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크 아리아 앙상블_맨해튼 음대

by 김지수

11월 19일 화요일


해는 오후 4시 반에 지고 말았다. 해는 갈수록 짧아지고 겨울이 성큼성큼 다가오나 봐. 아침 눈뜨자마자 노란 유자차를 끓여 마시며 창가로 이웃집 붉은 가로수도 바라보았다. 붉은 단풍을 볼 날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아서 귀한 풍경이다. 화요일 아침도 여기저기서 연락이 왔다. 메트에서 오페라 DVD 세일한다고 연락이 오고, 콜럼비아 대학은 공연 보러 오라고 연락을 하고, 여행사에서 내년 이집트, 요르단, 이스라엘 여행 가라고 연락이 왔는데 12박 13일에 3290불이었다. 여행을 떠난 지가 오래되어 비싼 가격인지 저렴한 지조차 모르겠다.


또, 전 프랑스 대통령 Nicolas Sarkozy을 맨해튼 어퍼 이스트 사이드 뉴욕 프랑스 대사관에서 운영하는 서점 Albertine에서 만날 수도 있는데 내가 뭐 프랑스 대통령에 대해 관심 많은 것도 아니니 가지 않았다. 혹시 서점 근처에 살면 갈 수도 있는데 아침 11시면 내게는 상당히 무리라서 포기했다. 프랑스어 책을 구입할 수 있는 멋진 서점은 맨해튼 어퍼 이스트 사이드 메트 뮤지엄 근처에 있다.


난 전 프랑스 대통령에는 관심이 없고 아들이 사랑하는 메종 카이저 빵을 좋아한다. 가끔씩 빵을 구입하는데 빵이 갈수록 더 작아져 가는 눈치다. 새해가 점점 가까워져 오고 반갑지 않아. 렌트비와 물가가 인상되니 죽을 맛이야. 빵 재료값이 인상된 것인지 갈수록 빵 사이즈가 더 작아져 간다. 메종 카이저 비닐 백에 프랑스 파리 에펠탑이 그려져 있다. 에펠탑에 노을이 물들면 아름다울 텐데 상상만 한다. 수 십 년 전 파리에 여행 갔을 때 회색빛 하늘만 보고 돌아와 아쉽다. 추운 겨울날 에펠탑 근처에서 아이스크림만 사 먹었다.


오래전 5번가 반스 앤 노블 서점에서 전 미국 대통령 클린턴도 만날 수 있었는데 반드시 책을 구입해야 하는 조건. 그날 우연히 북 카페에 갔는데 경찰 검문이 너무 심해 짜증이 났다. 낡은 가방 안에 든 아주 오래된 작은 지갑도 열어보라고 하니 당황했다. 작은 지갑 안에 폭발물을 숨기는 것도 아닐 텐데 경비가 삼엄했다.


IMG_2175.jpg?type=w966 맨해튼 음대 공연 사진 촬영 불가. 대신 공연 프로그램을 찍었다. 정말 좋은 공연. 일반인에게 무료로 공개된다.


커피도 마시며 여유로운 오후를 보내다 저녁 무렵 맨해튼에 갔다. 저녁 7시 반 맨해튼 음대에서 열리는 바로크 앙상블 공연을 보기 위해서. 플러싱에 사니 맨해튼 나들이가 아주 편하지 않은데 맨해튼 음대 바로크 앙상블 공연은 학기 중 단 1회 열리는 귀한 공연이고 바로크 음악이 정말 좋아서 찾아갔다. 타임 스퀘어 지하철역에 내려 익스프레스에 환승했는데 홈리스가 도와 달라고 구걸을 하는데 참 가슴 아팠다. 96가 지하철역에 내려 로컬 1호선에 환승 콜럼비아 대학 역에 내려서 커피를 사 마시러 갔다.


따뜻한 커피 한잔과 음악이라면 내게는 천상이야. 무얼 더 바라겠어. 그런데 직원이 하필 약간 식은 커피를 주니 속이 상했지만 아무 말하지 않고 나와 걸었다. 콜럼비아 대학에서 6블록을 북쪽으로 걸으니 추운 날이면 힘들기도 하는데 바로크 음악 공연 보기 위해서 참아야지.


매일 공연 볼 수 있는 뉴욕은 음악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천국이야. 무료 공연도 무지무지 많으니까. 음악 사랑하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기 힘들까. 왜 매일매일 공연을 보러 가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 사랑하는 연인을 자주 만나고 싶은 것과 비슷하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행복하잖아. 음악도 그렇다. 매일매일 공연을 감상해도 좋다.


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바이올린을 보고 배우고 싶었는데 대학을 졸업하고 학교에 근무하면서 첫 급여받아 악기점에 달려가 연습용 바이올린을 구입해 레슨 받기 시작했으니 얼마나 오랜 세월이 흘러간 거야. 나 어린 시절 보통 가정에서는 바이올린 레슨을 받지 않았다. 그러니 부모 탓을 할 수도 없었다. 그 후 두 자녀가 오랜 시간 동안 바이올린 특별 레슨을 받았고 방과 후 바이올린 선생님 등을 비롯 몇 분의 바이올린 선생님, 빈 대학 교수님, 줄리아드 학교 교수님, 맨해튼 음대 교수님 등에게 레슨을 받았고 난 매일 레슨 준비를 위해 도와줬다. 대학 시절에는 클래식 기타 반에서 활동을 했고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레슨을 잠시 받은 적이 있다. 아무것도 모르고 뉴욕에 왔는데 매일매일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보물섬을 발견하고 얼마나 행복했겠어. 특별한 경우는 티켓을 구입하지만 대개 무료 공연을 자주 본다. 그러니 문화생활하는데 많은 돈도 들지 않는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바이올린 보고 첫사랑에 빠져 버린 것을 장미나무 심은 것에 비유하면 장미꽃이 피는데 약 50년 가까운 세월이 걸렸구나. 난 요즘 매일 장미 정원에서 산책하는 느낌이 든다. 11월 내내 거의 매일 공연을 본 거 같아.


맨해튼 음대는 보컬과 재즈 공연이 정말 좋다. 그래서 바로크 아리아 앙상블 공연도 인기가 많고 홀은 청중들로 가득하다. 휠체어를 타고 온 할아버지도 아리아를 감상하며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음악은 정말 마법 같아. 음악을 들으면 현실 세상이 아닌 천상에서 산책하는 느낌이다. 아름다운 하프시코드, 플루트, 바순, 첼로와 바이올린에 맞춰 아리아를 부르니 행복한 가을밤을 보냈다. 한국 학생들도 꽤 많이 공부하는 학교. 갈수록 중국인 유학생 숫자도 많아져 간다.


휴식 시간 홀을 나오니 수요일 공연을 위해 Neidorff-Karpati Hall에서 리허설을 하고 있었다. 우리네 인생도 리허설이 있다면 좋을 텐데 그렇지 않아. 단 한 번뿐인 인생은 리허설이 없다. 가끔은 실수도 하면서 배운다. 자주 실수를 하고 싶지 않은데 의도와 달리 연거푸 실수도 한다.


IMG_2174.jpg?type=w966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감동적인 너무나 감동적인 보스턴 교향악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