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함께 맨해튼 5번가에서

by 김지수

2020년 9월 27일 일요일


정신없이 흘러가는 세월. 어느새 9월의 마지막 일요일이란 게 믿어지지 않는다. 세상은 한없이 복잡하고 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잘 모른다. 그날그날 최선을 다해서 아름다운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뿐.


강익중의 <행복한 세상> 지하철 아트가 붙여진 플러싱 지하철역에서 7호선을 타고 브라이언트 파크 역에서 내려 딸 청바지 하나 사러 5번가 숍에 갔다. 평소 이용하는 매장에서 오래 머물지도 않고 세일 중인 청바지 한 개 골랐다. 매장 안에는 우리 말고 손님이 없었다.


IMG_1113.jpg?type=w966
IMG_1115.jpg?type=w966
IMG_1110.jpg?type=w966
IMG_1114.jpg?type=w966
뉴욕 록펠러 센터



잠시 후 근처 록펠러 센터에서 휴식을 했다. 쇼핑이 즐거우면 좋을 텐데 그렇지 않은 현실. 경제적으로 넉넉하고 시간이 많다면 좋을 텐데 물가 비싼 뉴욕에서 아직 숨 쉬고 생존하는 것만으로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있지만 코로나의 미래도 모르고 우리 가족의 미래도 여전히 안갯속이다. 더 좋은 날이 찾아올지 더 슬픈 날이 찾아올지 아무것도 모른다.


사랑하는 록펠러 채널 가든에 핀 예쁜 꽃도 보며 성 패트릭 성당에 가서 촛불을 켜고 기도를 했다. 뉴욕 명소라서 평소 방문객이 많고 복잡한데 코로나로 한적한 분위기라서 좋다. 오르간 연주도 들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우리가 방문한 시각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대신 예쁜 스테인드글라스를 보며 위로를 받았다.


문득 <위대한 개츠비>를 집필한 작가 프란시스 스콧 피츠제럴드가 떠올랐다. 젤다와 스콧은 미국의 황금시대(1920년 4월 3일)에 성 패트릭 성당에서 결혼을 한다. 무명작가 스콧이 젤다에게 결혼하자고 했지만 반대를 했는데 스콧이 <낙원의 이편(This Side of Paradise), 1920>을 서둘러 발표해 성공을 하자 젤다의 마음이 돌아섰다. 그 후 둘은 결혼을 했고 뉴욕 사교계의 유명 인사가 되었지만 비극적으로 최후를 맞은 커플. 헤밍웨이는 젤다를 무척 싫어했다고 책에서 읽었다. 그들이 결혼했던 재즈 시대는 미국의 황금기. 100년 전 미국은 황금시대였는데 백 년 후 지금은 코로나 전쟁 중이다. 가끔씩 성당에 가면 스콧 부부가 생각나고 럭셔리 매장 가득한 5번가에 아직 성당이 있다는 게 가끔 의문이 들곤 한다. 록펠러 센터도 대공황 시절 세워졌다. 원래 오페라 하우스 설립하려다 대공황이 찾아와 오페라 하우스 짓기를 포기했단다. 먹고살기도 힘들면 누가 오페라 관람하겠어.


성당에서 나와 5번가를 따라 거닐었다. 럭셔리 매장 가득하고 평소 여행객으로 복잡해 걷기도 힘든데 코로나로 여행이 자유롭지 않으니 한산한 거리다. 앞으로 5번가의 거리가 어찌 변할지 궁금하다. 과연 비싼 렌트비 내고 그대로 매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지금 5번가 속옷 전문 매장 빅코리아 시크릿 문이 닫혔다. 성당 근처에 화려한 속옷 전문 매장이 있다는 게 내게는 코믹 세상이라서 늘 웃곤 했지. 코로나 전에는 5번가에 가면 북 카페에서 커피와 함께 휴식을 하곤 했는데 북 카페가 문을 열지 않으니까 나의 천국을 잃어버렸다.



IMG_1119.jpg?type=w966
IMG_1118.jpg?type=w966 뉴욕 럭셔리 백화점 쇼윈도가 예술품처럼 멋지다.


내가 사랑하는 버그도르프 굿맨 백화점 쇼윈도를 바라보았다. 매년 할러데이 시즌 멋진 쇼윈도를 보러 가곤 하는데 만약 고급 백화점이 사라진다면 추억으로 남을 거 같다. 쇼핑하려고 럭셔리 백화점 안에는 들어간 본 적도 없다. 정장을 입은 직원들이 입구에 서 있는데 한국과 마찬가지로 부유층이 이용하는 매장은 손님이 들어서면 위아래로 쳐다보기도 하고 의상과 백과 구두 브랜드를 한꺼번에 평가를 받는다. 그러니까 부담스러워 매장 안에 들어가지 않았다. 로또가 당첨되면 한 번 방문해도 좋을 텐데...


또 오랜만에 5번가에 있는 Anton Kern Gallery 갤러리에도 방문해 전시회를 보았다. 명품 매장 가득한 거리에 갤러리가 있음에 감사하고 소수만 아는 곳이라 조용하니 더 좋다.


IMG_1122.jpg?type=w966 뉴욕 맨해튼 콜럼버스 서클 타임 워너 빌딩 앞, 중앙 황토색 아파트 빌딩에서 <어린 왕자> 집필했던 생텍쥐 베리가 살았단다.



갤러리에서 나와 플라자 호텔 앞을 지나 콜럼버스 서클 타임 워너 빌딩 지하 홀 푸드에 갔지만 밖에서 줄을 서서 기다린 후 입장이 가능했다. 코로나로 몹시도 불편한 현실. 직원이 통제를 하니 매장 출입이 자유롭지 않다. 기껏 식빵과 버터 한 개 구입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맨해튼에는 홀 푸드 매장이 있지만 플러싱은 없다. 또 맨해튼 마트는 배달 서비스도 하는데 플러싱은 그렇지 않아서 불편하다. 맨해튼과 플러싱은 뉴욕시에 속하지만 너무나 다른 도시다. 부자들은 팬데믹으로 맨해튼을 떠나기도 하지만 여전히 편리한 점이 많다. 맨해튼은 매일 밤 세계적인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유령도시로 변해 버렸으니 비싼 렌트비 내고 살 이유가 없단다.


홀 푸드 매장에서 식빵을 고르다 지난 3월 악몽이 되살아 났다. 트럼프가 국가 비상사태 선언하자 매장이 텅텅 비어 기본 식품 구입도 어렵고 화장지 구입하려고 소동을 피웠던 잊을 수 없는 악몽. 빨리 코로나전 일상으로 돌아가면 좋겠는데 다시는 다시는 코로나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하니 참 슬프다. 콜럼버스 서클에 있는 메종 카이저 빵집도 여전히 문이 닫혀 있고 타임 워너 빌딩 3층에 있는 부숑 베이커리도 마찬가지다.


IMG_1107.jpg?type=w966 모닝커피 마시러 파리바케트에 갔다.


아침에는 모닝커피 마시러 가고 동네 호수에 가서 산책을 했다. 초록빛 호수에서 모형 요트 놀이하는 노인들을 보았다. 코스모스 꽃과 달리아 꽃과 장미꽃이 아직 피어 있는 9월이 서서히 떠나고 있다. 세월을 붙잡을 수 있다면 좋으련만.



IMG_1103.jpg?type=w966
IMG_1105.jpg?type=w966
IMG_1106.jpg?type=w966
뉴욕 퀸즈 플러싱, 아침 산책은 좋아.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뉴욕 센트럴파크, 콜럼비아 대학과 성당에서 거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