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브로드웨이 극장가에서 서성거리다

by 김지수

2020년 9월 10일 목요일


코로나로 여전히 썰렁한 타임 스퀘어
IMG_9876.jpg?type=w966 뉴욕 타임스퀘어
IMG_9873.jpg?type=w966 너무나 썰렁한 타임 스퀘어
IMG_9831.jpg?type=w966 조금씩 생기를 찾고 있지만 코로나 전에 비해 타임 스퀘어는 텅 비어 한산하다.



어느새 낙엽들이 공원에 뒹굴고 있는 가을.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노래도 떠오른다. 목요일 아침 가을비가 내려 마음은 가을 무드에 흠뻑 젖었다. 맨해튼 브로드웨이에 도착할 즈음은 오후 2시가 가까울 무렵. 타임 스퀘어 지하철역에서 나와 극장가 즐비한 브로드웨이를 걸었다. 브로드웨이는 뉴욕의 상징이라서 애착이 가는 지역이다. 2012년 허리케인 샌디가 찾아와 지옥의 도시로 만들었을 때도 뉴욕 타임스 1면에 브로드웨이 극장이 문을 닫았노라고 기사가 보도될 정도다. 브로드웨이에 40개의 극장이 있고 매일 밤 뮤지컬 공연이 열렸으니 뉴욕의 밤은 불야성이었는데 코로나로 잠들어 버려 뮤지컬 공연도 중단되었다.



브로드웨이 중심에 타임 스퀘어가 있고 매년 여름 하지에 요가 특별 행사도 열리고 새해 이브 특별 행사가 열릴 뿐 아니라 여행객이 찾는 뉴욕 명소 가운데 하나라서 늘 복잡했다. 해마다 9월이 되면 메트 오페라 갈라 행사가 열리고 타임 스퀘어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라이브 갈라 행사를 무료로 볼 수 있었다. 지나가는 여행객도 빈자리에 앉아 오페라를 관람하니 뉴욕이 좋다고 했지.





IMG_9882.jpg?type=w966 사진 왼쪽 아래 스타벅스 입구 벽에 유진 오닐이 탄생한 곳이라고 적혀 있다.


타임 스퀘어에서 노벨상을 받은 유진 오닐이 탄생한 것도 뉴욕에 와서 알게 되었다. 스타벅스 매장 입구 벽에 그 작가가 탄생한 거라고 적혀 있다. <사운드 오브 뮤직> 영화를 재밌게 봤는데 동명의 뮤지컬을 뉴욕 브로드웨이 극장에서 처음 공연했다고 하니 놀랐다. <사운드 오브 뮤직> 영화에서 가정교사 역할로 나온 줄리 앤드류스 배우가 부른 <도레미송>과 <에델바이스> 노래를 얼마나 좋아했던가. 내게 뮤지컬이란 장르는 그 영화에서 처음 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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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오랜 세월이 흘러 <오페라의 유령> 영화를 보고 뉴욕에 가면 꼭 뮤지컬을 봐야지 속으로 생각했다. 참 어렵게 뉴욕에 왔지만 뮤지컬을 본 것은 시간이 흐른 후였다.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뮤지컬이 명성 높아서 월 마트에 가서 5불 주고 DVD를 구입해 두 번인가 봐도 감흥이 없었는데 학교에서 20불 주고 오페라 보러 간다고 하니 티켓을 구입해 대형 버스를 타고 맨해튼에 가서 뮤지컬을 보고 한 밤중 롱아일랜드 집에 돌아왔다. 영화와 달리 뮤지컬이 얼마나 좋던지 깜짝 놀랐다. 그때 처음으로 뮤지컬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영화는 2차원이면 뮤지컬은 3차원이라고 해야 할까. 라이브 공연이 좋다. 무대에 뮤지컬 배우가 올라 노래를 부르고 댄스도 조명도 오케스트라도 좋으면 환상적이다. 아들은 오페라보다는 뮤지컬 공연을 더 좋아한다. 딸은 늘 바빠서 함께 뮤지컬 공연을 보러 갈 기회가 없었지만 아들은 함께 사니 가끔 뮤지컬 공연을 보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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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러시 티켓 판지도 모르니 비싼 티켓을 구입해 봤다. 나중 시간이 흐른 뒤 러시 티켓을 알고 새벽에 지하철을 타고 극장 앞에 도착해서 극장 문이 열 때까지 기다렸다. 멀리 다른 나라에서 뮤지컬 전공하는 학생들이 뉴욕에 와서 공연을 본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뮤지컬 공연 제작료가 엄청 비싸 러시 티켓도 40불 정도에서 시작하니 결코 저렴하지 않다. 두 사람이 함께 보면 80불 정도. 대개 150불 정도 주면 뮤지컬 티켓을 구하는데 다들 돈을 아끼려고 러시 티켓을 구하기도 하고 아니면 할인 티켓 파는 TKTS에 가서 60불 정도 주고 뮤지컬 티켓을 구하기도 한다.



뮤지컬 <Once> <Jersey Boys> < Phantom of Opera> 등은 한 번이 아니라 여러 차례 보곤 했고 <피핀> <멤피스> <레미제라블> <시카고> <에비타> 등도 봤다. 좋은 뮤지컬은 여러 번 봐도 좋다. 에비타 공연은 처음이라 잘 몰라서 100불 정도 주고 티켓을 구입했는데 티켓을 받으니 100불이 아니라 60불?이라고 적혀 있어 놀랐고 싸게 구해 중간 이익을 챙긴 사람도 있단 것을 알게 되었다.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을 처음 보러 갈 때 극장이 어디에 있는지 잘 몰랐다. 롱아일랜드에서 기차를 타고 펜 스테이션 역에 도착해 타임 스퀘어에 도착해 낯선 거리를 헤맸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다. 나중 메트 오페라 러시 티켓은 25불이란 것을 알게 된 후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점점 멀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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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뮤지컬 공연이 중단되었는데 브로드웨이 황금기도 있었단다. 1943년부터 1960년대 말 사이라고 한다. 한국에서 뮤지컬을 볼 기회조차 없었지만 '오클라호마' 뮤지컬 제목은 들어보았다. 2000회 이상 공연을 했으니 얼마나 인기가 많았는지 짐작이 된다. 로저스와 해머스타인의 콤비가 만든 뮤지컬에 속하고 내가 사랑한 < 사운드 오브 뮤직>과 <왕과 나> 등의 작품도 인기가 많았단다. 대공황 시절은 경제가 어려워 뮤지컬 극장이 1/3 정도 문을 닫았단다. 코로나로 장기간 공연이 열리지 않으면 극장 운영이 어려워 문을 닫는 곳도 많아질 거란 짐작을 해본다.


IMG_9857.jpg?type=w966 관광버스도 텅텅 비어 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수입은 천문학적이고 뉴욕시 재정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데 코로나로 공연이 중단되어 뉴욕시 재정은 갈수록 안 좋겠다. 인기 많은 뮤지컬은 티켓값이 너무 비싸 볼 수 없었던 공연도 꽤 많다. 한 편의 뮤지컬 공연료가 수 백 불 하면 눈을 감는다. 미국 초대 재무부 장관 해밀턴의 자전적 스토리를 담은 해밀턴 뮤지컬 공연이 정말 비쌌다. 비싼 뮤지컬을 어찌 보겠어. 차라리 오페라 관람하고 말지.


f8wrjHz5LiHMEObxwRKh9Ij7pcM 날 위해 포즈를 취하는 벌거벗은 카우보이 로버트 존 버크


가을비 내리는 날 타임 스퀘어에 가서 벌거벗은 카우보이 로버트 존 버크를 다시 만났다. 날 위해 포즈도 취해준 남자. 벌거벗은 몸매도 환상적이다. 타임 스퀘어 지하철역은 평소와 달리 조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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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9886.jpg?type=w966 조용한 타임 스퀘어 지하철역


코로나만 아니라면 브로드웨이 뮤지컬도 보고 오페라도 관람할 수 있을 텐데 무슨 일인가 모르겠다. 코로나가 곧 끝날 거리 기대를 하다 장기전에 접어드니 짜증이 나고 화가 나는 사람들이 많아져간다고 한다. 하늘이 우리의 뜻을 알고 코로나를 멈추게 하면 좋을 텐데 신은 지구를 내려다보며 가련히 생각하고 있을까.


어슬렁어슬렁 브로드웨이 극장가를 거닐며 지난 추억을 돌아보았다. 뉴욕에 여행 오면 뮤지컬 공연은 꼭 보라고 권하고 싶다. 언젠가 코로나도 끝이 나고 다시 해외여행도 할 날이 올 거라 믿는다. 코로나로 참 어렵고 힘든 시기지만 스페인 독감처럼 지나갈 거라 믿는다.


삶은 복잡하고 또 복잡하지만 하루하루 즐겁게 산다. 눈 뜨면 하루가 지나가니 그날그날 목표를 세운다. 꼭 뜻대로 되지 않지만 목표를 세우면 최소치는 얻을 수 있다. 매일 청소하듯 마음의 쓰레기도 매일 버리고 가볍게 즐겁게 살자. 힘내자. 희망을 갖고 살다 보면 좋은 날이 올 거라 믿는다. 나의 대학 시절 세상은 얼마나 캄캄했나. 만약 내게 꿈이 없었다면 뉴욕에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희망과 꿈과 운명이 날 뉴욕에 데리고 왔고 운명과 춤추며 울고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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