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14일 월요일
뉴욕 작가 오헨리가 1904년 출판한 단편 소설 <순경과 찬송가(The Cop and the Anthem)>에 등장하는 맨해튼 매디슨 스퀘어 파크에 오랜만에 방문했다. 뉴욕의 상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아주 가까운 곳이고 예쁜 시계탑 빌딩(메트라이프 시계탑 타워 Metropolitan Life Clock Tower)과 다리미 모양의 플랫 아이언 빌딩이 세워진 곳. 플랫 아이언 빌딩은 1902년에 완공되었고 당시 뉴욕 최초의 마천루였다고 하는데 역사 깊은 빌딩이라 보수 공사를 하니 사진은 찍지 않았다.
아무것도 모르고 이민 가방 몇 개 들고 뉴욕에 왔으니 오헨리가 뉴욕에서 산 줄도 몰랐다. 학생 시절 그의 단편 소설집을 즐겨 읽었고 <크리스마스 선물> <마지막 잎새> 등과 위에 언급한 소설 등을 집필했던 오헨리 소설 배경이 모두 뉴욕이란 점도 늦게 알았다.
20세기 초 매디슨 스퀘어 파크 배경인 <순경과 찬송가> 소설 주인공은 다름 아닌 뉴욕 홈리스. 너무너무 추운 겨울을 버티기 힘들어 차라리 감옥에 들어가 지내야겠다고 생각한 슬픈 홈리스를 담은 소설을 읽고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는데 뉴욕에 와서 추위가 정말 무섭다는 것을 깨달았고 맨해튼 골목 모퉁이마다 홈리스들이 많은 슬픈 도시란 것도 늦게 알았다. 116년 전이나 지금이나 뉴욕에 홈리스가 많다는 것은 정말 가슴 아프게 한다. 120여 년 가까운 세월 동안 뉴욕은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었는가. 그런데 가난한 사람들 삶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뉴욕 추위도 참 무섭다. 오죽하면 홈리스가 감옥에 들어가 살겠다고 할까. 뉴욕 추위도 직접 경험하면 살인적이란 것을 느낀다. 우리 가족이 정착했던 롱아일랜드 딕스 힐에서 제리코로 이사한 것도 추위 때문이었다. 가을은 점점 깊어만 가는데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아 도저히 견디기 힘들었다. 주인과 한바탕 소란을 피우고 결국 이사를 하고 말았다. 뉴욕에 온 지 6개월 정도 지나서 포장 이사도 아닌 채로 옮겨 죽을 고생을 했다. 뉴욕에서 집 구하기도 정말 어렵고 공부하면서 살림하면서 두 자녀 매일 학교에 픽업하면서 틈틈이 이삿짐 싸는 것도 힘든 일이었다.
뉴욕에 정착한 지 6개월 후 제리코로 이사하고 그 후 두 자녀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뉴욕시 플러싱으로 이사하고 맨해튼 나들이를 하기 시작했는데 어느 해 너무 추운 겨울 창고에 넣어둔 럭셔리 외투를 입고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갔는데 집에 돌아오니 옷이 찢어져 있었다. 뉴욕에 와서 살면서 겪은 일 가운데 잊지 못할 슬픈 추억도 많다.
뉴욕 여행객은 맨해튼 매디슨 스퀘어 파크 하면 가장 먼저 쉑쉑 버거를 떠올릴 것이다. 비싼 물가라서 식사하기 겁나는데 버거 값은 그다지 비싸지 않으니까 인기가 많다. 매디슨 스퀘어 파크에 가장 먼저 오픈한 쉑쉑 버거 말고 이태리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이탤리(Eataly) 도 오래전 오픈해 인기가 많다. 아들도 샌드위치 맛이 좋다고 말했다.
오헨리 단편 소설 주인공을 떠올리며 공원에 갔는데 참새들이 보랏빛 꽃을 먹으니 꽃이 아프다고 울더라. 세상에 태어나 참새가 꽃을 먹는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매디슨 스퀘어 파크는 뉴욕 플랫아이언 지구에 속하고 유니온 스퀘어와도 아주 가깝다. 또 명성 높은 리졸리 서점(Rizzoli Bookstore)이 있다.
원래 카네기 홀 근처에 있었는데 플랫 아이언 지구로 옮겼다. 카네기 홀 근처에 있다면 공연 보러 갈 때 자주 이용했을 텐데 다운타운으로 옮겨 버렸어. 근처에 가면 가끔 서점에 들어가 구경하곤 하는데 할인하지 않으니 대개 아이쇼핑만 하는 서점이다.
매디슨 스퀘어 파크에 가기 전 유니온 스퀘어 그린 마켓에서 백일홍 꽃 한 다발 사며 대학 시절 읽은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 소설이 생각났다. 1923년 단 하루 동안의 여정을 그린 소설. "댈러웨이 부인은 파티의 꽃은 자기가 직접 사겠다고 말했다"라고 시작하는 문장이 유명하다. 대학 시절에 그 소설을 읽으며 가장 놀란 것은 단 하루 동안의 일이라는 점. 당시 한국과 런던의 문화가 참 다르다고 느꼈는데 수 십 년이 지난 지금 뉴욕에서는 댈러웨이 부인 소설 같은 내용을 하루에 충분히 담을 수 있을 거 같다.
올해 봄 코로나로 맨해튼 나들이가 자유롭지 않아서 내가 사는 플러싱 이웃집 정원을 산책하면서 백일홍 꽃의 아름다움에 반했다. 서부에서 온 딸이 함께 호수에 산책하러 가면서 백일홍 꽃이 예쁘다고 해서 딸을 위해 구입했다.
유니온 스케어와 플랫 아이언 지구를 거쳐 맨해튼 한인 타운을 향해 걸었다. 내가 처음으로 맨해튼 나들이할 때 이용했던 강서회관은 비싼 렌트비로 운영이 어려워 오래전 문을 닫아 버렸고 코로나로 파리 바게트 역시 문을 닫아 버려 허전하다. 추억이 머문 곳이 사라지면 왠지 뭔가 상실한 느낌이다. 뉴욕에 도착한 첫해 크리스마스 무렵 두 자녀와 함께 맨해튼 관광을 하려고 한인 여행사에 미리 예약을 하고 맨해튼에 가서 하루 동안 버스 투어를 하고 한인 타운 강서회관에서 비빔밥을 먹었다. 당시 1인분에 7불 + 팁 1불을 주었다. 지인 아들이 콜럼비아 대학에서 공부하니 한인 타운에서 만나 함께 식사도 했고 대학원 졸업 후 미국인 회사에 입사해 오리엔테이션을 받을 때 점심시간 식사를 하러 갔던 곳도 한인 타운. 평소 외식을 자주 하는 편이 아니고 한식은 저렴하지 않아서 자주 이용하지 않는데 보스턴에서 딸이 지낼 적 가끔 뉴욕에 오면 한식을 먹으러 갔다. 고려 서적도 있는데 한국 책을 읽고 싶지만 책값이 비싸니 한 번도 구입하지 않았다. 잠시 한인 타운에서 서성 거리다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가을 햇살 비춘 아침나절 딸과 함께 모닝커피를 마시고 호수에 산책하러 갔다. 호수에 반짝이는 햇살 보며 벤치에 앉아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집에 돌아오는 길 반가운 매미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구월은 여름의 끝자락이자 가을이 시작하는 계절이다. 여름 내내 빨강 새와 파랑새를 봤는데 요즘 더 이상 보이지 않아 그립다. 어느새 구월 중순에 이르렀다. 찬바람이 부니 이제 창문을 꼭꼭 닫고 잠들어야 할 계절. 따스한 유자차가 그리운 계절이다. 어제 유에스 오픈 테니스 축제가 막을 내렸는데 까마득한 시간이 흐른 듯 느껴져 이상하다. 선수들은 모두 뉴욕을 떠났을까. 코로나 위기만 아니라면 뉴욕에서 오래 머물고 싶어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