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André Hamelin
11월 첫날 아침 일찍 카네기 홀 앞에 도착해 박스 오피스 문을 열기를 기다렸다. 30분 후 러시아 이민자 할아버지 한 분이 도착하셨다. 11시경 몇몇 분이 더 오셨다. 카네기 홀에서 자주 만나는 러시아에서 이민 온 할아버지가 오셔서 나를 보고 "오늘은 1번으로 도착했네요." 하셨다. 그랬다. 정말 추운 겨울날이었다. 몸과 마음이 꽁꽁 얼어버릴 것 같은 날씨 저녁 피아노 공연을 위해 기다렸다. 2시간 반 정도 기다리는 동안 무료 정보지 읽으니 어제 핼러윈 데이 맨해튼에서 발생한 대낮 트럭 테러에 대해 적혀 있고 8명이 사상 10여 명이 다친 사고였다. 믿을 수 없는 끔찍한 테러 행위는 언제 그칠지. 정말 공포스러운 핼러윈데이 사고. 실은 어제 매네스 음대에서 성악 마스터 클래스 볼 때 아들에게 엄마 괜찮은지 묻는 연락이 와서 듣게 된 소식.
그 후 콜롬비아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분의 소설을 잠시 읽었다. 카네기 홀에서 피아노 연주를 한 피아니스트 이야기가 나온다. 첫 번째 아내와 결혼하고 3년 후 이혼을 한다. 거기까지 읽다 집중이 안 되니 내 마음은 이리저리 여행을 하며 카네기 홀 주변을 둘러본다. 근처에 레너드 번스타인이 살던 미국 국립 사적지 '오스본 아파트'가 있고, 잭슨 폴락, 리히텐 슈타인, 조지아 오키프 등이 미술 수업을 한 아트 스튜던츠 리그가 있고 뉴욕 레스토랑 위크 동안 아들과 함께 식사를 한 "러시아 티 룸" 레스토랑이 있고 카네기 홀 바로 옆이라 수많은 예술가들이 식사를 한 곳. 웨이터의 서비스가 너무 정중해 놀랐던 레스토랑. 아들과 내가 방문한 레스토랑 가운데 그토록 정중한 대접을 받은 것은 처음. 바로 옆 빌딩이 메트로폴리탄 타워 빌딩. 언젠가 아들이 바이올린 레슨을 받으러 간 아파트다. 맨해튼 음대 알버트 마르코프의 아드님 알렉산더 마르코프 바이올리니스트가 거주한 아파트에 가서 몇 차례 레슨을 받은 적이 있었다. 아드님 알렉산더 마르코프 바이올리니스트는 러시아계 미국인으로 파가니니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우승을 한 분. 파가니니 곡 연주가 특별해.
아들은 엄마가 바로 그 아파트에 거주하면 좋겠다 하고 정말 그러면 좋겠는데 아파트가 정말 비싸 그림의 떡이지. 센트럴파크와도 아주 가까운 카네기 홀. 수년 전 12월 하얀 눈이 펑펑 쏟아지던 날 카네기 홀에서 안네 소피 무터 공연이 열렸고 카네기 홀 공연 보러 가기 전 하얀 눈으로 덮인 센트럴파크에 가서 아이폰으로 설경을 담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너무 추워 몸이 꽁꽁 얼어버렸고 아이폰도 작동을 멈춰버려 할 수 없이 카네기 홀 근처 스타벅스에 가서 몸을 녹였다. 그런데 그날 안네 소피 무터는 파란색 얇은 드레스를 입고 바이올린을 연주해 역시 대가는 위대해, 하면서 감탄을 했던 기억도 나고.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이지. 힐러리 한, 르네 플레밍, 마우리지오 폴리니, 정경화, 조성진, 크리스토프 에센 바흐, 보스턴 필하모닉 등 수많은 공연을 봤던 카네기 홀. 뉴욕 필하모닉이 링컨 센터 세워지기 전 카네기 홀에서 상주했고 1962년 링컨 센터가 문을 열자 뉴욕 필하모닉은 데이비드 게펜 홀로 옮겨갔고 카네기 홀은 위기에 처한다. 이때 바이올리니스트 아이작 스턴의 활약으로 기금을 모아 카네기 홀 보수 공사를 했고 과거의 명성을 변함없이 유지했다. 오전 11시 박스 오피스에서 두 장의 표를 구입하고 지하철을 타고 유니언 스퀘어에 갔다. 꽃향기 맡다 서점에 들어가 잠시 책과 놀고. 서점을 나와 근처에서 노란 바나나 1불어치 구입하고 스트랜드에 가니 하필 문이 닫혀 있고 뉴욕대 서점에 가서 잠시 책을 구경했다. 다시 지하철을 타고 카네기 홀 근처 마켓에 가서 책을 읽으며 놀다 저녁 아들과 함께 카네기 홀에서 피아노 공연을 감상했다. 리스트 '헝가리 랩소디'를 들으러 갔지.
공연이 막을 내리고 집에 도착하니 한밤중. 플러싱에 도착하니 버스가 안 보여 아들과 터벅터벅 걸어서 집에 왔다. 노란 달님은 구름 속으로 숨고. 내일 스케줄 만드니 자정이 지나가고 맨해튼에 가서 17시간을 보내고 온 셈이다. 피곤이 쏟아져. 11월 첫날이 간다.
Marc-André Hamel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