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카운터테너 마스터 클래스와 아이스쇼

by 김지수

2020년 2월 26일 수요일


겨울비 내린 날 까만색 우산 하나 들고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갔다. 맨해튼이 참 재밌는 도시야. 별별 사람 다 본다. 지하철 안에서 슬프게 구걸하는 홈리스는 세 아이를 키우는 싱글 대디라고 소개하더라. 어쩌다 그리 슬픈 인생이 되었을까. 먹을 거 입을 거 아무거나 달라고 하더라. 자식 한 명 키우기도 힘들어 출산하지 않은데 세 명이나 출산했으니 특별하다. 거리거리에서 마약 냄새도 맡고 진한 담배 냄새도 맡고 향수 냄새도 맡고 모퉁이에 앉아 구걸하는 모험가 홈리스도 보고 프랑스에서 온 여행객도 만나고 대학 총장님도 보고 올림픽 선수도 보고 거리 음악가 노래도 들었다.


맨해튼 음대에서 성악 마스터 클래스를 보고 지하철을 타고 타임 스퀘어 가는데 영화배우처럼 예쁜 미모의 아가씨가 아주 커다란 트렁크를 들고 있는데 JFK 태그가 보여 여행객이냐고 물으니 프랑스에서 왔다고 했다. 어떤 지역에서 왔냐고 다시 물으니까 파리에서 온 아가씨. 물론 그녀도 내게 어디서 왔냐고 물으니 한국에서 왔다고 했다. 무얼 하냐고 물으니 놀랍게 법을 공부한다고. 로스쿨에서 공부할 타입으로 전혀 보이지 않은데 놀랍기만 했다. 1주일 동안 뉴욕에서 머물 예정이고 전에 뉴욕에서 1년 살았다고 하니 뉴욕이 아주 낯설지는 않을 거라 짐작하고 타임 스퀘어 역에서 헤어졌다. 커다란 트렁크 들고 비행기 타고 여행 간지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기억조차 없다. 삶은 끝없이 복잡하고 그래도 매일 행복을 찾으러 맨해튼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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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5425.jpg?type=w966 뉴욕 록펠러 센터 아이스 쇼



수요일 오후 1시 록펠러 센터에서 아이스쇼가 열렸다. 지난 2월에도 본 아이스쇼를 다시 보았다. 참가한 선수 몇 명 가운데 한 명은 오래전 올림픽 선수라고. 흑인 남자 선수는 하얀 빙상에 넘어져 쓰러지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는데 바로 일어서 김연아처럼 빙글빙글 멋진 쇼를 보여 주니 관중들이 손뼉을 크게 쳤다. 음악이 흐른 가운데 보는 아이스 쇼는 멋지다. 1년 내내 열리지 않으니까 아주 잠시 열리다 그치니까 마법 같은 순간이다. 어찌 알고 다들 찾아왔는지. 불어가 들려와 고개를 돌리니 아주 어린 아들을 데리고 프랑스 여행객 같아 보였다.


오후 4시 맨해튼 음대에서 성악 마스터 클래스가 열렸다. 맨해튼 음대 성악이 정말 훌륭하고 인기가 많다. 지난번 늦게 도착해 홀 인원이 다 차서 마스터 클래스를 청강하지 못한 기억이 나 일찍 학교에 도착했다. 그럼에도 이미 홀이 거의 다 차서 놀랐다. 줄리아드 학교에서 자주 본 중년 남자 분도 오셨고 대부분 음대 학생들과 음대 교수님들. 평소와 다르게 맨해튼 음대 총장님도 오셨다. 소프라노, 테너, 메조소프라노가 부른 아름다운 아리아를 들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정말 잠시 시간이 멈춰 버린다. 너무너무 아름다운 목소리에서 장미 꽃송이가 피는 것 같다. 2월 무엇이 바빴는지 오페라 한 편도 감상하지 못했는데 오페라 보고 싶다는 욕망이 강렬해져 휴대폰으로 메트 오페라에 접속해 스케줄을 확인했다.


Anthony Roth Costanzo Voice Master Class

Master Class


Wednesday, February 26, 2020

4:00 PM - 7:00 PM

Miller Recital Hall


마스터 클래스 강사는 프린스턴 대학을 졸업하고 맨해튼 음대에서 석사 학위를 마친 카운터테너인데 현재 가장 바쁜 성악가 가운데 한 명에 속하고 메트뿐 아니라 전 세계 오페라단에 출연하나 봐. 2008년 맨해튼 음대 졸업 출신인데 십여 년이 흘러 세계적인 성악가로 자리 잡아 마스터 클래스를 하면 어떤 생각이 들지 궁금하다.


같이 공부를 해도 대학 졸업 후 각각 길이 달라진다. 문득 대학 친구들도 떠올랐다. 대학 시절 우리는 우리의 삶이 얼마나 달라질지 몰랐다. 세월이 흘러갈수록 각각 다른 모습으로 살아간다. 무엇이 우리네 삶을 그토록 다르게 하는 것일까.


록펠러 센터 채널 가든에도 봄이 오고 있다. 예쁜 꽃이 날 반겨주었다. 흐리고 비가 내란 날에도 삭스 핍스 백화점에는 수많은 성조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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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5428.jpg?type=w966 록펠러 센터 채널 가든에서 바라본 삭스 핍스 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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