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0일 수요일
맨해튼에 가려고 늦은 오후 집에서 출발했다. 운이 좋았는지 지옥 버스와 지옥철을 탔다. 대중교통이 늘 편하겠니. 승객이 너무 많아 집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맨해튼에 갔지. 항상 행복하면 행복이 뭔지도 모를 거야. 늘 지하철이 편하면 고마운 줄도 모를 테고. 가끔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대중교통 감사함으로 타야지. 차도 없는데.
컬럼비아대학과 맨해튼 음대 공연 스케줄이 겹쳐서 약간 고민을 했다. 컬럼비아 대학 공연은 저녁 7시, 맨해튼 음대 공연은 저녁 7시 반. 두 대학은 아주 멀지는 않지만 상당히 빠른 걸음으로도 최소 10분 -15분 정도 걸린다. 맨해튼에서 더 많은 것을 보고 싶지만 여기저기 움직이려면 상당한 에너지가 든다.
미리 맨해튼 음대에 가서 카페에서 약간 휴식하다 공연을 보러 갈까 하다 컬럼비아대학에서 열리는 공연 연주자 가운데 가끔씩 만나는 컬럼비아대학 음악 디렉터가 피아노를 연주하고 전에도 그분 연주를 볼 기회를 놓쳐서 춥고 바쁘지만 컬럼비아 대학에 공연을 보러 갔다.
가까스로 7시경 도착했는데 놀란 것은 휠체어에 탄 백발 할아버지였다. 전날 맨해튼 음대에서 바로크 앙상블 공연을 볼 때도 봤던 분이다. 추운 날 휠체어 타고 공연 보러 오니 놀랍다. 물론 할아버지를 도와준 사람이 있다. 그날 홀은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이 많았다. 슈만과 브람스 피아노 5 중주곡을 연주하는데 난 잠깐 슈만 곡만 듣고 얼른 홀을 떠났다. 맨해튼 음대 공연이 아니라면 두 곡 연주를 다 감상했을 텐데... 슈만과 브람스 곡을 좋아하니 더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달리듯 빠른 걸음으로 맨해튼 음대에 갔다.
MSM Symphony Orchestra and Symphonic Chorus: George Manahan, Conductor
Wednesday, November 20, 2019
7:30 PM - 9:00 PM
Neidorff-Karpati Hall
컬럼비아 대학 공연을 보고 맨해튼 음대에 가니 지각을 하고 말았다. 어렵게 빈자리 찾아서 공연을 감상했는데 프로그램 보니 대학 시절 자주 듣던 아랑페즈 클래식 기타 협주곡이었다.
늘 음반으로 듣던 곡이고 라이브로 감상한 것은 그날이 처음이었다. 맨해튼 음대 심포니 오케스트라 공연도 좋았다. 특히 잉글리시 혼 소리가 얼마나 아름답던지 황홀했다. 라이브로 듣는 음악과 리코딩으로 듣는 음악은 상당히 큰 차이가 있다.
오랜만에 클래식 기타 연주 들으며 대학 시절로 돌아갔다. 클래식 기타반 친구들과 선배들 모두 잘 지내고 있을까. 우연히 친구 오빠를 만나 가입하게 된 동아리반. 매주 레슨 받느라 힘들었고 처음에는 무엇보다 손가락이 많이 아팠다. 친구 오빠는 제주도에 산다는 소식을 아주 오래전 들었는데 지금도 제주도에 산지 모르겠다. 고등학교 친구와도 소식이 끊긴지도 오래고. 대학 시절 동아리반 활동하니 무척 바빴지. 매년 봄과 가을 되면 정기 연주회 준비하고 합주도 하고 듀오 연습도 했다. 몇 달 힘들게 연습하고 무대에 올라가 연주하고 나면 허탈감이 밀려온다. 대학 시절 늦게라도 바이올린을 배우려 했는데 친구 오빠가 붙잡는 바람에 클래식 기타반에서 활동했다. 한 개의 동아리도 무척 힘드니 내가 하고 싶은 사진반, 연극반, 관현악반 등은 모두 포기하라고.
줄리아드 학교에 가서도 변보경 천재 기타리스트 연주도 감상했다. 나의 기억에 그녀가 꿈은 항상 달콤하지 않아요,라고 말했던 거 같아. 꿈을 이룬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대학 시절 사랑하는 많은 것들이 뉴욕에 있어서 놀랍다. 처음으로 아랑페즈 협주곡을 라이브로 감상하니 특별했던 날. 음악의 힘은 위대하다. 슬플 때는 날 위로도 하고 기쁠 때 들어도 좋고 음악은 언제 들어도 좋기만 하다. 매일 공연을 볼 수 있는 뉴욕 얼마나 놀라워. 11월 정말 많은 공연을 보고 있다. 슈만과 아랑페즈 협주곡과 함께 아름다운 밤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