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비즈 유진우 기자
입력 2020.08.10 15:30
"부동산 시장 대격변(great reshuffling) 시대가 이제 막 열렸다."
미국 최대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 질로우(Zillow)의 리치 바튼 최고경영자(CEO)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미국 부동산 시장 판도가 완전히 뒤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CNBC에 따르면 바튼 CEO는 7일(현지 시각) 2분기 실적발표 관련 간담회에서 "이미 일상이 됐기 때문에 딱히 부연 설명할 필요가 없지만, 미국인들은 이제 매일 집에서 평균 9시간을 보낸다"며 "이 사실이 대대적인 개편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바튼 CEO가 이끄는 질로우는 미국 1위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으로 빅데이터와 머신러닝을 통해 산출된 정보를 지역성·정보 비대칭성이라는 제약에 상관없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미국판 ‘직방’이다.
바튼 CEO는 질로우가 2분기 동안 판 주택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수백만명에 달하는 미국인들이 코로나19 이후 이사를 고려하고 있다"며 "이전보다 덜 북적이는 곳, 재택근무 하기에 더 나은 곳을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탈루마의 대형 타운하우스 건축 현장. /AP연합뉴스
가령 줌을 이용한 화상회의가 미국 직장에서 완전히 자리 잡으면서 주거 공간에 대한 미국인들의 생각은 완전히 변하고 있다. 집은 ‘쉬는 곳’이고 사무실은 ‘일하는 곳’이라는 구분을 넘어 두 역할을 겸하는 ‘홈오피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고, 공원이나 체육관 대신에 뒷마당에서 운동을 하는 수요가 늘었다.
특히 재택 근무 기조가 앞으로도 최소 몇달간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자, 월세가 비싼 대도시를 떠나 사람이 적은 외곽 지역으로 주거지를 옮기려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
미국에서 특히 집값이 비싸기로 악명이 높은 서부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방 한 개짜리 임대주택 임대료는 6월 한달 동안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1.8% 하락했다. 월간 하락폭으로는 사상 최대다.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성장에 힘입어 수년간 집값이 고공행진을 벌였지만, 재택 근무에 나선 IT기업이 늘면서 임대주택 수요가 줄고 임대료가 하락한 것.
세계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곳으로 꼽히는 뉴욕 맨해튼의 임대주택 공실률 역시 6월 한달간 3.67%로 치솟았다. 교외지역 선호 현상에다 코로나19 이후 전염병에 취약한 도시 공동주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늘어난 점도 한몫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된 3월 이후 뉴욕을 떠나 교외지역인 코네티컷으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전년동기 대비 2배 이상 늘었다고 전했다. 코네티컷에서는 올해들어 5월까지 신규주택 허가 건수가 1900여건 늘었는데 이는 같은 기간 기준으로 5년 만에 최대치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해리스폴이 4월 말 미국인 약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도시 거주자들의 39%가 인구밀도가 낮은 교외지역으로 이사할 생각이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바튼 CEO는 "앞으로 최소한 몇년 동안 이런 현상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