 못해. 그것도 무료 공연인데. 더구나 한인 지휘자인데 하면서 외출했는데 잊히지 않을 정도로 힘든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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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 보름달도 보고 예쁜 단풍도 보았어.



차라리 장이라도 봤으면 좋았을 텐데 무작정 기다리다 시간만 하늘로 붕붕 날아갔다. 가을도 점점 깊어만 가고 붉게 물든 이웃집 가로수도 보고 밤하늘에 뜬 둥근 보름달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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