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비즈
2020.10.12 13:00
英 유명 의류업체 EWM "붕괴 피하려 대규모 감원"
고급 백화점까지 줄줄이 구조조정 "불가피한 선택"
코로나 2차 확산 이전인 8월부터 이미 성장률 바닥
"재확산·봉쇄 전부터 경기 취약…"회복 더 어려워져"
11일(현지 시각) 영국 웨일즈에서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한 정부의 제한조치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영국 소매업 거물 필립 데이가 소유한 유명 의류업체 에딘버러 울렌 밀(EWM)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으로 인한 경영위기 속에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 사태로 의류업을 비롯한 영국 경제 전반이 붕괴 위기에 처한 데 따른 것이다.
CNN비즈니스에 따르면 EWM은 10일(이하 현지시각) 성명을 내고 "회사가 완전히 붕괴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 중인 가운데 회사의 구조조정을 위한 전문 관리자를 임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룹 일부를 매각하는 안도 검토 중이라며 최대 2만4000여명에 대한 감원이 뒤따를 것이라고 했다.
사측은 "법원에 구조조정 행정관을 임명하기 전 잠시 시간을 줄 것을 요청했다"면서 "이 상황을 헤쳐나가면서 불가피하게 상당한 규모의 감원과 폐쇄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영국에서 경영위기에 직면한 기업들은 채권자 보호를 위해 구조조정을 담당할 관리자를 임명할 수 있다. 파산을 포함한 경영권 및 상황 통제권 전부를 관리자에게 넘기는 것이다.
이번 발표로 EWM은 코로나발(發) 구조조정에 나선 가장 최근의 소매업체가 됐다. 영국 국내에 300개 이상의 점포를 소유한 의류·신발 판매업체 막스앤스펜서(MAKSY)를 시작으로 남성복 업체 TM 르윈, 고급 백화점 해로즈(Harrods), 영국 내 점포만 2000개 이상인 의류 소매업체 아르카디아가 지난 8월까지 총 1만3000여명을 해고했다. 런던 소재 고급 백화점 셀프리지스(Selfridges)조차 지난 7월 450명 넘게 감원했다.
◇코로나 2차 확산 시작 전부터 경제 '흔들'..."회복 더 어려워"
문제는 의류업계의 이러한 구조조정 행렬이 영국 내 코로나바이러스 재확산이 발생하기 전부터 시작됐다는 점이다. 이미 소매업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코로나가 재확산하고 각종 제한조치가 발효돼 경기 침체와 불확실성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영국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영국의 경제성장률은 2.1%에 그쳤다. 이는 영국 경제분석기관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전망치인 4.6%의 절반에도 못 미친 수치다. GDP는 코로나 사태 이전인 올해 2월보다 9.2%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통계청은 코로나 2차 확산이 발생하기도 전에 영국의 경제 회복속도가 늦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에딘버러 울렌 밀(EWM)로고. /페이스북 캡처
경제산업연구센터(CEBR)는 8월 정부의 임금지원 프로그램으로 숙박업 및 음식점업의 전달 대비 71.4% 회복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건설업과 제조업 성장률은 각각 3%와 0.7%에 그쳤다. 정부가 대규모 재정 지원을 추가로 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따라 재무부는 이날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한 제한 조치로 문을 닫은 기업에 직원 급여의 3분의 2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리시 수낙 재무장관이 지난달 24일 하원에 출석해 기업과 노동시장 회복을 위한 '겨울 경제회복 계획'을 발표하고 추가 재정 지원을 약속한지 2주만이다.
영국산업연맹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레인 뉴턴 스미스는 "유행병이 재확산하고 제한조치가 발효되기 전부터 이미 성장률이 바닥을 보였다"며 "고통이 오래 지속되는 만큼 회복을 보장하기는 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9월에 다시 도입된 제한조치와 감염세 증가라는 최악의 조합은 이미 취약해진 노동시장과 기업, 소비의지를 더 흔들 것"이라고 했다.
한편 당국은 코로나 확산 속도가 다시 증가하는 것을 고려해 정부가 식당과 술집 폐쇄까지 명령할 수 있는 제한 조치를 다음 주 공개하기로 했다. BBC방송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12일 하원에서 코로나 확산 수준에 따라 위험등급을 3단계로 나누고 각 단계에서 의무적으로 따라야 하는 보건수칙을 소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11일 기준 영국에서 코로나에 감염돼 사망한 사람은 약 4만2750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