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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수 Sep 27. 2020

보스턴 여행 소동들-찰스 강, 하버드대, 맛집...

2020 보스턴 가을 여행 4일째  

2020년 9월 24일 목요일 


환상적인 가을날 즐거운 추억도 해프닝도 많았다. 지구촌이 코로나 전쟁 중이라 어려운 결정을 하고 여행을 갔는데 잊을 수 없는 추억들이 생겼다. 


호텔에서 모닝커피 마시고 보스턴 코먼 근처 맛집 타테(Tatte Bakery and Cafe)에서 빵과 베이글을 사서 보스턴 커먼 공원에 가서 간단히 아침 식사를 했다. 서서히 노랗게 붉게 물들어 가는 단풍을 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사랑하는 보스턴 찰스 강 언제 봐도 아름다워. 



보스턴 코먼에서 식사를 하고 부유촌 비콘 힐을 따라 걷다 찰스 강변에 가서 아침 조깅을 했다. 보스턴도 뉴욕처럼 운동하는 사람들과 애완견을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언제 봐도 예쁜 찰스 강변에서 운동하러 갔는데 우아한 하얀 백조가 우릴 환영하니 기분이 좋았다. 황홀한 석양도 우아한 백조도 항상 볼 수 있지 않아서 마음이 화사한 빛으로 물들었다. 야생화 꽃 향기 맡으며 조깅을 하다 하얀 백조도 보고 보트를 타는 그림 같은 찰스 강변을 바라보았다.



보스턴 뉴버리 스트리트 갤러리에서 하필 이런 그림을 만날 줄이야.



찰스 강변에서 나와 맨해튼 5번가와 분위기가 비슷한 뉴버리 스트리트를 따라 거닐다 몇몇 갤러리에 방문했다. 이번 여행은 뮤지엄과 갤러리에 방문하려는 계획도 없었고 하버드 대학 수목원에 가려다 아직 단풍이 들지 않아 그저 그렇다고 하니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 늘 하던 대로 뉴버리 스트리트를 따라 거닐었다. 보스턴 여행을 가면 늘 걷는 곳이다. 역사 깊은 빌딩 분위기가 멋지고 카페와 갤러리가 많아서 좋은 곳. 전에 우리 가족도 방문해 아침 식사를 했던 뉴버리 스트리트 북카페( Trident Booksellers & Cafe)도 지나쳤다. 


얼마 후 늘 가던 갤러리에 도착했는데 직원이 우리에게 잠시 기다려 달라고 요청했고 밖에서 10분 정도 기다리다 안으로 들어가 작품을 바라보았다. 뉴욕 맨해튼 북 카페에서 미술 잡지를 읽으면 보스턴 갤러리 광고를 보게 되는데 바로 그 갤러리에 들어갔다. 책을 읽으면 세상이 좁아진다. 이방인인 내가 어찌 하루아침에 낯선 미국 뉴욕과 보스턴 문화를 알 수 있단 말인가. 자주 읽고 자주 봐야만 낯선 곳이 낯설지 않게 된다. 


어떤 갤러리는 우리의 연락처를 방문록에 기록하라고 요청했고 입구에서 체온을 쟀다. 부서진 첼로와 바이올린을 보며 슬픈 추억도 떠올리고 벽에 걸린 그림을 보며 두 자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바흐 무반주 첼로 조곡을 레슨 받으며 행복했던 무렵 거실에서 나의 첼로가 바삭바삭 부서져 버리고 그 후 수천 마일 떨어진 뉴욕으로 날아왔다. 그러니까 첼로의 죽음은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는 운명의 전주곡이었나. 딸이 아끼던 이탈리아제 바이올린도 첼로가 깨지기 몇 달 전 부서졌다. 그 모든 것은 다 운명이었나 모르겠다. 누구나 그렇듯이 말로 할 수 없는 슬픈 추억도 참 많다. 삶이 어찌 행복으로만 채워진단 말인가. 꽃이 잠시 피듯이 우리네 삶도 비슷한 거 같아. 슬픔 가운데 행복을 찾아야만 한다. 가만히 있으면 행복이 찾아오지 않더라. 



싱싱한 랍스터를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맛집 / 화장실 이용이 불가능하니 불편했다. 



갤러리에서 나와 보스턴 퍼블릭 가든과 코먼을 지나 호텔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지하철을 타고 캠브리지에 갔다. 보스턴은 랍스터로 명성 높다. 뉴욕과 보스턴은 비싼 도시. 그런데 식사비는 보스턴이 더 저렴하다. 랍스터도 뉴욕보다 보스턴이 더 저렴하니 여행객들이 자주 먹는 메뉴 가운데 하나다. 딸이 데려간 곳은 로컬들이 사랑하는 랍스터 파는 맛집인데 주택가 골목길을 따라 걸어야 하니 첫 방문객에게는 쉽지는 않겠지만 맛과 가격이 환상적이라서 추천하고 싶다. 전에도 우리 가족이 이용했던 식당이고 주인이 딸에게 문제를 주고 풀면 식사비를 받지 않는다고 했는데 약간의 오차가 있어서 식사비를 냈던 곳.


싱싱한 랍스터 두 마리와 조개와 랍스터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뉴욕도 랍스터 샌드위치를 많이 먹는데 솔직히 랍스터인지 새우인지 게맛살인지 모를 정도지만 이곳은 다르다. 보스턴은 역사 깊은 곳이라 여행객도 많은데 지금은 세계가 코로나 전쟁 중이라 조용했다. 여행객이 즐겨 찾는 곳 가운데 하나가 보스턴 시청 부근 Quincy Market (퀸시 시장)인데 여기 랍스터 샌드위치는 가격이 뉴욕과 비슷하고 난 캠브리지에 있는 랍스터 파는 곳을 사랑한다. 말하자면 거품을 뺀 착한 가격이다. 소비자와 생산자가 직거래를 하면 이와 같이 되지 않을까. 최고로 싱싱하고 맛 좋은 랍스터 두 마리와 조개 구이와 랍스터 샌드위치 가격이 약 50불 정도였단다. 뉴욕 첼시 마켓에서도 랍스터 파는데 한 마리 가격이 30불 정도다. 그러니 뉴욕 물가라면 100불이 넘을 거 같다. 여기 랍스터 샌드위치도 뉴욕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랍스터가 들어있다. 


하버드 스퀘어 The Coop Harvard,  북 카페는 닫혀 있더라. 


함께 식사를 하고 딸과 헤어지고 아들과 난 하버드 스퀘어 The Coop Harvard 북 카페에 갔는데 문이 닫혀 있어서 슬펐다. 책 몇 권 골라 커피 마시며 시간 보내기 정말 좋은 장소인데 서점에 마음에 드는 책은 많은데 우리가 편히 앉아서 읽을 공간은 없고 사야만 하니 서점을 나왔다. 하버드 대학 기념품도 많이 파니 여행객에게는 좋은 장소다. 벌썬 내년 달력도 나왔더라. 악몽 같은 2020년이 빨리 떠나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지만 내년에도 코로나 바이러스와 전쟁을 한다고 하니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다. 


하버드 대학교 
하버드 대학교 샌더스 극장/정의란 무엇인가 강의를 했던 곳
하버드 스퀘어 스타벅스 2층 공간이 좋은데 코로나로 닫혀 있고 1층은 오픈. 


하버드 스퀘어에서 거리 음악가가 들려주는 음악도 듣고 하버드 대학 교정에 들어가 산책하다 "정의란 무엇인가"강의를 했던 건축물이 무척 아름다운 샌더스 극장 근처 나무 벤치에 앉아서 휴식을 하면서 아들과 이야기를 하다 피곤하니 하버드 스퀘어 스타벅스에 가서 커피 한 잔 사 마시고 딸이 오기를 기다렸다.


보스턴 교통 카드(찰리 카드)가 학생들이 앉아서 휴식하는  나무 벤치 틈 사이로 빠져 어렵게 찾았다. 



 캠브리지 지하철역에서 딸을 만나 지하철을 타려고 하는데 보스턴 교통 카드(찰리 카드)가 안 보였다. 교통 카드는 아들이 담아두었는데 호주머니를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 그때 아들은 혹시 우리가 휴식했던 벤치에 떨어져 있나 모르겠다 하면서 달려갔다. 그런데 아들 말대로 찰리 카드는 벤치 속에 떨어졌는데 우리 힘으로 꺼낼 수가 없었다. 나무로 만든 벤치 모양이 예쁘긴 한데 작은 틈새 구멍을 어찌 만들었는지 호기심 가득했지만 그 사이로 우리의 찰리 카드가 들어갈 줄 누가 알았단 말인가. 


시간도 정말 소중하다. 딸은 그냥 포기하고 새로 찰리 카드를 구입하자고 했지만 그래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바닥에 떨어진 가는 나무 가지로 찰리 카드를 꺼내려고 했지만 불가능했다. 눈 앞에 보이는데 우리 힘으로 안 되니 더 답답했다. 하버드 대학 수위에게 부탁을 하자고 했다. 두 자녀는 망설인 눈치였지만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에 수위에게 말하니 우리에게 전화번호를 주고 도움을 요청하라고 말했다. 눈치가 가끔 그런 일이 일어난 거 같았다. 


하버드 로스쿨 도서관 앞에 긴즈버그를 추모하는 사진과 글과 꽃다발이 놓여 있다. 


아들이 전화를 하는 사이 낯선 분이 우리에게 다가와 하버드 로스쿨 도서관 앞에 가 보라고 했다. 1956년 가을 하버드 로스쿨에 입학해 공부했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Ruth Bader Ginsburg)가 얼마 전 별세하셨다. 그분을 추모하는 사진과 글과 꽃다발이 놓여 있었다. 여자라는 이유로 당시 하버드 대학 도서관도 출입할 수 없었던 긴스버그는 딸이 존경하는 분이다. 작년엔가 함께 그분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암으로 투병 중인 변호사 남편을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것이 무엇보다 인상 깊었다. 


아주 오래전 봤던 "하버드대학 공부벌레들" 영화와 "러브스토리" 영화가 하버드 대학을 떠올리게 하지만 우리 가족과 인연이 될 줄 몰랐다. 딸이 대학을 졸업하고 캠브리지 연구소에서 일하게 되니 가끔 보스턴 여행을 갔고 보스턴이 제2의 고향처럼 친숙한 곳으로 변했다. 


딸과 내가 하버드 로스쿨 도서관에 다녀온 동안 하버드 대학 직원이 찾아와 찰리 카드를 꺼내려고 하는데 역시나 생각보다 쉽지 않아서 어렵게 빼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분에게 팁을 드리니 받지 않으셨다. 천사를 만났다. 세계 최고의 학자들이 연구하는 하버드 대학에서 그분의 사회적 위치는 특별하지 않으나 마음은 천사였고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을 거 같다. 




보스턴 데비이스 스퀘어 레스토랑 식사가 좋았다., 


하버드 스퀘어 지하철역에서 레드 라인을 타고 두 정거장 가서 Davis Square (데이비스 스퀘어) 역에 내렸다. 보스턴 Somerville의 분위기가 특별하다고 딸이 우리를 데려갔는데 역시나 달랐다. 야외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는 풍경이 잠시 코로나를 잊게 했다. 음악이 흐르는 근사한 레스토랑에 앉아서 딸이 주문한 메뉴로 식사를 하는데 늙은 사람은 나 밖에 없더라. 보스턴 호텔에 도착했을 때 가장 날 반기는 것은 다름 아닌 하얀색 머리카락. 화장실 거울 앞에 서 있으니 슬프더라. 세월은 속일 수 없나 보다. 하지만 마음은 아직도 청춘이야. 


젊은이들 가득한 곳에서 내가 대학 다닌 시절도 떠올리며 식사를 하고 지하철을 타고 호텔로 돌아왔는데 키로 문을 열자 유령이 나타난 줄 알았다. 세상에 이런 일이... 호텔방이 청소가 되지 않아서 깜짝 놀랐다. 비싼 숙박비 내는데 방 청소가 되지 않아 직원에게 전화를 하니 미안하다는 말도 없고 뭐가 필요하냐고 물었다. 수건과 일회용 커피를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곰곰이 생각하니 중국인 호텔 청소부가 영어 구사가 안 되니 실수를 했나 보다 짐작을 했다. 우리가 찰스강에서 조깅하고 돌아와 곧 호텔을 떠난다고 말했는데 청소부는 우리가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했나. 아들이 전화를 해서 직원에게 청소해 달라고 부탁했는데 불상사가 일어났다.


매일 끝없이 일어나는 소동들. 이번 여행은 예상하지 못한 적들이 많았다. 목요일 아침도 대소동이 일어났는데 차마 말로 할 수 없다. 너무 큰 일은 비밀로 하고 싶다. 그러니까 종일 쉬지도 않고 소동이 일어났던 목요일. 복잡하고 복잡했던 하루였는데 아름다운 찰스 강변에서 조깅도 하고 맛집에 가서 싱싱한 랍스터도 먹고 근사한 저녁 식사도 했으니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보스턴 여행 갈 때 마다 자주 이용한 보스턴 맛집 타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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