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했던 하루가 지나갔다

by 김지수


2020년 9월 15일 화요일


쌀이 떨어졌다. 한인 마트에 가서 구입해야 하는데 자꾸만 미뤘다. 20대 중반부터 차를 사용했는데 차가 없으니 불편한데 참고 살아야지. 대신 무거운 짐을 들 때는 택시를 이용하는데 몇 달 전 절약하기 위해 아마존에서 수레를 구입했다. 쌀을 구입해 택시를 불러 타면 편리한데 택시비를 아끼려고 수레를 이용하니 훨씬 더 불편했다. 마음이 불편하니 자꾸만 미뤘다. 그런데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어서 장을 보러 마트에 다녀왔다. 엘에이 갈비값은 하늘로 올라가고 가을에 맛 좋은 고구마값 역시 인상되고 물가가 계속 오르고 있다. 매일 들려오는 지옥 같은 뉴스에 물가도 하늘로 올라가니 갈 곳이 없다.


날씨가 갑자기 서늘해져 유자차를 구입해 김치와 수박 한 통과 두부와 소파와 상치도 수레에 함께 담고 집에 돌아오는 중 수레가 넘어져 고장이 났다. 택시를 부르면 불과 몇 분이면 집에 도착하는데 수레를 이용하니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리고 사고까지 생겨 마음이 무거웠다. 수레에 든 무거운 짐을 전부 꺼내고 딸이 수레를 수리했다. 오전 그렇게 한바탕 소동을 치렀다. 다람쥐는 좋겠다. 가을이라 도로와 숲에 나무에서 떨어진 도토리들이 많다. 먹고 살 걱정 없는 다람쥐는 얼마나 좋을까.


아들은 화요일 오전 K와 약속이 있었다. 약속 장소에 도착해 기다려도 소식이 없어서 메시지를 보냈는데 역시나 소식이 없고 그래도 혹시나 올까 하고 오래 기다리다 늦게 집에 돌아와 늦은 시각 점심 식사를 했다. 미리 연락을 하면 좋았을 것을 왜 소식을 전하지 않았을까. 뭔가 급한 일이 생겼을까. 그래도 상대방 입장을 생각하고 살면 좋겠다.


브런치를 늦게 먹으니 평소보다 늦게 맨해튼에 갔다. 사실 왕복 교통 시간도 오래 걸려 맨해튼에서 오래 머물 시간도 없었다. 그래도 외출을 했다. 퀸즈보로 플라자 역에서 환승하는데 전화를 놓쳤다. 진동으로 해두니 자주 놓친다. 중요한 전화였다. 유니온 스퀘어에 도착해 전화를 하니 받지 않는다. 다시 시도를 하고 다시 시도 다시 시도... 그래도 받지 않았다. 음성 메지시 박스는 가득 찼다고 말했다. 결국 포기해야만 했다. 아침부터 마음 불편하게 하는 일만 연이어 일어났다.


반스 앤 노블 서점에 들어갔는데 전에 자주 만났던 중년 남자를 봤다. 코로나 전쟁 중에 만나서 무척 기뻤는데 얼마 전 봤을 때 보다 더 수척해 보였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에겐 서점이 천국이다. 마음에 드는 책을 읽으면 좋다. 그런데 고른 책마다 읽히지 않았다. 시계를 보니 오래 머물 수도 없었다. 집에 돌아가 저녁 식사 준비를 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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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푸른 파도치는 바다를 보러 휴가를 떠나면 좋겠는데 휴가커녕 매일 지옥 뉴스를 읽고 있다. 세상만사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젊을 적에 몰랐다. 세월 따라 마음도 변한다. 우울한 나를 위로하는 오페라. 역시 음악이 좋다. 복잡했던 하루가 지나갔다.






VIKTOR_GLADKOV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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