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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어퍼 웨스트사이드와
나의 추억들

US Open 세레나 윌리엄스 승리

by 김지수

2020년 9월 3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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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9066.jpg?type=w966 링컨 센터에서 언제 다시 공연을 관람할 수 있을까


백만 년 만에 맨해튼 어퍼 웨스트사이드에 갔다. 3월 초 카네기 홀에서 요요마, 카바코스와 엠마누엘 엑스 공연을 세 번이나 보고 메트에서 두 번 오페라를 봤는데 그 후로 뉴욕이 봉쇄되어 버려 한동안 맨해튼 나들이를 가지 않았다. 메트 오페라가 5월 초면 막이 내리는데 한동안 자주 오페라를 볼 기회가 없어서 연이틀 공연을 보러 갔는데 마지막이 될 줄 미처 몰랐다. 그러니까 약 6개월의 시간이 흘렀는데 마음속으로는 백만 년도 더 된 듯 느껴진다. 어퍼 웨스트사이드는 마음이 편한 동네다. 자주자주 방문해서 마음이 포근한 지역이고 나와 추억도 참 많아서 그런가 보다. 어퍼 웨스트사이드에 보금자리도 없는데 나처럼 즐거운 추억이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지하철을 타고 센트럴파크 남쪽 부근에 내려 센트럴파크를 지나서 줄리아드 학교에 가곤 했다. 오늘도 변함없이 센트럴파크를 경유해 링컨 센터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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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9053.jpg?type=w966 평일은 센트럴파크도 조용하다.


맨해튼 어퍼 웨스트사이드에 문화 예술 공연장 링컨 센터와 자연사 박물관과 미국 민속 박물관 등과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과 반스 앤 노블 서점 등이 있고 레스토랑이 많고, 센트럴파크 웨스트에 있는 아파트에는 귀족들이 산다. 뉴욕시 아파트 입주 조건도 까다롭고 명성 높은 아파트는 돈이 많다고 입주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서류 심사 통과 후 인터뷰를 통과해야 한단다.


U2의 리드 보컬 보노도 산 레모 아파트에 살고 영화 <사랑과 영혼>의 주인공으로 나온 데미 무어도 산 레모 아파트에 살았단다. 또 존 레넌과 레너드 번스타인이 산 다코타 아파트 역시 명성 높다. 플라자 호텔을 설계한 건축가가 다코타 아파트도 설계했단다. 대학 시절 로버타 플랙의 노래도 자주 들었는데 그녀도 다코타 아파트에 살았다고 하니 놀랐다. 그 외 지휘자 토스카니니, 프랑크 시나트라,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라흐마니노프, 에드가 앨런 포와 스팅도 어퍼 웨스트사이드에 살았단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와 <You've Got Mail (유브 갓 메일)> 과 <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영화 촬영지이기도 하다.


한국 작가 김환기도 오래전 뉴욕 맨해튼 어퍼 웨스트사이드에 살면서 작업을 했단다. 뉴욕 무명 시절 그의 그림은 팔리지도 않았는데 요즘은 최고가를 기록한다. 한국에서 가끔 그의 작품을 보곤 했고 록펠러 크리스티 경매장에서도 그의 그림을 본 적도 있다. 김환기는 1963년 제7회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한국 대표로 참가하여 회화 부분에서 수상하고 현대 미술의 도시 뉴욕에서 머물기로 결정한다. 무명 시절 뉴욕에서 엄청 고생 고생했다는 것도 뉴욕에 와서 알았다. 뉴욕 시절 그의 그림이 비싼 값에 팔렸다면 그 많은 고생을 하지 않았을 텐데 왜 팔리지 않다 사후 비싼 값에 팔릴까. 그림의 세계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참 많다.


카네기 홀에서 만난 벨기에 출신 할머니 말씀에 의하면 어퍼 웨스트사이드가 오래전(기억에 아마 70년대) 아주 위험한 동네였다고 하더라. 당시 치안도 안 좋아 상당히 고민하다 아파트를 구입했는데 그때 만약 구입하지 않았다면 렌트비 비싼 맨해튼에서 살 수도 없다고 하셨다. 코로나로 맨해튼 렌트비가 흔들리고 있지만 어퍼 웨스트사이드 렌트비도 상당히 비싸다. 그러니까 아마도 김환기가 뉴욕에 머물던 시절 어퍼 웨스트사이드 동네는 아주 비싼 지역은 아니었던 듯 짐작된다.


어퍼 웨스트사이드 하면 또 생각나는 분이 계시다. 뉴저지 Rutgers University 교수님인데 오래전 할렘 축제를 보러 가서 구경하고 뉴욕 시립 미술관에 가려고 시내버스에 탑승했는데 옆 자리에 앉아서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내가 미술관 앞에 내리자 그분도 따라 내려서 잠시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했다. 한국 전쟁에 대한 책을 집필하신다고 하시며 나중에야 교수라고 소개하셨고 링컨센터 근처 아파트에 산다고 하셨다. 내가 자주 링컨 센터에 간다고 하니 어느 나라 오페라를 좋아하냐고 물으셔 웃으며 오페라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도 없고 그냥 즐기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내가 읽고 있던 책을 쓴 작가를 그분이 잘 안다고 하니 웃었다.


어퍼 웨스트사이드에서 우리 가족의 첫 인연은 줄리아드 학교다. 롱아일랜드 딕스 힐에서 제리코로 이사 온 후 아직 짐 정리도 되지 않았는데 기차를 타고 바이올린 레슨을 받으러 갔다. 정말 오래전이다. 두 자녀 모두 잠시 레슨을 받다 나중 바이올린 선생님이 집으로 오셔 레슨을 하셨다. 기차 티켓도 정말 비싸고 시간도 꽤 많이 걸려 방문 레슨이 오히려 더 좋았다. 롱아일랜드에서 줄리아드 학교까지 차로 다니면 좋을 텐데 맨해튼에서 운전하기 두려워 난 차를 타고 맨해튼에 간 적이 없다. 나중 두 자녀 모두 예비학교 오디션도 치렀는데 우리 가족의 기대와 달라 포기해야만 했다. 지금 링컨 스퀘어 센추리 21은 오래전 반스 앤 노블 서점이 있었다. 두 자녀가 오디션을 치를 때 난 종일 서점에서 책 구경하며 놀았던 추억이 생각난다.


IMG_9061.jpg?type=w966 공연 예술 도서관


그 외도 추억이 참 많은 어퍼 웨스트사이드 동네. 맨해튼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서 추억이 많은 거 같다. 무엇보다 링컨 센터에서 추억이 많다. 메트 오페라와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과 뉴욕 시립 발레와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도 감상하고 공연 예술 도서관에도 자주 방문했다. 1년 약 200회 이상의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는 도서관도 나의 아지트로 변했는데 나중 카네기 홀과 메트 오페라를 보러 가게 되니 차차 멀어져 갔다.



IMG_9059.jpg?type=w966 정말 오랜만이야 줄리아드 학교


또, 줄리아드 학교에서도 1년 약 700회 이상 공연이 열리는데 여름 방학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공연을 보곤 했다. 줄리아드 학생들 공연 가운데 거의 무료만 감상했고 이작 펄만 등 유명한 음악가들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지하철 타고 커피 한 잔 마시고 천재들의 공연을 종일 감상할 수 있으니 뉴욕을 보물섬이라고 불렀다. 줄리아드 학교에서 자주 만난 쉐릴 할머니는 어퍼 웨스트사이드에 있는 교회에서 열리는 공연도 자주 보셨다고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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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가을에 열리는 뉴욕 영화제에서 세계적인 영화감독도 만나고 콜럼비아 대학원에서 영화 전공하는 학생도 만나고 영화 기사를 전문적으로 쓰는 기자도 만나고 베를린에서 온 여자 교수도 만났다. <양들의 침묵> 영화감독 조나단 드미도 가까이서 보았다.


또 매주 목요일 저녁 7시 반에는 링컨 센터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아트리움에서 무료 공연이 열렸고 오래전에는 오후 3-6시 사이 작은 사이즈 커피는 1불에 팔았다. 매년 9.11 추모 특별 댄스 공연도 열리는데 올해는 코로나로 아마도 열리지 않을 거 같다.


아무것도 모르고 뉴욕에 와서 처음으로 세계적인 첼리스트 요요마를 본 것도 링컨 센터에서 열리는 뉴욕 필하모닉 특별 공연(무료)이었다. 알란 길버트 지휘자와 웃으며 대화하는 모습에서 요요마 성격이 아주 좋구나를 느꼈다. 무료 공연 티켓을 받기 위해 새벽에 집에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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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rosch Park (댐로쉬 공원)에 배롱나무 꽃이 피었더라.


매년 여름이 되면 링컨 센터에서 축제가 열리는데 올해는 코로나로 취소가 되었다. 배롱나무 꽃 피는 Damrosch Park (댐로쉬 공원)에서 열리는 아웃 오브 도어스 축제가 열리는 3주 동안 뉴욕의 밤은 불야성이 된다. 화려한 조명 빛 아래서 무대에 오른 가수들이 노래를 부르면 뉴욕의 뜨거운 밤의 열기를 느낄 수 있어서 좋다.


어퍼 웨스트사이드에 있는 자연사 박물관과 심포니 스페이스와 미국 민속 박물관 등에도 가끔 방문했다. 자연사 박물관은 기부금 입장, 심포니 스페이스에서도 다양한 공연과 특별 이벤트가 열리는데 1년에 한 번 Wall to Wall Festival 무료 공연이 열린다. 뉴욕에는 공연장이 참 많고 심포니 스페이스는 어퍼 웨스트사이드에 사는 주민들이 사랑하는 곳이다.


카페도 레스토랑도 많아서 좋은 어퍼 웨스트사이드. 카페 룩셈부르크(Cafe Luxembourg)와 카페 랄로(Cafe Lalo)는 영화 촬영지라서 명성 높고 로컬도 여행객도 사랑하는 곳이란다.


뉴욕 레스토랑 위크 축제가 열리면 아들과 함께 식사하러 가곤 했다. 아들과 내가 사랑하는 다니엘 셰프가 운영하는 Boulud Sud에서 아들 친구도 초대해 함께 식사를 했는데 아들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음악 전공하는 아들 친구가 내게 물었다. 아들이 스스로 바이올린을 배우고 싶어서 선택했는지 아니면 엄마의 강요로 레슨을 받게 되었는지 묻자 웃으며 아들 스스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어린 아들에게 강제로 레슨 시키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는데 누나가 바이올린 레슨 받는 것을 보고 배우고 싶다고 성화를 부리니 엄마 몫이 너무나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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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퍼 웨스트사이드 72가 지하철역 베르디 스퀘어


어퍼 웨스트사이드 72가 지하철역에 베르디 스퀘어도 있고 매년 여름에 축제가 열린다. 맨해튼 음대생들의 공연인데 참 좋다. 심포니 스페이스도 가끔 공연을 보러 가고 저렴한 티켓을 구입해 발레 공연도 봤다. 매년 겨울이 시작할 무렵 링컨 스퀘어에서 열리는 Wniter's Eve 축제도 정말 볼만하다.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 행사도 하면서 다양한 공연도 하고 맛집에서 저렴하게 사 먹을 수 있어서 매년 꼭 방문하곤 하는 축제. 링컨 센터 극장에서 열리는 무료 영화 보러 가서 무료 팝콘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도중 폭풍 전화를 받고 집으로 돌아온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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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퍼 웨스트사이드 브로드웨이에 있는 반스 앤 노블 서점


어퍼 웨스트사이드 브로드웨이에 있는 반스 앤 노블 서점에도 가끔 방문하곤 했는데 오늘 방문하니 썰렁한 분위기였고 북 카페에 벽에 붙여진 작가들 초상화도 보이지 않아 섭섭했다. 줄리아드 학교가 코로나만 아니라면 온라인 수업을 하지 않을 테고 가을 학기 동안 매일 공연을 보러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텐데 정말 안타깝다. 매주 토요일이면 예비학교 학생들 공연을 보아서 좋았는데 지난 시절이 꿈처럼 변해 버려 슬프다. 햇살 좋은 가을날 오랜만에 어퍼 웨스트사이드 동네에서 산책하며 지난 추억을 떠올렸다.


IMG_9101.jpg?type=w966 로컬이 사랑하는 곳


유에스 오픈 테니스 축제에서 세레나 윌리엄스가 승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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