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8일 화요일
9월 초 아침 해는 6시 반 경 뜨고 저녁 7시 15분경 해가 진다. 뜨겁던 태양의 빛이 어느새 조금씩 수그러들고 해는 점점 짧아져간다. 스스로 만들지 않으면 기분 좋은 일은 하나도 없다. 코로나 뉴스는 여전히 암담하고 당장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라질 거 같지 않아서 우울하다. 허리띠 졸라매고 버티라고 하는데 평소도 허리띠 졸라매고 버티는데 더 이상 졸라맬 수도 없는데 어떻게 버티란 말인지 모르겠다. 슬픈 날 위로해야 할 사람도 바로 나 자신.
가슴이 서늘한 사건이 생겼다. 변기통이 이상했다. 다행스럽게 몇 시간 지나 저녁 무렵 변기통을 사용할 수 있었다. 다른 거 몰라도 변기통 없이 지낼 수 없다. 친한 이웃도 없으니 더더욱 문제다. 언젠가 아래층 화장실에 누수가 된다고 우리 집 화장실 수리를 했다. 미리 말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 말도 하지 않았다. 화장실 수리는 바로 끝나지 않았다. 아는 사람이라곤 아파트 슈퍼뿐인데 그녀 화장실을 사용해도 되냐고 물으니 안된단다. 참 답답했다. 뉴욕은 공중 화장실도 드물다.
브런치를 먹고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갔다. 오랜만에 방문한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반드시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단다. 미리 예약을 하지 않아도 갤러리에 도착해 서류 작성하고 전시회를 볼 수 있는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다. 지난번 첼시 가고시안 갤러리도 미리 예약하지 않았다고 입장이 불가능했다. 맨해튼 그래머시 파크 근처에 있는 The National Arts Club은 코로나 전 평소 자주 방문했다.
갤러리에서 나와 유니온 스퀘어 가는 길 오헨리 단골 피츠 태번도 지나쳤다. 가난한 연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집필했던 곳이다. 수년 전 아들과 자주 방문해 점심식사를 했다. 뉴욕 레스토랑치곤 가격이 저렴하다. 명성 높은 사람들도 많이 방문했다고 알려진 곳. 유니온 스퀘어 북 카페에서 가깝다.
오랜만에 보려는 전시회도 놓치고 유니온 스퀘어에서 그린 마켓이 열릴 거라 생각했는데 역시나 허탕. 월수금토 여는데 그만 착각했다. 월요일이 노동절인 것을 깜박 잊었다. 꿀꿀한 기분을 달래기 위해 북 카페에 갔다. 아주 오랜 시간 머물 수는 없지만 잠시 서서 책을 볼 수 있어서 좋다. 잠시 북 카페에서 책을 펴고 읽다 맨해튼에 갔는데 그냥 집에 돌아오기는 아쉬워 지하철을 타고 브루클린 브리지에 갔다.
다리 입구에서 날 환영하는 노란 해바라기 꽃을 보며 위로를 받았다. 지난 8월까지도 방문자가 드물었는데 조금씩 분위기가 나아진 듯 보인다. 다리 입구에는 차가운 생수(1불)를 파는 상인이 보였다. 방문자가 없으면 상인도 없다. 한두 명의 상인이 있으니 방문자가 조금 있다는 말이다. 석양이 질 무렵 브루클린 덤보에서 맨해튼으로 건너오면 황홀한 풍경을 본다고 하는데 아직 한 번도 구경하지 못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연구진과 공동으로 코로나 19 백신을 개발 중인 아스트라제네타도 3상 임상 시험을 실패했다. 임상 3상을 성공해도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하는데 쉽지 않을 거 같다. 코로나로 제약회사는 천문학적인 돈을 벌고 특별한 결과도 없다. 영국에 대해 기대를 하는 사람들 실망은 아주 크겠다. 짧은 시간 백신을 만든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단 기사를 자주 읽고 코로나를 예측했던 저널을 읽어서 난 처음부터 코로나 백신에 대해 기대를 하지 않았다. 돈 벌려고 제약회사가 난리를 친다.
코로나로 뉴욕과 미국만 경제가 흔들리는 것도 아니다. 지구촌이 흔들거린다. 하루아침에 코로나는 끝나지 않을 거 같고 백 년 전 유행했던 스페인 독감이 2년 정도 후 사라졌으니 코로나도 2년 정도면 사라질 거라 희망을 갖는단다. 참 답답한 세상. 코로나 전쟁 중인데 관심 없는 사람은 지구촌이 위험한 것도 모른다. 코로나 전쟁을 하든지 말든지 맘대로 하라고 무사 태평한 사람도 있다. 허리띠 졸라매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인가 보다.
휴가 끝나고 유럽도 신규 확진자가 늘고 있다고 하는데 코로나 2차 파동 없이 무사히 지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전염병이 터지자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사회 문제가 조금씩 겉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 대해 환상을 갖는 사람들은 실망을 많이 했을 거 같다. 아무것도 모르고 뉴욕에 왔는데 시간이 흐르자 차츰차츰 한국과 다른 미국의 모습이 보였다.
유에스 오픈에서 일본 선수 오사카가 승리를 했다. 올해는 세레나 윌리엄스와 다시 겨루게 될까. 맨해튼 나들이 전 동네 호수에서 산책도 하고, 갤러리 대신 북 카페에도 가고, 브루클린 브리지에서 산책하고, 저녁 석양이 질 무렵 운동도 했다. 하루가 무사히 지나갔다.
언제 다시 봉쇄령이 내릴지 모르겠다.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