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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 인더스트리 시티와 그린 우드 묘지에서

by 김지수

2020년 8월 18일 화요일


IMG_7375.jpg?type=w966 브루클린 선셋 파크 '인더스트리 시티'


뉴욕 작가 폴 오스터가 사는 브루클린 선셋 파크(Sunset Park)에 방문했다. 그의 작품 <선셋 파크>를 읽고 방문했더라면 더 좋았을까. 맨해튼 반스 앤 노블 북 카페에서 가끔 그의 작품을 읽었지만 완독 하지도 않고 기분 내키는 대로 조금씩 읽었다. 어느 날 서점에서 열리는 작가 이벤트에서 딱 한 번 그를 봤고 어려운 시절 돈을 벌기 위해 추리 소설을 썼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도 모르게 웃었다.


선셋 파크에 갔으니까 그를 만나면 좋을 텐데 글쓰기 위해서 세상과 차단하고 사는 그를 만날 수 있겠나. 방에서 전화도 안 받고 조용히 글 쓰기에 몰입한다는 폴 오스터. 나도 그의 말에 동감한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차단된 공간이 필요하다. 책에서 읽은 기억으로는 그는 글쓰기를 할 때 컴퓨터 대신 예쁜 리본이 달린 타자기를 이용한다고 하더라.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방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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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 선셋 파크 동네 레스토랑에서 흐르는 음악이 좋았다.



아침부터 매미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무더운 여름날 브런치를 먹고 지하철을 타고 브루클린으로 향했다. 편도 4회 환승하고 브루클린 선셋 파크에 도착했고 마지막 종착지는 뉴욕 지하철 N(36th street)을 이용했다. 브루클린 방향으로 달릴 때 뉴욕 지하철 N은 브루클린 다리 전망이 보여 예쁘다. 예쁜 전망은 언제나 공짜로 실컷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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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더스트리 시티 실내 공간 인테리어가 예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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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7346.jpg?type=w966 인더스트리 시티 그라피티가 예쁘더라. 공짜니 실컷 볼 수 있다.


선셋 파크에 '인더스트리 시티'가 있다고 오래전 여행객으로부터 듣고 방문하려다 자꾸만 계획을 미루며 세월이 흘러갔다. 지하철역에 내려 경찰관에서 '인더스트리 시티'가 어디에 있냐고 묻고 도로를 건넜다. 지하철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 다행이었다.



IMG_7371.jpg?type=w966 뉴욕에서 인기 많은 중동 마켓이 선셋 파크 인더스트리 시티에도 있더라.


1890년대 부시 터미널로 불리던 산업 단지가 2013년 재개발이 시작해 새로운 공간으로 변했다. 첼시 마켓과 하이 라인이 떠올랐다. 예술가들의 감성이 묻어나 흉물 단지가 멋진 공간으로 탈바꿈한 인더스트리 시티에 스타트업이 입주하고 빈티지 숍, 카페, 바와 마트 등이 있고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린다고 하는데 난 처음이라 구경만 하다 브루클린의 명성 높은 중동 식료품 마켓 사하디(Sahadi's)가 보여서 들어가 맨해튼 트라이베카에서 구운 프렌치 바게트 한 개 사서 나왔다. 중동 마켓에 가서 엉뚱하게 프렌치 바게트 사서 나오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마트에서 파는 만들어진 음식을 구입하는 젊은이들이 많았다. 낯선 곳에 흐르는 음악도 좋고 나도 모르게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느낌이 들었다. 낯선 곳에 가면 여행객이 된 느낌이다. 음악은 언제나 좋고 초콜릿 만드는 풍경도 잠시 지켜보았다.


인더스트리 시티에 일본 음식점과 식료품 전문 슈퍼마켓이 들어선 재패니즈 빌리지가 보였고 뉴욕에서 본 일본 마켓 가운데 규모가 가장 컸다. 선셋 파크에 중국 이민자와 라틴계 이민자가 많이 산다고 들었는데 일본 이민자도 근처에 많이 사나 궁금했다. 사실 뉴욕에 일본 이민자는 많이 살지 않은 것으로 안다. 인더스트리 시티에 모자 전문점이 있어서 일본 출신 모자 디자이너도 떠올랐다. 지난 3월 카네기 홀에서 함께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려고 하다 취소된 바람에 그 후 연락이 끊겼다. 일본에 가려다 코로나로 비행기가 취소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일본 제과점 가격은 아주 저렴하지는 않으니까 커피 한 잔 마시려다 그냥 나와 빌딩 옆에 있는 1970년대 오픈한 델리 가게에 가서 작은 사이즈 커피 한 잔을 구입에서 거리 풍경 보며 마셨다. 델리 가게 커피는 가격이 저렴하니 좋다. 작은 사이즈는 1.25불. 뉴욕 한인 작가 강익중이 자주 이용했던 맨해튼 차이나타운과 커피 가격이 같다. 뉴욕 커피 가격이 5불 이상 하는 곳이 많은데 젊은이들은 맛 좋은 커피를 선호하지만 취향을 즐기기엔 너무나 복잡하고 어려운 현실. 그러니까 나의 취향은 냉동고에서 잠들고 있다. 커피를 마시고 델리 가게에서 일하는 직원에게 동네에서 갈 만한 곳이 있냐고 물으니 특별한 게 없다고 하면서 그린 우드 묘지(The Green-Wood Cemetery)에 가 보라고 추천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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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 그린 우드 묘지


1838년에 설립된 묘지니 역사도 깊다. 오래전 몇 번 방문한 적이 있고 특별 공연도 보았지만 묘지 규모가 상당히 크니 난 자세히 모른다. 브루클린에서 태어나 자란 델리 가게 직원의 소개로 다시 묘지에 들어가 산책을 했다.


삶이 복잡하고 뜻대로 안 되니까 마음이 우울할 때 날 위로하는 묘지. 7호선을 타고 맨해튼에 갈 때도 늘 묘지를 지나치곤 한다. 마음이 더 복잡하고 우울할 때는 묘지가 더 선명하게 보인다. 어차피 죽으면 한 줌의 재로 변하는데 살아있는 동안 고통을 받으며 사는 우리들. 정말 고통스러운 순간은 묘지를 생각하며 위로를 받을 정도로 뉴욕의 삶은 무한 도전이다.


그린 우드 묘지에서도 매미가 울더라. 땡볕 내리쬐는 무더운 여름날에도 묘지에서 산책하는 방문객들도 보였다. 뉴저지주에서 온 폭스 바겐도 보였고 나무 그늘 아래서 가족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더라. 수많은 묘비가 세워진 묘지 호수 근처에서 산책하다 출입구로 빠져나와 선셋 파크에 갔다. 그래도 선셋 파크에 갔으니 선셋 파크는 보아야 하지 않겠느냐. 지나가는 사람에게 묻고 찾아갔는데 우리 동네보다 더 썰렁한 공원. 공원 입구에는 홈리스 한 명이 누워 잠들고 있더라.


아무것도 모르고 뉴욕에 와서 롱아일랜드 딕스 힐에 정착해 살면서 처음으로 플러싱에 방문해 가난한 이민자들이 사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는데 세월이 흐른 후 플러싱은 유동 인구도 많고 괜찮은 지역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폴 오스터가 사는 동네 선셋 파크도 인더스트리 시티 말고 볼 게 거의 없었다. 뉴욕은 빈부차가 크고 지역별로 색채가 너무나 다르다. 아직도 브루클린은 깡시골 느낌 난 곳도 많으니 가난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짐작을 한다.


IMG_7584.jpg?type=w966 선셋 파크의 인상적인 건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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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 시내버스를 타고 브루클린 파크 슬로프(Park Slope)에 내려서 걷다 지하철을 타고 플러싱으로 돌아와 석양이 지는 무렵에 변함없이 아들과 함께 운동을 했다. 인더스트리 시티에서 산 프렌치 바케트는 맛이 좋았다. 꽤 오랜만에 맛있는 바게트를 먹었다. 바게트 한 개 가격은 2.75불. 가격은 비슷비슷한데 맛은 다르더라.


무더운 여름날이라 외출이 반갑지는 않고 코로나 전쟁 중이라 더더욱 특별한 상황에 나의 답사는 계속되고 있다. 잠들지 않은 뉴욕이 잠들어 버렸는데 갑자기 프랑크 시나트라가 부른 '뉴욕 뉴욕' 노래가 듣고 싶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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