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2일 수요일
2일 저녁 무렵에 열린 2라운드 경기에서 세계 랭킹 73위인 권순우 테니스 선수가 아쉽게 지고 말았다. 정말 열심히 뛰었다. 체력도 정신력도 집중력도 모두 좋아야 하는 힘든 테니스 경기. 작년에는 경기장에서 그를 볼 수 있어서 더 좋았는데 올해는 코로나로 집에서 경기를 관람했다. 작년보다 더 몸이 좋게 보였다. 어쩌면 캐나다 선수를 물리칠 거 같았는데 지고 말아서 더 아쉬움이 남았다. 세르비아 선수 노박 조코비치도 승리를 했다. 참 힘든 테니스 경기 올해는 누가 챔피언이 될까.
9월이 와서 기온이 뚝 떨어져 선선하고 좋은데 종일 흐리고 습도가 꽤 높아서 견디기 힘든 하루였다. 브런치를 먹고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갔다. 음악이 들려오고 커피 향기 풍기는 유니언 스퀘어 반스 앤 노블 북 카페에서 잠시 책의 향기와 함께 시간을 보내다 서점을 나왔다. 코로나로 손님이 없을 텐데 아직도 서점을 운영한 것을 보면 놀랍다. 쓸쓸한 눈빛으로 텅 빈 북 카페를 바라보다 서점을 떠났다. 북 카페를 오픈하면 오래 머물 수가 있을 텐데 오래 머물기 어려웠다.
수요일이라 유니언 스퀘어에서 열리는 그린 마켓에서 꽃 향기도 맡았다. 역시나 맨해튼은 플러싱과 분위기가 다르다. 에너지는 없어서 낯선 지역 방문할 생각도 못하고 스트랜드에 가서 헌책 구경하다 일기를 폈는데 전염병으로 수 천명이 매일 죽어가는 내용을 보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스트랜드 근처를 지나는 홈리스들은 내게도 돈을 달라고 가까이 와서 구걸하니 마음이 아팠다. 렌트비 비싼 뉴욕이라서 홈리스 되기는 식은 죽 먹기처럼 쉽고 거리에는 홈리스 넘치고.
지하철을 타고 소호에 방문했다. 커피 한 잔 마시면 좋겠는데 왜 딘 앤 델루카는 문을 닫았을까. 여행이 자유롭지 않아서 여행객도 드문 맨해튼 소호. 거리에도 젊은 홈리스들은 넘쳐나고 앞으로 뉴욕시는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
지난 2월부터 코로나 뉴스를 읽으며 상당히 위기라 짐작했지만 이 정도 일 줄은 미처 몰랐다. 어디 미국과 뉴욕뿐일까. 다른 나라 다른 도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전염병이 찾아오니 숨겨져 잘 안 보이던 사회 취약 문제가 겉으로 드러난 것이겠지. 내가 스스로 뉴스를 찾아 읽지 않으면 장님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살 것이다.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인다.
코로나 재앙만으로 지구촌은 피폐해가는데 중국에서는 페스트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중세 유럽 인구의 1/3을 희생시킨 페스트는 왜 다시 찾아왔을까. 전염병도 부활을 하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21세기는 전염병 시대가 되려나. 하루하루 살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