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비즈
입력 2020.08.07 15:00
10대 후반 중국 상하이로 홀로 유학을 떠나 지난해 대학을 졸업한 최모(28)씨는 지난 5월 한국으로 돌아와 취업 준비생(취준생) 대열에 합류했다. 코로나 사태로 중국 정부가 3월 말부터 유학생과 취업자들이 기존에 발급받은 비자와 거류허가증의 효력을 정지시켰기 때문이다.
최씨는 "비자가 재발급되더라도 현지 채용 문이 사실상 닫힌 상황이라 심적으로 크게 불안했다"며 "체류비만 나가고 우울증까지 겹쳐 한국에서 직장을 찾는 게 낫다고 판단했는데 막상 오니 ‘취업 정글’에 들어온 느낌"이라고 했다. "고스펙 청년이 넘쳐나 그중에서 눈에 띌 수 있는 특이한 자격증이 뭐가 있을지 찾고 있어요."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취준생들의 답답함이 가중되고 있다. 주요 대기업들이 대규모 신입사원 공채를 폐지해 ‘취업문’ 자체가 좁아진 데다 채용 일정도 불투명하다. 여기에 미국, 중국 등 한국인 유학생이 많이 거주하는 국가들이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외국인 비자 발급을 중단하면서 현지 취업 길이 막힌 유학생들도 국내로 ‘유턴’하며 취준생 적체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마스크 착용과 손 소독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는 자격증 시험장에 수험생이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학교를 졸업·중퇴한 뒤 입사 시험을 준비 중인 취준생은 80만4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년 사이 취준생 9만명이 늘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해외 취업자 수도 크게 줄고 있어 유학생들의 ‘귀국 러시’는 이어지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2015~2019년 해외 취업자 수는 2903명에서 6816명으로 5년 연속 증가해 오다, 올해 1~ 5월 해외 취업자 수는 지난해의 33%에 불과한 2229명에 그쳤다. 특히 미국, 일본, 중국 취업자 수 감소가 두드러졌다. 코로나 사태 영향으로 주요국 일자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유학생의 취업 상황도 악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유학생 20만명이 모인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중국에서는 특히 4월부터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대며 비자 발급을 거절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졸업을 앞두고 취업 비자 승인이 막혀 한국으로 돌아가 취직 준비를 할 수밖에 없다"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3월 28일부터 코로나 해외 역유입 차단을 위해 기존에 발급받은 비자와 거류허가증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방식으로 외국인 입국을 전면 차단했다. 현재 중국 내 학교에 재학 중인 한국인 유학생 약 5만명은 대부분 한국에 머물고 있으며 교민의 30%가량이 중국으로 복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년 구직자들이 면접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조선DB
중국 정부는 지난 5일부터 순차적으로 일부 유학생과 취업비자 소지자 등에게 비자 발급 재개한다고 밝혔으나, 유학생들은 비자가 발급되더라도 코로나 여파로 현지에서 취업 기회를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 난카이대학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전모(30)씨는 석사 수료를 위해 필요한 현장 인턴직에 합격했지만 지난 3월 코로나를 이유로 무기한 연기 통보를 받았다.
비자 문제에서 자유로운 유학생들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진퇴양난의 처지에 놓였다. 셧다운 조치로 현지 불황이 심화하면서 자국인 취업조차 어려워졌다. 미국 뉴욕주립대를 졸업한 김모(27)씨는 현지에서 직장을 구하며 카페 아르바이트를 해왔으나 도시 전체가 셧다운에 들어가며 지난 5월 아르바이트 자리마저 잃었다. 김씨는 "월세를 비롯한 체류비만 해도 매달 수백만원이 나가 조만간 한국에 돌아갈 생각으로 토익, 오픽 등 자격증 시험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 산업군에 미친 코로나 여파로 하반기에도 채용시장 한파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관계자는 "신규 취업자 수는 계속 감소세를 보이는 와중에 한 자릿수 인원을 뽑는 대기업 채용에 수천명이 몰리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며 "면접장에서 절반은 해외 유명 대학 출신 지원자들인 경우도 많아 최악의 산업 업황에 이중, 삼중고를 겪는 청년들의 취업 경쟁은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