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드 학교에서 쇼팽 곡 듣다

by 김지수

2020년 2월 12일 수요일


모처럼 비가 그쳐 기분이 좋았다.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춤추는 것을 봐도 기분이 좋고 새들의 합창도 날 즐겁게 했다. 서서히 봄은 오고 있을까. 한동안 조용하던 새들의 합창이 들려온다. 초록 풀밭에 노란 민들레꽃 지천인 풍경을 곧 보게 될까. 브루클린 식물원에 가면 사랑하는 매그놀리아 꽃 제전도 보게 되는 봄 봄 봄. 봄이 기다려진다.


내일모레가 밸런타인데이라고 자주자주 레스토랑에서 예약하라고 연락이 오는데 특별한 행사 시는 더 비싼 뉴욕 식사비를 어찌 감당하겠어. 뉴욕 레스토랑 위크 식사비도 너무 비싸서 자제를 하고 살고 함께 레스토랑에 갈 사람도 없고 참 슬프네. 아들에게 초콜릿 선물이나 할까. 초콜릿 하니 떠오르는 일본 할머니. 어쩌면 일본 할머니가 뉴욕에 곧 오련가 모르겠다. 작년 카네기 홀에서 공연 볼 때 만난 할머니는 뉴욕에 와서 매일 공연과 전시회를 보러 다닌다고 하셔 놀랐다. 적어도 70대 즈음으로 보였는데 알고 보니 20대 런던에 가서 잠시 지냈다고 그 무렵 매일 공연과 전시회를 보러 다녔다고 하니 흥미진진한 이야기였다. 70대 건강한 모습으로 여행하면 얼마나 좋을까. 오페라와 뉴욕 필하모닉 공연과 카네기 홀 공연을 자주자주 보셨던 할머니가 뉴욕을 떠날 때 선물을 구입해야 하는데 어디서 초콜릿 선물을 사야 하는지 내게 물었다. 일본에 초콜릿이 뉴욕처럼 다양하지 않다고. 뉴욕은 대형 마트에 가도 다양한 초콜릿을 판다. 영문학 전공했던 할머니는 영어 공부 열심히 해서 뉴욕에 다시 방문한다고 하니 웃었다.


Piano Performance Forum Recital

Wednesday, Feb 12, 2020, 4:00 PM

Paul Hall


오후 4시 줄리아드 학교에서 피아노 공연이 열렸다. 줄리아드 학교 웹페이지에 프로그램이 올려지지 않아 무슨 곡 연주하는지 모르고 방문했다. 학교에 도착하면 프로그램을 받고 그제야 연주할 곡을 알게 된다. 행운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쇼팽곡만 연주했다. 언제 들어도 좋은 쇼팽 곡. 세 명의 학생이 참가했는데 첫 번째 학생은 컬럼비아 대학과 줄리아드 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 그러니까 얼마나 바쁘고 힘들지 상상으로 부족하다. 컬럼비아 대학 과정이 어렵다고 소문이 났다. 그런데 음악까지 전공하니 말할 것도 없이 힘들겠다. 내 마음에 가장 든 학생은 마지막으로 연주했던 Umi Garrrett. 쇼팽이 작곡했던 24개의 전주곡 가운데 15번 빗방울 연주가 환상적이었다. 시간이 그대로 멈추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들. 꼭 카네기 홀 연주가 좋은 것이 아니다. 대체로 줄리아드 학교 Piano Performance Forum Recital은 공연 수준이 꽤 좋다. 그래서 특별한 일이 아니라면 방문하려고 노력한다.






카네기 홀에서 조성진 공연을 두 번 봤는데 그의 첫 번째 연주는 환상적 하지만 두 번째 연주는 기대를 만족시키지 않았다. 그래도 한국인 피아니스 트니까 기다려진다.



정말이지 음악 전공하는 학생이 뉴욕에 온다면 매일매일 줄리아드 학교, 맨해튼 음대, 매네스 음대, 카네기 홀, 메트 오페라, 뉴욕 필하모닉 공연 등을 보라고 권하고 싶다. 음대 공연은 거의 무료가 많고 오페라 역시 러시 티켓 사서 볼 수도 있으니까 좋고 카네기 홀 공연도 저렴한 티켓도 파니까 좋고. 열정이 있는 곳에 꿈이 핀다.



저녁 6시 프렌치 호른 연주도 잠시 들었다. 석사 과정 졸업 리사이틀 연주였는데 자주 프렌치 혼 연주가 열리지 않으니까 귀한 연주다.


지난주 무리를 했는지 감기 몸살로 너무 많이 아파 일찍 집에 돌아왔다. 냉장고가 텅텅 비어가니 한인 마트에 장을 보러 갔는데 비싼 물가에 가슴을 쓸어내렸지. 물만 먹고 살 수도 없고 하늘로 올라가는 물가. 정말 맨해튼은 보물섬이다. 지하철만 타면 마음의 보물을 캘 수 있으니까. 천재들의 공연이 바로 마음의 보물 아니겠어. 평생 날 행복하게 하는 아름다운 음악. 그래서 매일 맨해튼에 간다. 그런데 플러싱에 돌아오면 슬픈 현실 앞에 고개를 숙인다. 신데렐라 공주가 파티가 끝나고 호박 마차 타고 집에 돌아왔을 때 기분이 어떠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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