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 Thanksgiving Day

Thanksgiving Day

by 김지수

11월 28일 목요일 아침


미국 11월 넷째 주 목요일은 추수 감사절이다. 캐나다는 10월 둘째 월요일. 내일은 블랙 프라이데이


뉴욕 메이시스 백화점에서 주최한 메이시스 추수 감사절 퍼레이드가 오전 9시부터 열리는데 보러 갈 에너지가 없어서 집에 있다. 몇 년 전 추수감사절 퍼레이드 보려고 카네기 홀 근처에 갔는데 군중들에 치여 사진 한 장 찍을 수 없어서 포기하고 커피 마시고 맨해튼 미드타운을 거닐었다.


1년 내내 다양한 축제가 열리지만 축제를 보기 위해서는 상당한 열정이 필요하다. 그래도 맨해튼에 살거나 여행객이라면 더 나을 텐데 플러싱에 사는 나는 식사 준비도 하고 시내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가야 하니까 훨씬 더 많은 열정이 필요하다. 삶에서 열정 없이 이뤄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침 일찍 일어났는데 몸이 안 좋아 다시 누워서 시간을 보내다 늦게 일어나 노란 유자차를 끓여 마시고 책을 읽으며 아침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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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Wu2tljr7ZeoaYtTAVT8XJu8QSM 하버드 대학교 교정에서 거닐 때



추수 감사절 휴일은 가족끼리 모여 함께 시간을 보내는데 서부에 사는 딸은 무척 바쁘고 아들과 둘이서 조용히 맞는 휴일이다. 딸이 보스턴에 살 때 추수 감사절 버스를 타고 보스턴에 여행을 가서 하버드 대학 교정도 거닐고 찰스 강변에서 산책도 하곤 했는데 추억이 되어버렸다. 하버드대학 교정을 거닐다 칠면조 보고 웃던 기억도 생각난다. 추수 감사절 오븐에 칠면조 구워 먹는 사람들이 많다.


롱아일랜드 양로원에서 발런티어 할 때도 추수감사절 무렵에는 칠면조를 자주 먹는다. 그때 만난 노인들은 잘 계실까. 발런티어 할 때 친하던 이태리계 할머니가 안 보이고 대신 침대 위에 꽃다발이 놓여서 놀랐는데 알고 보니 하늘나라로 긴 여행을 떠나셨다. 언제 하늘로 떠날지 모르니 매 순간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야 하는데 삶이 뜻대로 되지도 않고 힘들 때가 참 많다.


아주 오래전 추수 감사절 휴일에 우리 가족은 기차를 타고 롱아일랜드 땅끝 마을' 몬탁(Montauk)'에 방문했다. 그때 우리 가족이 롱아일랜드 제리코에 살았는데 운전하기 싫어하는 난 기차를 이용했다. 제리코에서 가까운 기차역이 Hicksville (힉스빌)인데 몬탁에 가는 기차가 자주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힉스빌에서 맨해튼 방향 자메이카 역으로 가는 기차를 타고 자메이카에서 몬탁으로 가는 기차에 탑승하니 오랜 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달렸다. 그때는 휴대폰도 없이 지냈나. 사진 한 장이 없어서 서운하다. 공부할 무렵이라서 사진 담을 여유도 없었다. 대서양 파도와 하얀 갈매기가 그립다.


뉴욕 롱아일랜드는 차 없이 살기 힘든 지역이고 대중교통은 스케줄이 나와 맞지 않으면 상당히 피곤하다. 두 자녀와 함께 오래오래 기차를 타고 몬탁에 갔는데 놀랍게 사람들이 모두 어디론가 떠나고 하얀 갈매기가 우릴 반갑게 맞아주었다. 대부분 레스토랑도 문을 닫아 식사할 곳 찾느라 애를 썼고 기차역에는 커피 한 잔 사 먹을 수 있는 곳도 없고 한국과 너무나 다른 미국 문화에 놀랐다.


몬탁은 뉴욕 명소다. 영화 <이터널 선샤인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촬영지고 새해 일출 보는 것으로 명성 높고 낚시 사랑하는 사람이 자주 찾는 곳이다. 어렵게 찾은 작은 레스토랑에서 주문한 식사가 기대와 너무 달라 만족스럽지 못했고 아들이 주문한 햄버거가 차라리 더 좋았다. 난 햄버거를 좋아하지 않아 다른 음식을 주문했는데 낯선 곳에서 무얼 주문할지 고민스러울 때는 햄버거가 더 좋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식사하고 조용한 바닷가에서 산책을 했다. 바닷가 마을에 사람들이 모두 떠나 조용했지만 부동산 중개소가 얼마나 많던지 깜짝 놀라고 말았다. 맨해튼에 사는 부자들은 롱아일랜드에 별장이 있다.


또 생각나는 추억은 플로리다 여행 추억이다. 대학원에서 공부하던 무렵 추수 감사절 휴일에 두 자녀랑 함께 플로리다 올란도에 여행을 갔다. 그때 컬럼비아 대학에서 박사 학위 받은 유대인 교수님 수업이 지옥처럼 힘들고 숙제에 시달려 겨우 숙제를 제출하고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떠났다. JFK 공항에 이른 아침 도착해 기다리는데 승무원이 1등객 손님 이름을 불렀다. 너무나 평범한 의상을 입은 분이라 놀랐던 기억도 난다. 플로리다에 가니 뉴욕과 달라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없어서 상당히 불편해 호텔에서 피자를 주문했는데 하필 아들이 싫어한 Goat cheese (염소젖 치즈)였다. 더 놀란 것은 경제 위기 기사였다. 호텔에서 자고 일어나니 신문에 세계 금융 위기 기사가 실려 충격을 받았다. 그 후로 점점 더 살기 힘들어졌다. 해마다 인상되는 렌트비와 물가에 서민들은 죽을 맛이야. 정말 연말과 새해가 반갑지 않다.


매일 아침 해는 아침 7시에 뜨고 오후 4시 반이면 해가 지는데 왜 난 기운이 없담. 가을이 저물어 가는 계절 11월도 며칠 남지 않아 섭섭하다.


오랜만에 브런치에 들어와 글쓰기를 하고 있다. 밀린 일기도 천천히 적어야 할 텐데 욕심내면 아프겠지. 하루에 밀린 일기 끝내고 싶은데 여유를 갖고 써야지. 무리하면 아프니까. 정말이지 몸까지 아프면 전쟁이다. 그래도 감사의 기도를 드려야겠지. 아직 살아있잖아. 지구보다 더 무거운 삶의 무게를 견디고 숨 쉬고 살고 있다. 모두에게 행복한 휴일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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