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클린 코니 아일랜드 가는 지하철이 멈추다

by 김지수

2020년 8월 17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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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7266.jpg?type=w966 브루클린 코니 아일랜드


뜨거운 태양의 열기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듯하다 서서히 조금씩 수그러들고 여름이 떠나기 전 여름 바다가 보고 싶어 오랜만에 지하철을 타고 브루클린 코니 아일랜드와 브라이튼 비치에 갔다. 기억에 아마도 딸과 함께 1월 1일 코니아일랜드 폴라 베어 클럽이 주최하는 해수욕 행사를 보러 간 게 마지막이었던 거 같다. 추운 겨울 대서양에 뛰어들어 수영을 하며 새해를 맞는 이색 행사를 한다. 처음으로 구경 갔는데 너무너무 추운 날 우리가 도착한 시각은 이미 끝나 버려 볼 수도 없었다.


그 후로 코로나가 찾아와 뉴욕이 멈춰 버려 사랑하는 바다를 볼 수 없었다. 바다에서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바다를 사랑하는 나. 물론 산과 나무도 사랑하는데 바다를 보면 그냥 좋다. 뉴욕은 지하철을 타고 대서양을 볼 수 있으니까 좋다. 코니 아일랜드는 오래전 귀족들의 휴양지였는데 지하철이 개통된 후로 서민들의 휴양지로 변했다.


타임 스퀘어에서 지하철을 타고 달리면 약 1시간 정도 걸리고 플러싱에 사니까 내게는 약 2시간. 편도 두 시간이니 결코 가깝지 않아서 브루클린 나들이가 아주 반가운 것은 아니다. 왕복 4시간. 거기에 지하철이 멈춰 버리면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오늘도 그랬다. 지하철이 가다 멈추니 죽을 거 같았다.


코니 아일랜드는 우디 알렌이 영화 촬영도 하고 비욘세가 뮤직 비디오 촬영도 하고, 미국 단편 소설 작가 오헨리 작품에도 등장하는 등 명성 높다. 놀이기구도 있고 바다에서 수영도 할 수 있고 산책할 수 있으니 더더욱 좋고 매년 여름 인어 공주 축제도 열리는데 올해는 코로나로 멈춰버렸다. 정말 뉴욕의 색채를 느낄 수 있어서 좋은데 축제를 보기 위해서는 몇 시간 전에 도착해 기다려야 하니 열정 없이 축제 구경도 할 수 없다. 또, 매년 독립 기념일 네이산 핫도그 먹기 대회도 열리고 여름에 주말에 불꽃놀이도 연다고 하는데 플러싱에서는 꽤 먼 거리라 밤늦게 불꽃놀이 구경하고 집에 돌아오기는 무서워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석양이 질 무렵 산책하기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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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파란 바다가 춤추는 코니 아일랜드에 도착하면 좋겠는데 멈춰버려 브루클린 전망을 보다 문득 든 생각. 네이선 핫도그가 100년이 더 지났다고 하는데 물론 핫도그 사장은 돈 많이 벌어 부자가 되었지만 100년 이상 소시지를 먹고사는 뉴요커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서민들 삶은 100년 전과 달리 변하지 않았다는 점.


참 가난했던 한국에서 처음으로 소시지 먹던 때가 초등학교 시절이었나. 도시락 반찬에 소시지 먹으면 좋을 정도로 가난했다. 그 후로 한국은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었나. 그런데 뉴욕에 오니 100년 전에 소시지를 먹기 시작했다고.


뉴욕이 한국보다 더 빠르다. 뉴욕 맨해튼 스카이 라인을 보면 놀랍다. 1930년대 스카이 라인도 놀라운데 그때나 지금이나 서민들 삶은 팍팍하고 눈물 나게 어렵다는 것을 보고 느낀다. 브루클린 코니 아일랜드에 가는 지하철 타고 창밖 풍경을 보면 얼마나 시골인지 볼 수 있다. 한국 어느 시골 동네와 비슷할까. 한국은 아파트 문화도 얼마나 좋아. 뉴욕시와 보스턴은 오래된 아파트가 많다. 과거나 지금이나 뉴욕의 빈부차는 악명 높고 부의 분배가 고르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 뉴욕에 사니까 모두 멋진 삶을 누린 것도 아니다.


뉴욕에 아무것도 모르고 왔다. 어릴 적 재밌게 읽은 <크리스마스 선물>, <마지막 잎새>, <경찰관과 찬송가> 등을 집필한 오헨리가 뉴욕에서 활동한 줄도 몰랐다. 노숙자가 너무 추운 겨울을 보내기 두려워 차라리 감옥에 들어가 살기를 희망하는 <경찰관과 찬송가> 단편 소설 배경이 뉴욕이란 것을 알고 얼마나 놀랐던지. 수 십 년 전 그 소설을 읽으며 세상에 이런 이야기 있나 하고 놀랐는데 뉴욕에 와서 살다 보니 뉴욕 겨울 추위가 공포라는 것과 뉴욕에 가난한 홈리스들이 너무나 많은 것도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오헨리가 살던 무렵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빈부차가 크고 뉴욕에 가난 속에서 고통받고 신음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말이다. 참 슬픈 세상이다.


멈추던 지하철이 다시 달리고 마침내 코니 아일랜드에 도착했다. 좋아하는 바다를 실컷 구경했다. 오랜만에 방문하는 날 환영하는 하얀 갈매기떼도 만나 좋았다. 시원한 아이스크림과 아이스커피도 마시면서 산책로를 거닐면 더 좋을 텐데 꾹 참고 바다만 구경하고 돌아왔다.


IMG_7276.jpg?type=w966 산책로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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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7300.jpg?type=w966 브라이튼 비치 레스토랑


코니 아일랜드 바닷가에서 산책하다 브라이튼 비치로 이어지는 산책로를 걷다 오래전 만났던 가수가 떠올랐다. 맨해튼 이스트 빌리지에서 노래를 부른다는 가수와 잠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가 하와이에 집이 있다고 내게도 구입하라고 하니 웃었는데 하와이에 저렴한 지역도 있다는 것을 늦게 알았다.


집에 돌아와 석양이 지는 무렵 아들과 호수에 운동하러 갔는데 소나기의 환대를 받았다. 졸지에 물에 빠진 생쥐로 변했고 뉴욕에 와서 그리 많은 비에 젖어본 것도 처음. 두고두고 잊지 못할 여름날의 추억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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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7249.jpg?type=w966 브루클린 코니 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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