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네스 음대 성악 마스터 클래스 & 북카페
시월의 마지막 날 밤 맨해튼은 유령의 도시로 변했다. 얼굴에 붉은 피를 줄줄 흐르는 유령, 머리에 칼이 꽂혀있는 유령, 큰 도끼를 든 유령, 해골 모습의 유령, 플라멩코 춤을 추는 유령. 그리고 발가벗은 황제라 적힌 피켓을 든 유령. 발가벗은 황제는 다름 아닌 트럼프 대통령을 말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고, "나 그립지요"라 적힌 오바마 대통령을 표현한 피켓을 든 유령 등. 어떤 유령은 내 손에 소원을 말하라고 하며 은빛 가루를 줬다. 은빛 가루를 던지며 소원을 빌었지.
-세상의 고통이여 저 멀리 물러가라. 지상에 평화가 찾아오렴. 모두에게 사랑의 빛이 내리게 하소서! 서로서로 사랑하게 하소서!
내 소원이 이뤄질지 모르겠다. 잠시 후 무시무시하게 생긴 유령은 내게 아주 가까이 와서 놀라 기절할뻔했다. 맨해튼에서 제44회 핼러윈 퍼레이드가 열렸다. 그 축제를 보기 위해 난 두 시간 이상 동안 서서 기다렸다. 너무 추워 온몸이 꽁꽁 얼어버릴 거 같았다. 음악이 흐르고 셀 수 없이 많은 유령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춤을 추며 흔들고 퍼레이드를 했다. 작년 조금 늦게 도착했더니 퍼레이드를 볼 수 없어서 올해 좀 더 일찍 가서 기다렸다. 그리니치 빌리지 시계탑 빌딩이 비치는 곳에서 기다렸는데 글쎄 퍼레이드는 막이 내렸는데 아이폰으로 담은 사진이 말썽을 부려서 슬퍼. 꽤 많은 사진을 담았는데 랩탑이 반응을 안 하네. 지난 며칠 담은 사진도 그러하고. 왜 자꾸 말썽을 피운지 몰라.
살아가는 동안 얼마나 많은 유령을 만났어. 은하수만큼은 아니지만 정말 많은 유령이 날 찾아왔어. 그때마다 난 죽어갔지. 삶은 왜 그리 슬픈지 몰라. 슬프면 펑펑 울지. 울고 나면 조금 해소가 되고. 뉴욕에 온 후 찾아온 유령도 정말 많아. 어느 날 고속도로에서 우리 가족이 탄 차가 하늘로 붕붕 떴다. 아, 글쎄 내 뒤 차가 날 박아버렸어. 눈을 감아버렸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었지. 영화 5 원소처럼 하늘로 빙빙 나는 자동차로 변신. 기도밖에 나 오지 않아. 얼마 후 눈을 뜨니 우리 가족은 아직 살아있어. 자동차는 쪼글쪼글해지고. 아, 기적이었지. 그때 두 자녀는 고등학생이고 줄리아드 예비 음악학교 오디션 보려고 지원한 상태고 뉴욕 음악 축제 니즈마에 참가하려고 미리 장소를 답사하러 가다 사고가 났다. 5월이라 학교 시험 스케줄도 복잡하고. 그뿐만이 아니지. 어느 해 겨울 하얀 빙판 위에 내 차는 커다란 동그라미를 세 번 그렸지. 양로원에 발런티어 하러 가다 교통사고가 날뻔했지. 빙판인데 조금 속도가 붙었나 봐. 그때도 눈을 감았지. 다행히 저 멀리 차가 달려왔고 내 차 혼자 세 바퀴 동그라미를 그렸지. 뉴욕에 샌디 허리케인이 찾아올 때는 내가 사는 아파트 지붕은 날아가 버렸지. 아파트 천정에서 물이 쏟아져. 세상에 태어나 아파트 천정 지붕이 무너진 것을 처음 봤지. 아,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그때 뉴욕은 유령의 도시로 변했지. 그뿐 만이 아냐. 그 외도 셀 수 없이 많아. 이제 더 이상 유령이 안 찾아오길 기도해야지. 축제를 보기 위해 추운 날에도 정말 많은 뉴욕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구경을 했지.
축제를 보러 가기 전 그리니치 빌리지 매네스 음대에서 열린 성악 마스터 클래스에 갔지. 멀리 중국에서 온 분이 마스터 클래스 강사. 한인 학생 몇 명도 아리아를 불렀다. 아름다운 아리아의 향기에 슬픈 내 영혼은 위로를 받고. 뉴욕에 와서 서서히 귀가 열리는 오페라 아리아. 정말 아름다워. 링컨 센터에 가지 않더라도 줄리아드 학교, 맨해튼 음대와 매네스 음대에서 가끔 보곤 한다.
아리아 감상 후 근처에 있는 뉴요커가 사랑하는 머레이즈 베이글에 들어가 커피와 베이글 먹었다. 늦은 밤까지 축제를 보려면 가볍게 식사를 해야 할 거 같아서. 멋진 분장을 하고 식사를 하는 뉴요커도 보고 핼러윈 축제라 사탕을 준비해두었더라.
오페라 마스터 클래스 보러 가기 전 북 카페에 가서 잠시 휴식을 했다. 따뜻한 커피 마시며 잠시 책의 나라로 여행을 하고 집중이 안 되면 그림이 많은 잡지를 읽고. 마음이 복잡한지 글이 잘 읽히지 않았다. 그래도 매일 한 줄의 글이라도 읽으려고 노력을 하지. 매일 책을 읽지 않으면 바보 멍청이가 된 기분이지.
맨해튼에 외출하기 전 글쓰기를 하다 브런치를 준비해 식사하고.
하루가 막을 내리고.
이제 11월. 겨울이야.
시월의 마지막 밤을 보내버렸네.
아름다운 시월의 마지막 밤을
오래전 들었던 이용의 "잊혀진 계절"도 생각나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