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7일 월요일(미국 노동절)
이민자의 나라 미국에서 가난한 이민자들의 삶은 얼마나 피폐했을까. 참 열악한 환경 속에서 눈물 흘리며 살았겠지. 역사가 무척 짧은 미국이 오늘날 부자 나라로 변한 것도 이민자들 아니면 불가능했을 거 같다. 위대한 리더십도 중요하지만 노동력 없이 무얼 한단 말인가. 1882년 9월 5일 뉴욕에서 제1회 노동절 퍼레이드가 열렸단다. 2만 명의 노동자들이 참가했단다. 퍼레이드가 끝나고 피크닉이 열렸고 밤에는 불꽃놀이를 했단다. 그 후로 몇 년 동안 미국 전역에 퍼져가고 미국 전역 주가 노동절을 지정했단다. 1894년 미국 의회는 노동절을 국경일로 제정했단다.
최초 노동절 퍼레이드가 열린 때는 미국 도금 시대. 빈부차가 하늘과 땅 보다 더 큰 차이가 있었던 시대였다. 과거나 현재나 빈부차가 하늘처럼 큰 나라. 미국에 오기 전 미국 사람들은 무척 게을러 일도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뉴욕에 오니 거꾸로 1주일에 100시간, 80시간 일한다는 사람도 많더라. 투잡, 쓰리잡, 포잡 하는 사람도 많고 월가도 1주일 100시간 일하니 개인 시간이 없어서 너무 힘들다고. 그러니까 고민과 걱정할 시간도 없겠다. 눈만 뜨면 샤워하고 일하고 밤늦게 집에 돌아오면 잠자니까.
전망 좋은 브루클린 덤보, 언제 한 번 살아보고 싶은 동네
노동절 오후 뉴욕 명소 브루클린 덤보에 갔다. 전망이 영화처럼 예쁜 곳이고 산책하기 좋고 맛집도 많아서 뉴요커에게 인기 많은 지역이다. 오래오래 전 무료 댄스 축제 보러 가서 알게 된 덤보. 하얀 눈 펑펑 내리는 겨울날 낯선 덤보에 가서 공연장 찾느라 헤맸는데 음악이 흐르는 공간에서 보는 축제가 너무나 좋더라. 그때는 덤보가 개발되기 전이라서 렌트비가 하늘 같지 않다 그 후로 엄청 비싸니 귀족들 아니면 살기도 어렵겠다.
해마다 9월이 되면 열리는 덤보 아트 축제도 더 이상 열리지 않아서 그립기만 하고 코로나로 매년 9월에 열리던 덤보 Photoville 축제도 취소가 되어 아쉽기만 하다. 기부금 입장이라 부담 없이 특별전을 보러 덤보에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리말디 피자 맛집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고 나도 합세해 늦게 피자가게에 들어가 피자 한 조각 먹어보려 했는데 피자 한 판을 통째로 구입해야 한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테이블에 앉아 한 조각 먹고 남은 피자는 집에 가져왔다. 복잡한 지하철을 수차례 환승하니 피자 한 판 집에 가져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더라. 우리가 살면서 접하는 수많은 문제는 피자 한 판 배달과 같을까. 우리네 삶은 정말 복잡하다. 우리가 알 수 없는 수많은 장벽이 나타난다. 코로나 아니라도 복잡한데 코로나 위기까지 겹쳤으니 말할 것도 없이 삶은 더더욱 불덩이 같다.
늘 덤보에 가면 커피 한 잔 마시고 전망 좋은 강가에서 야생화 꽃 향기 맡으며 산책하고 전시회를 보곤 했는데 노동절 휴일이라 갤러리 문은 모두 닫혀 있었다. 영화처럼 전망이 아름다우니 늘 그리운 덤보. 브루클린 다리 전망도 멋지다. 브루클린 다리가 완공되었을 때 곧 무너질 거란 소문도 돌았다고 하더라. 맨해튼과 브루클린을 잇는 브루클린 다리가 없었다면 오늘날 뉴욕은 또 다른 모습이었겠지. 지하철 역과 약간 떨어져 처음 방문할 때 마음의 부담이 생겼는데 이젠 익숙하다. 매일 1만 보 이상 걷다 보니 그런가 보다. 코로나로 지난 3월부터 봉쇄령이 내려 자유롭지 않다 7월 중순이 지나 조금씩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9월 노동절 연휴 분위기는 정말 좋았다.
잠시 강가에서 페리와 요트와 브루클린 다리를 보면서 산책하니 어둡던 마음이 밝게 변했다. 걱정 근심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끝도 없는 문제와 씨름하며 세월이 흘러간다. 걱정 근심을 많이 해서 문제가 해결된다면 좋겠지만 사방은 나의 한계로 꽉 막혀 있으니 걱정 근심이 몸에 해롭기만 하다.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순리에 맡기는 편이 훨씬 더 좋더라. 평생 위기 위기 속을 달리다 보니 저절로 터득하게 된 지혜다.
맨해튼 콜럼버스 서클
덤보는 뉴욕 작가들이 살던 브루클린 하이츠와 가깝다. 트루먼 카포티와 월트 휘트만과 아서 밀러 등의 추억이 감도는 브루클린 하이츠. 덤보에 가려고 프랑스 작가 생떽쥐 베리가 살던 아파트가 있는 맨해튼 콜럼버스 서클 지하철역에서 익스프레스 A 지하철을 타고 브루클린 하이츠 High Street 역에 내려서 걸었다. 전 세계인으로부터 사랑을 받는 <어린 왕자>도 뉴욕에서 집필했단 것도 뉴욕에 와서 알게 되었고 영화 <택시 드라이버>를 촬영한 맨해튼 콜럼버스 서클에 있는 아파트에 프랑스 작가가 살았단다.
덤보에는 쉑쉑 버거 맛집과 루크스 랍스터 맛집과 그리말디 피자와 아이스크림 팩토리 등도 있다. 평소와 달리 커피 한 잔 안 마시고 잠시 강가와 브루클린 브리지 공원에서 산책을 했다. 플러싱과 가깝다면 좀 더 자주 방문하고 싶다. 아니 렌트비가 저렴하다면 한번 살아보고 싶은 동네다. 덤보에 있는 서점은 일주일 내내 오픈한다고 하니 책을 사랑하는 사람도 많은가 보다.
뉴욕 명소 센트럴파크
덤보에 가기 전 사랑하는 센트럴파크에 갔다. 사랑에 퐁당 빠지면 매일 보고 싶다. 센트럴파크는 나의 연인! 이렇게 외치는 뉴요커들이 정말 많겠지. 정말 센트럴파크 옆에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니까 센트럴파크 옆 동네는 귀족들이 살지. 퀸즈보로 플라자 지하철역에서 환승해 플라자 호텔 근처 역에서 내려 호수가 있는 센트럴파크 입구로 들어갔는데 경찰들이 막고 있어서 무슨 일인가 물으니 호수에서 시체가 발견되었다고. 도로를 통제하니 할 수 없이 다른 산책로로 돌아갔다. 벤치와 초록 풀밭에 앉거나 누워서 휴식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쉽 메도우를 향해 걸었다. 센트럴파크가 꽤 넓어서 많이 걸어야 한다. 코로나로 달라진 풍경 하나. 그림 같은 마차 행렬이 없다. 여행객이 없으니까 마차가 사라진 듯 짐작한다.
맨해튼 빌딩과 숲과의 조화가 그림처럼 예쁜 쉽 메도우. 햇살 좋은 가을날 여전히 할머니 화가는 의자에 앉아서 수채화를 그리고 있더라. 90세가 되어가니 그분에 비하면 난 아직 청춘이다. 그분처럼 남은 생을 건강하게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플러싱에 사니 센트럴파크가 그리워도 자주 방문하지 못하는데 노동절 주말 날씨가 환상적이라 쉽 메도우 풍경이 그리웠다. 비키니 차림으로 일광욕을 하는 뉴요커들을 볼 수 있는 날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아서 귀하다. 사실 코로나로 지난달까지도 공원 풍경은 싸늘했는데 불과 며칠 사이 생기가 돈다. 날씨가 추워지면 코로나 상황이 어찌 변할지 모르지만 잠시 코로나를 잊게 하는 그림 같은 풍경. 파란 하늘을 지붕 삼아 초록 잔디밭에 누워 눈을 감고 휴식해도 신선이 될 거 같은 공원. 피크닉을 하고 운동을 하고 일광욕을 하고 책과 신문을 읽으며 추억을 쌓는 아름다운 공원 풍경. 센트럴파크는 뉴욕의 보물이다. 모두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주는 천상의 공원. 부자와 가난한 자 모두 센트럴파크에 가면 세상 근심 잊는다.
눈부신 파란 하늘 보고 야생화 꽃 향기 맡으며 센트럴파크와 덤보에서 산책하고 집에 돌아와 저녁 식사하고 운동하고 장을 보며 긴긴 하루를 보냈다. 날씨가 환상적이라 아무것도 안 하고 파란 하늘만 봐도 행복이 밀려올 거 같은 노동절. 플러싱에서 사니 부담이 되는데도 뉴요커가 사랑하는 센트럴파크와 덤보의 풍경이 몹시도 그리워 지하철을 타고 달려갔다. 순간을 잡지 않으면 금세 달아나 버리니까. 또 하루가 지나갔다. 이대로 멈추면 좋을 거 같은 가을날은 얼마나 지속될까. 코로나를 잠시 잊어버린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