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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수 Apr 04. 2020

추억 속의 뉴욕 피자

언어 장벽 높은 이민자들은 상당수 자영업을 하고 다인종이 모여사는 뉴욕에는 음식 문화가 자연스럽게 발달되었다. 코로나 19가 지구촌을 전쟁터로 만들고 이탈리아 북부 사망자가 많아져 가고 롬바르디 지역도 눈에 띄게 많아서 뉴욕 맨해튼에 있는 피자 맛집 롬바르디스 (Lombardi's)가 떠올랐다. 1905년 뉴욕에 최초로 오픈한 명성 높은 피자 가게다. 19세기 후반 이탈리아 시실리와 나폴리에서 온 이민자들이 아주 많았다. 주인은 나폴리 출신의 제나로 롬바르디(Gennaro Lombardi)였다. 위치는 맨해튼 리틀 이탈리아 스프링 스트리트에 있다. 


바쁜 리듬으로 사는 뉴요커들에게 피자처럼 간편한 음식이 어디 있을까. 뉴욕 맨해튼은 음식값이 비싸다. 피자 가격도 다양하지만 한 조각 사 먹을 수 있는 곳도 있어서 상당히 편리하고 저렴한 편에 속한다. 뉴욕에 피자가 없다는 것을 상상하기도 힘들겠지. 이탈리아 이민자들에게도 고향 맛을 느낄 수 있는 피자가 얼마나 좋을까.


뉴욕의 명성 높은 피자를 먹은 것도 우리 가족이 뉴욕에 정착한 지 아주 많은 세월이 흐른 후였다. 우린 뉴욕 여행객이 아니니까. 생존과 여행은 다르다. 돈 많은 경우라면 상관이 없겠지만 현지인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늘 낭만이 아닌 현실에 적응하고 살아야 한다. 낭만을 싫어한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겠냐만. 


두 자녀가 학군 좋은 롱아일랜드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우리 가족은 뉴욕시 플러싱으로 이사를 왔다. 어느 날 아들과 함께 그 명성 높은 롬바르디스 피자 전문집(Grimaldi's)에 방문해 주문을 했다. 라아지 피자 한판 가격이 25불 +세금+팁. 토핑 하나 추가에 4불. 항상 가격 대비 만족을 원하는 내게는 그다지 만족을 주지는 않았고 워낙 명성 높은 곳이라서 기대치가 높았는지도 모른다. 얼핏 주위를 보니 우리와 달리 피자 한 판뿐 아니라 샐러드와 음료를 주문해 먹고, 가격은 대강 100불 정도는 들 거라 판단되었다. 내게는 피자는 가격이 비싸지 않은 점이 장점인데 피자집에 가서 100불 정도 주고 먹을 생각은 애초에 없다는 것. 피자도 토핑에 따라 가격이 추가되고 취향대로 먹으려면 가격이 저렴하지 않았다. 우린 기본으로 주문해도 팁과 세금을 합하면 내 생각보다 비쌌던 추억이 있고 그 후로 방문하지는 않았다. 뉴욕은 여행객들이 1년 약 6천만 명이니 명성 높은 맛집은 여행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으니 항상 손님들로 북적북적하고 빈자리 찾기도 어렵다. 지금 코로나 19로 상황이 달라졌지만. 


아주 오래전 덤보 아트 축제(Dumbo Arts Festival)가 열리던 브루클린 덤보에 뉴욕 3대 피자로 알려진 그리말디 피자집이 있다. 아무것도 모르고 와서 어느 날 덤보 아트 축제 보러 가서 얼마나 행복했는데. 정말 뉴욕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환상적인 축제였는데 축제가 인기가 많아져가니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그러다 보니 스폰서를 더 많이 받아야 하니 상업적인 분위기가 강하니 축제의 오리지널 의미를 상실한다고 해서 중단된 축제. 


뉴욕시로 이사 온 후 어느 날 덤보에 가서 사람들 줄이 아주 길어서 물으니 피자 맛이 좋아서 밖에서 오래 기다려야 한다고 하니 호기심에 나도 줄을 서서 기다려 안으로 들어갔다. 난 혼자니까 피자 한 조각만 먹고 나오려는데 그곳은 한 판을 구입해야 하고 현금만 받는다고. 어쩔 수 없이 혼자서 한 판을 주문해 한 조각 먹고 남은 것은 박스에 포장해 집에 가져왔다. 명성이 높으면 당연 기대치가 높고 명성만큼 만족도는 크지 않았다. 브루클린 덤보에서 우리 집에 오려면 수 차례 환승해야 하는데 피자 들고 승객 많은 지하철 안에서 고생한 기억이 난다. 또 식으면 맛이 다르다. 


딸이 3월 초 뉴욕에 와서 함께 덤보에 가서 산책도 하고 갤러리도 구경하고 커피 한 잔 먹으려고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물거품으로 변했다. 과거 덤보 아트 페스티벌이 열릴 때는 지금과 달리 상업적인 분위기가 강하지 않고 소박한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뉴요커가 사랑하는 지역으로 변하고 렌트비도 하늘처럼 올라 1 베드룸에 4000불? 수년 전 기억이라 약간 오차가 있는지 모르지만 비싼 동네로 탈바꿈하고 있다. 맛집도 많고 맨해튼 스카이 라인과 브루클린 다리 전망이 무척 아름다워 웨딩 사진 촬영도 많이 한다. 대중교통 지하철역이 상당히 떨어진 곳이라 처음에는 아주 불편했는데 자주 방문하니 이젠 적응이 된다. 


피자 하면 잊을 수 없는 추억이 있다. 브롱스에 이탈리아 레스토랑으로 명성 높은 지역이 있다. 맨해튼 리틀 이탈리아보다는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 좋기도 하지만 맨해튼이 아니니까 교통 시간이 많이 걸린다. 어느 날 축제를 보러 가서 Full Moon Pizzeria 피자 가게가 명성 높다고 하니 두 자녀를 위해 피자 한 판을 나도 모르게 구입하고 말았다. 맛 좋은 거만 생각하고 집에 돌아갈 생각을 미처 하지도 못한 실수였다. 브롱스 교통이 편리하지 않고 플러싱 우리 집까지 여러 번 시내버스에 환승해야 하는데 그 복잡한 시내버스 안에서 피자 한 판과 몸살을 했다. 승객들이 많고 복잡하니 아주 큰 사이즈 피자 박스를 들고 있는 것만으로 다른 승객들에게 부담이 되어 가슴을 졸였다. 시내버스에 탑승한 순간 나의 실수란 것을 깨달았다. 피자 한 판 배달이 그리 어려울지 몰랐어. 집에 가져와 두 자녀와 함께 먹었는데 맛이 좋았다. 지금 생각하면 그 피자는 시카고 피자와 비슷한 거 같기도 하다. 수년 전 아들이 시카고에 가서 피자 먹고 맛이 좋아 엄마도 좋아할 거 같다고 사진을 찍어 보냈는데 그 피자와 비슷했다.


미국 문화를 모르고 뉴욕에 와서 충격을 받았던 피자가 있다. 롱아일랜드 제리코에 살 때 Papa John's Pizza (파파 존스 피자) 가격이 상당히 저렴해 매력적이라서 "오늘은 피자 먹을까"하면서 온라인으로 주문을 시켰고 난 미리 피자 값을 준비했다. 배달원에게 피자 값을 주자 내 얼굴을 쳐다보며 너무 작다고 하는 게 아닌가. 당황스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지만 이상해 다시 확인하니 온라인으로 피자를 주문하면 피자 값+ 세금+ 팁+배달비. 한국과 문화가 달라서 미처 생각도 못했다. 난 피자 값만 생각하고 저렴하니 주문했는데 예산보다 훨씬 더 비싸서 함부로 온라인으로 주문하지 않는다. 뉴욕 서비스 문화가 서민들에게는 무거운 짐이다. 항상 스스로 해야 한다. 




해피 아워시 이용한 피자 맛도 좋고 촛불 켜져 분위기도 좋았다.


딸이 대학을 졸업하고 연구소에서 일하니 뉴욕에 오면 가끔 동생과 엄마에게 맛집을 소개한다. 항상 경제적인 면을 고려하고 살아가는 내게는 금지 구역이 아주 많지만 딸 덕분에 새로운 곳을 알게 된다. Marta 평소 피자 가격이 꽤 비싸지만 "해피 아워" 시간을 이용하면 꽤 저렴하다고 아들과 나를 데리고 갔다. 분위기도 좋고 맛도 좋은데 그 후로 방문하지는 않았다. 작년 여름 동부에서 서부로 옮긴 후 갑자기 뉴욕에 출장을 와서 함께 방문했다. 작년 여름인데 벌써 까마득한 세월이 흐른 것 같다.



머서 키친(The Mercer Kitchen)에서 애피타이저로 준 피자 맛도 좋아. 


뉴욕 최고 셰프 장 조지가 운영하는 소호 "머서 키친(The Mercer Kitchen)" 맛집이 있다. 뉴욕 레스토랑 위크 축제가 열리면 방문해 식사를 했는데 애피타이저로 피자를 주었는데 맛도 좋지만 양이 많아 웃었다. 소호 프린스 지하철역에 내리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코로나 19로 현재는 레스토랑 문을 닫아버렸다. 


한국에서 살 때 가끔 도미노 피자를 주문해 먹었는데 아주 오래전이라 가격을 잊어버렸다. 뉴욕에도 도미노 피자가 있고 가격이 꽤 저렴한 편이라 몇 번 사서 먹었다. 한국 도미노 피자 맛은 아주 좋은데 뉴욕에서 먹은 피자는 한국을 따라갈 수 없다. 아마도 서민을 위해 가격을 아주 낮춰 만든 피자라서 맛이 다른가 모르겠다. 뉴욕 물가에 비하면 아주 저렴한 도미노 피자도 떠오른다. 


세계적인 문화 예술의 도시 뉴욕은 물가가 너무 비싸니 서민들에게는 부담스럽고 항상 경제적인 면을 고려하고 살아야 한다. 귀족층 삶은 서민과 너무나 달라. 맨해튼에 한 끼에 600불 하는 식사도 사 먹는 젊은이가 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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