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3일 수요일
수요일 이른 아침 영하 4도. 정오 무렵인가 영하 2도. 상당히 추웠다. 아파트 실내 기온이 평소보다 5도 이상 떨어졌고 전날 밤 플러싱에서 시내버스 기다린 소동 끝에 감기 몸살 기운이 있어 아침 일어나자마자 노란 유자차를 끓여 마시고 커피도 마시고 몸을 따뜻하게 했다. 추운 날이라 매운탕이 먹고 싶어 고춧가루와 마늘과 파도 많이 넣고 끓였다. 점심 식사를 하고 메트 오페라가 보고 싶어 혹시나 하고 러시 티켓에 도전했는데 운 좋게 오케스트라와 가까운 좌석을 받았다.
요즘 메트 러시 티켓 구하기 거의 불가능하다고 하는데 이번 시즌 두 번 러시 티켓에 도전했는데 두 장 모두 오케스트라와 가까운 곳이었다. 수 백 불 하는 티켓을 25불에 구입했으니 기분 좋은 날. 행운은 항상 찾아오지 않으니 감사함으로 오페라 티켓을 구입했다. 400불 하는 티켓은 불가능한 꿈이지만 25불 러시 티켓은 뉴욕에서 최고로 멋진 선물이야. 오페라 팬에게는 3시간 동안 오페라 감상하니 이보다 더 멋진 게 어디 있겠니.
줄리아드 학교에서 자주 만나는 쉐릴 할머니 생일이라 혹시 만나면 주려고 초콜릿을 구입하고 메트 박스 오피스에 가서 러시 티켓 찾고 줄리아드 학교에 가서 공연을 감상했다.
Piano Performance Forum
Wednesday, Nov 13, 2019, 4:00 PM
Sonatenabend
Wednesday, Nov 13, 2019, 6:00 PM
11월이면 매일 공연을 감상할 수 있어서 좋다. 지하철 타고 맨해튼에 가면 천재 학생들 공연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 줄리아드 학교 피아노 공연도 좋고 혹시나 쉐릴 할머니를 만날까 기대를 했는데 만나지 못했지만 자주 만난 노인들과 내게 언젠가 "함께 춤을 출래요?"라고 말했던 중년 남자도 봤다. 화장기 없는 중년 여자에게 춤을 추자고 하니 얼마나 어색했겠어. 너무나 어색해서 거절도 어색하게 하고 말았는데 그도 나의 거절이 아주 어색했던 눈치다. 언젠가 토요일 오후 만난 그리니치 빌리지에 사는 백발 할머니도 지팡이를 짚고 오셨다. 음악 사랑하는 분에게 맨해튼은 천국이지. 쇼팽, 리스트 슈만의 피아노 곡도 아름다웠다.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도 오랜만에 들었는데 언제 들어도 아름다운 곡. 아들 바이올린 선생님이 녹음해 준 음악 CD에 들어서 더 자주 듣곤 했다.
저녁 7시 반 메트 오페라 <나비 부인> 공연을 시작했다. 일본 나가사키에 주둔 중인 미군 해군 장교 핑커튼과 게이샤의 처절하고 슬픈 사랑 이야기다. 수년 전 메트에서 처음으로 입석표를 구해서 본 오페라다. 푸치니의 대표적인 오페라에 속하고 인기 많아서 그해 마지막 공연이라 어쩔 수 없이 입석표를 구해서 감상했는데 3시간 동안 서서 오페라 관람하는 팬들도 많아서 놀라고 난 처음이라 피곤하고 나비 부인 오페라가 정말 멋지다는 감명을 받지 못했다. 아마도 수요일 밤 본 푸치니 <나비 부인> 오페라는 내게 메트에서 두 번째 같아. 11월 14일 목요일 홍혜경이 미미로 출연하는 <라보엠> 오페라라 상영할 예정이나 지난번에 봤던 오페라서 약간 망설이다 <나비 부인> 러시 티켓에 도전했는데 무대 앞 가까운 곳이라 그냥 구입하고 말았다.
많은 기대를 하고 가지 않았는데 나비 부인 역을 맡은 중국인 소프라노 Hui He 목소리가 너무 아름다웠다. 내게 메트에 오페라 감상하러 갈 때 그 정도 수준의 아리아를 부르면 좋겠다고 바람을 갖지만 사실 모든 오페라 공연이 만족스럽지는 않다. 핑커튼 해군 장교는 원래 출연하기로 한 테너가 몸이 아파 대역으로 Bruce Sledge 테너가 불렀는데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갑자기 대역으로 출연하는데 나비 부인과 어찌 호흡을 그리 잘 맞출까 놀랍기만 했다.
저녁 7시 반에 시작하고 밤 10시 45분경 막이 내리고 두 번의 휴식 시간이 주어지는데 게이샤 역할 비중이 아주 커서 소프라노가 상당히 힘들 거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오페라 2막에 흐르는 허밍 코러스도 정말 아름답고 오케스트라 연주도 좋고 무대 장식도 단순하지만 시적인 느낌이 흘러서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살짝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나비 부인 오페라 <어떤 개인 날> 아리아다. 나비 부인 오페라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만족스럽게 부른 중국인 소프라노가 다른 부분 아리아에 비해 <어떤 개인 날> 아리아의 만족도가 약간 낮아서 정말 어려운 아리아나 보나 짐작을 했다. 가만히 앉아서 듣는 것과 아리아를 부른 것과는 하늘과 땅 보다 더 큰 차이가 있겠지.
나비 부인은 해군 장교 핑커튼과 결혼하고 미국으로 떠나버린 남편을 기다린다. 원래 부잣집 출신인데 게이샤가 된 나비 부인. 남편이 미국으로 떠난 뒤 아들을 출산하고 돌아오겠지 라는 희망으로 기다리는데 3년이 흐른 후 핑커튼이 미국에서 결혼한 부인과 함께 돌아온다. 핑커튼과 영사는 게이샤가 혼자 아들을 낳아서 기른지도 몰랐다. 영사가 찾아와 나비 부인의 아들을 보고 이름이 뭐냐고 물으니 '슬픔'이라고 말하고 만약 아버지가 돌아오면 '기쁨'이라고 하니 얼마나 극과 극으로 대비되는가. 영사가 만약 핑커튼이 돌아오지 않으면 어떡하겠냐고 물으니 다시 게이샤로 돌아가든지 죽든지 두 가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겠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나비 부인. 3년 후 남편 핑커튼을 만났지만 그의 부인을 보고 충격에 빠지고 자살해 버리는 나비 부인. 핑커튼 부인은 나비 부인의 아들을 미국에 데리고 가서 자신 아들처럼 키우겠다고 하고 나비 부인은 아들에게 엄마가 널 버렸다고 원망하지 말하는 말을 하고 죽음을 선택한다. 나비 부인 오페라는 사랑과 배신이라는 아주 통속적인 줄거리다. 푸치니 곡이 정말 아름답다는 것을 느꼈다. 나비 부인은 핑커튼을 포기하고 부잣집 남자와 결혼을 할 수도 있는데 자살을 선택하고 만다. 영원한 사랑이면 얼마나 좋아. 그런데 비극으로 막을 내린 사랑도 참 많다. 사랑은 천국 배신은 견디기 힘든 지옥 같지.
오페라가 너무 아름다워 만약 부자가 된다면 집에 오페라단을 창설하고 싶다는 상상도 했다. 오페라 정말 멋지다. 오페라 팬들에게는 뉴욕은 뭐니 뭐니 해도 오페라가 최고다. 매일 밤 오페라를 감상하고 싶다. 아름다운 목소리 속으로 숨고 싶어. 그럼 고통은 사라질 거 아냐. 메트에서 오페라 보고 나오니 밤하늘에 노란 달 떠 있던데 내가 춥고 외로울 까 봐 플러싱 집까지 달님이 따라왔더라. 쇼팽, 브람스, 리스트, 슈만, 푸치니 곡을 감상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으니 천국에서 산책했어. 날마다 이렇게 좋은 날이 되면 좋겠다.
베네수엘라에서 살던 블로그 이웃이 노르웨이 오슬로로 이사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베네수엘라는 생존하기 힘든 환경이고 오슬로는 세계 행복 지수 1위의 도시. 사랑과 배신처럼 극과 극으로 대비된다. 남편 따라 그리스 아테네, 러시아 페테르스부르크, 베네수엘라, 노르웨이 오슬로 등으로 이동하니 힘들고 어려운 점도 많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 살게 되니 좋은 점도 많겠다. 언어가 다른 나라에서 사니 삶이 도전적이겠어.
인터넷 세상이니 지구촌 소식을 듣게 되니 좋구나. 페북이나 블로그나 브런치를 통해 세계 여행도 할 수 있고. 지구촌 여기저기 흩어져 살기도 하고 자주 여행 떠난 사람들도 많아서 가만히 앉아 세계 여행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북유럽에 속하는 노르웨이는 부유한 나라고 세계 행복 지수 1위이지만 가난하게 사는 이민자들이 많다고 하니 지구촌 어디나 마찬가지다. 이민 생활이 그림처럼 예쁘지 않다.
아들은 노르웨이 하면 고등어가 생각난다고 하니 웃었다. 뭉크의 '절규' 그림이 전시된 뭉크 미술관도 있는 오슬로. 고등학교 시절 미술 교과서에서 절규 그림을 보고 이해를 하지 못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가고 지옥 같은 현실에서 탈출하고 싶을 때 떠 오르는 그림이 바로 '절규'였다. 살다 보면 어렵고 힘든 때가 많다. 폭풍이 지나가면 평화가 찾아올 텐데 폭풍이 부는 동안 견디기가 참 힘들다.
한국에서 수능 시험도 끝났다고 하니 수험생들은 얼마나 좋을까. 모두 기대보다 더 좋은 성적이 나오면 좋겠다. 추운 날 고생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