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추석날

by 김지수

2020년 10월 1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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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1242.jpg?type=w966 워싱턴 스퀘어 파크에서 재즈 선율 감상하다.



시월의 첫날 한국 명절 추석이었다. 일어나자마자 따뜻한 유자차 한 잔 마시고 닭볶음탕을 만들어 먹고 딸과 함께 맨해튼에 갔다. 보헤미안 예술가들의 향기가 감도는 동네 그리니치 빌리지 워싱턴 스퀘어 파크에서 재즈의 선율을 들으며 꽃 향기 맡으며 휴식하다 향기로운 커피 마시며 딸과 이야기를 했다.


딸은 코로나로 재택근무를 하게 되니 동부 뉴욕 집으로 와서 함께 살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에도 대학 시절에도 무척 바빴다. 700통 이상의 이력서를 보내고 어렵게 구한 동부 보스턴 캠브리지 연구소에서 생활하다 서부로 옮기니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한국도 직장 구하기 어렵지만 미국도 마찬가지다. 좋은 직장은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사실 한국보다 더 치열하다. 왜냐면 미국 동부와 서부 좋은 직장은 세계에서 몰려오니까. 눈물겨운 세상이다.


아들은 엄마와 함께 지내니 가끔 카네기 홀과 링컨 센터에 공연을 보러 가고 브로드웨이 뮤지컬도 보고 레스토랑 위크 맞아 세계적인 셰프들의 요리를 맛보곤 했지만 딸과는 기회가 없어서 늘 서운했다. 지금 뉴욕에서 함께 사니 가능한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주 맨해튼 나들이를 하고 있다. 물론 딸은 집에서 화상채팅으로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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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테 맛이 좋더라.


향기로운 커피를 마시고 그리니치 빌리지 골목길을 거닐었다. 뉴요커도 길을 잃기 쉬운 동네 그리니치 빌리지. 이리저리 걷다 미국 단편 소설 작가 오헨리의 <마지막 잎새>의 배경이 된 아파트도 보여주고 근처에 있는 미국 인기 드라마 <프렌즈>를 촬영했던 빌딩도 보여주고 계속 길을 걷다 사랑하는 허드슨 강을 볼 수 있는 피어 45에 도착했다.


우리 가족은 집에서 TV를 시청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지낼 적에도 TV를 시청할 시간조차 없이 바쁘게 지냈다. 그러니 광고에 동요되지 않는다. 정착 초기 월마트에서 미국 드라마 <Friends> DVD를 구입해 재밌게 봤다. 맨해튼에 사는 젊은이들의 삶이 전개된다. 드라마라서 현실과 약간 동떨어져 있지만 그래도 볼만한 드라마다.


맨해튼은 정말 멋지다. 강과 바다를 사랑하는 난 허드슨 강변에서 산책하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딸도 근처 아파트에 살면 좋겠다고 하니 웃었다. 지금 그리니치 빌리지 동네는 무척이나 비싼 지역이다. 무명 음악가 밥 딜런이 기타 하나 들고 그리니치 빌리지에서 데뷔했는데 나중 성공했고 노벨상까지 받았고 미국 추상 화가 잭슨 폴락 등 수많은 무명의 예술가들이 살았던 곳인데 그때는 렌트비가 저렴하니 살았는데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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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1260.jpg?type=w966 허드슨 강 산책로, 피어 45 부근


피어 45에서 매년 여름 살사 댄스 축제가 열리는데 올해는 코로나로 멈춰버렸다. 하얀 갈매기 춤추는 곳. 운동하고 요가하고 자전거 타고 달리는 사람들도 보고 애완견 몇 마리 데리고 걷는 사람들도 보았다. 애완견 데리고 산책하는 직업은 쉽게 돈을 벌 수 있는데 영주권이 없는 경우는 불가능하다고 하니 외국에서 살려면 영주권이 얼마나 중요한가. 영주권이 있고 언어 문제가 없다면 외국 생활이 어렵지 않을 텐데 두 가지 문제로 고통을 받는 경우가 흔하다. 하루아침에 로마가 이뤄지지 않았듯 하루아침에 언어 장벽이 사라지지 않으니까. 물론 소수 예외도 있다.


IMG_1262.jpg?type=w966 휘트니 미술관
뉴욕 명소 하이 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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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 휘트니 미술관 앞에서 온라인으로 예약하고 하이라인에서 거닐었다. 코로나전 허드슨 야드에서 들어갈 수 있는데 지금은 반드시 휘트니 미술관 입구에서 들어가야 한다. 참 오랜만에 거닐었다. 야생화 꽃 향기 맡으며 허드슨 강 전망을 보며 맨해튼 전망을 보면서 걷다 첼시 갤러리를 구경하러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는데 갤러리에 들어가니 하이 라인에서 봤던 중년 여자를 만나 웃었다. 그분은 혼자 오셔 그림을 감상하고 계셨다. 오후 집에서 일을 해야 하니 오래 머물 수는 없어서 소수 갤러리에 방문하고 7호선 종점 허드슨 야드에서 익스프레스를 타고 플러싱으로 돌아왔다.


IMG_1281.jpg?type=w966 보름달이 구름 속에 숨어 버렸다.


딸은 집에 돌아와 몇몇 미팅을 하고 난 저녁 식사 준비를 하고 밤에는 아들과 함께 운동을 하러 갔다. 보름달을 아이폰으로 담으려는데 구름 속으로 숨어버려 아쉬웠다. 우리가 조깅하는 곳에 도착하니 젊은 청년이 보름달을 찍으려고 삼각대를 세우고 준비하고 있었다. 달님은 우리 마음을 아는지 구름 속에서 나오지 않았다.


힘든 뉴욕 생활에서 추석도 추석처럼 보낸 기억이 없다. 늘 일상처럼 지나간다. 추석 음식을 따로 준비하지도 않고 찾아올 사람도 없고 찾아갈 사람도 없다. 추석이라서 하늘에 계신 친정아버지가 생각났다. 오래오래 전 아버지 생존하실 때 외국 여행하고 돌아오셔 외국에 사는 사람들이 고생을 많이 하더라 하셨는데 그때는 그 말이 뭔지 몰랐다. 뉴욕에 이민 가방 몇 개 들고 와서 살게 되니 한국에서 몰랐던 수많은 장벽들에 부딪치며 어렵다는 것을 실감하고 한국 문화가 좋은 면도 있고 미국 문화가 좋은 면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멀리 뉴욕에서 지내니 친정 엄마만 생각하면 늘 마음이 아프다. 자주 찾아뵙지 못해서 더욱 그런다. 낯선 이방인의 삶이 하루아침에 안정되지 않으니까 사람 노릇 하기 어렵다. 보름달을 보며 기도를 했다.




10월 2일 금요일



IMG_1293.jpg?type=w966 휘영청 달 밝은 밤에


딸과 모닝커피 마시러 동네 카페에 다녀왔다. 에드 시런의 노래가 들려와 좋았다. 지난 9월 말부터 뉴욕 실내 영업이 정원 25% 내에서 가능하니 카페 밖이 아니라 실내에서 머물렀다. 나뭇잎새들이 서서히 노랗게 물들어가지만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 밖에서 오래 머물기 어려운 계절이다. 종일 집에서 브런치 북 발간하려고 준비하고 저녁에는 보름달 보며 운동을 하고 늦은 시각 동네 호수에 가서 딸과 이야기를 했다. 처음에 아무것도 몰랐는데 살다 보니 한국 서비스 문화가 좋았다는 점에 동의했다. 롱아일랜드에 살 때 저렴한 피자 값이라서 배달 주문시켰는데 배달원이 요구한 값이 내가 생각한 피자 값과 달라서 놀랐는데 알고 보니 나의 잘못이었다. 배달료와 팁과 세금을 추가하니 생각보다 훨씬 비쌌다. 한국에서는 한 번도 경험하지 않아서 몰랐다. 한국 아파트도 좋다. 뉴욕은 빈부차가 양극으로 나뉘니 부자들은 영화보다 더 멋지게 살지만 서민들은 열악한 지옥 같은 현실에도 참고 견디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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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1237.jpg?type=w966 플러싱 주택가에 핀 예쁜 나팔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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