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이 며칠 시간이 흘러가. '브런치 프로젝트'에 매달리다 일상 메모도 하지 못한 채 시간이 흘렀다. 지난 기억을 불러낼 시간. 월요일 오후 멀리 여행 떠난 정신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모처럼 일주일 스케줄을 확인하고 세탁한 오래된 가방에 줄리아드 학교 공연표를 넣어두었다. 미리 표를 받아야만 볼 수 있는 공연이 갈수록 많아져 가고 링컨 센터 공연 예술 도서관도 갈수록 예약제로 변하고 기부금을 내라고 해. 어디든 돈, 돈, 돈이 부족하나 봐. 맨해튼 음대 공연도 올가을부터 유료로 많이 변했는데 메네스 음대도 일부 공연이 유료로 변해 섭섭해. 주최 측은 나와 정반대 마음일 테고.
서머타임이 해제되자 바로 겨울 느낌이 진하게 들어. 오후 5시가 지나자 깜깜한 밤이 되어버렸네. 벌써 한겨울이 오면 어떡해. 걱정도 돼. 장 조지 레스토랑에서 오라고 이메일을 보내오고. ㅋㅋ 내 형편에 레스토랑 위크 아니면 어찌 식사할 수 있겠니. 정말 사랑하는 장 조지 셰프 음식을 먹고 싶지만 참아야지. 뉴욕 최고 셰프 다니엘도 자주 이메일을 보내와. 저녁 메뉴는 노란 카레라이스. 감사함으로 먹어야지. 세상에서 가장 싼 아이다호 감자와 양파와 돼지고기로 만든 요리.
월요일 저녁 뉴욕대 이벤트에 가려고 예약했는데 갈팡질팡하다 그만 집에 머물고 있어. 내일 콜롬비아 대 이벤트도 찾아갈 수 있을지. 요즘 왜 마음이 이리저리 흔들리지. 내 한계는 많고 시간은 절대적이고 하루 24시간 뭐든 하려면 시간이 들고 브런치 프로젝트에 매달리니 내 삶이 어디로 사라져 버렸어. 슬퍼. 아들과 함께 집에서 왕복 7마일 거리에 있는 황금 연못에 산책하러 간 지도 꽤 되어가고 요즘 하얀 백조가 사라져 버려 점점 더 안 가고 있어. 작년인가 초겨울 무렵 백조가 사는 황금 연못 맞은편 베이사이드 바닷가 빛을 보고 숨이 멎었다. 우리네 삶도 황홀한 바다 빛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끝도 끝도 없이 수많은 문제를 풀어가는 게 인생이지. 하나의 벽을 넘으면 새로운 벽이 나나 타고 계속 알 수 없는 문을 노크하고 열어야 새로운 세상이 열려. 저절로 새로운 세상은 열리지 않아. 갑자기 백조와 바다가 그리워.
뉴욕 베이사이드 바닷가
어제 종일 하늘은 흐렸고 뉴욕 시 마라톤 대회가 열렸고 서머타임이 해제되었다. 이제 뉴욕은 한국 시간보다 14시간 늦어. 일요일 아파트 지하에 내려가 세탁을 하는 거 제외하고 종일 브런치 프로젝트하며 시간을 보냈다. 오래전 정리한 자료를 골라서 올리지만 사진 작업 등 의외로 많은 시간이 들어. 하나하나 포스팅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들어갔는지 알면 모두 깜짝 놀랄 거다. 알려고 하지도 않을 거다. 맨해튼에 가지 않고 하루를 보내니 14세기로 돌아간 느낌이 들었다.
그제 토요일 맨해튼에 갔지. 라커 펠러 센터 크리스티 경매장에 갔는데 방문객이 너무 많아 놀랐어. 마치 유에스 오픈 테니스 경기장 같아. 그런 날은 처음이었지. 왜 그렇게 방문자가 많았을까. 바리스타는 커피 만드느라 땀을 빼고 줄을 서서 기다렸다. 쉬지 않고 일하는 바리스타가 만들어 준 카푸치노 맛이 정말 좋아 감사한 마음으로 마셨다. 무료 카푸치노 맛이 일품이야. 다시 태어나면 나도 부자로 태어나게 해 달라고 기도를 할까. 수 백억 하는 작품도 보이고 고흐와 모네와 피카소가 부활을 했나. 가격은 천문학적인 숫자 내 눈에 오래전 작품으로 안 보여. 내 눈이 마법에 걸렸나. 가끔 나도 모르게 마법에 걸리기도 해. 아무것도 모르고 살다 어느 날 정신 차려 슬픈 자신을 들여다보지. 아니, 내가 누굴 위해 살았지. 무얼 위해 살았지, 하며. 크리스티 경매장은 수족관이기도 했지. 수많은 물고기가 갤러리에 보여. 공중을 날고. 풍선 물고기가 갤러리에서 춤을 추더라. 그걸 누가 사지.
부자들 잔치하는 경매장을 나와 채널 가든에 갔지. 호박과 국화꽃으로 장식된 채널 가든은 어느새 새로운 옷을 입고 있었다. 홀리데이 시즌이라 크리스마스 장식하려고 하는 듯. 하얀 빙상에서는 동화의 나라가 펼쳐지고 난 관광객이 사랑하는 5번가를 걸었다. 하얀 대리석 성 패트릭 드 성당을 보며 위대한 개츠비를 집필한 피츠 제럴드도 생각하고 바로 그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렸다고 해. 행복하게 살 거라 결혼식을 했을 텐데 왜 피츠제럴드 부인은 정신병을 앓았을까. 믿거나 말거나 피츠제럴드 부인이 플라자 호텔 앞 퓰리처 분수대 앞에서 나체로 춤을 췄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난 실제 보지 않은 일이라 잘 모르고. 세계적인 속옷 매장 빅토리아 시크릿도 홀리데이 장식 준비를 하고 이제 점점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나 봐. 홀리 에디 시즌 백화점 쇼윈도가 정말 멋진 삭스 앤 핍스 백화점과 버그도르프 굿맨 백화점은 겨울밤처럼 깜깜해. 홀리데이 시즌 준비한다고 11월 중순이 지나야 오픈하나 봐. 해마다 홀리데이 시즌 되면 꼭 보러 가지. 헤럴드 스퀘어 메이시스 백화점과 버그도르프 굿맨 백화점과 삭스 앤 핍스 백화점과 콜럼버스 서클 타임 스퀘어 빌딩과 라커 펠러 센터와 브라이언트 파크와 링컨 센터 크리스마스트리는 봐야 해. 이제 서서히 홀리데이 시즌 기분이 들어. 홀리데이 마켓도 곧 열리겠다. 정말 화려한 5번가에는 나보다 더 슬픈 홈리스도 많고 그들을 보면 저절로 기도가 나와. 주여, 자비를 베푸소서,라고. 트럼프 타워 빌딩 맞은편 갤러리에 가서 모조품이 아닌 진짜 작품도 보고 거긴 정말 모조품이 아니게 보여. 그림 속으로 들어가 나도 잠시 숲 속 나라로 여행을 하고 갤러리를 나와 플라자 호텔을 지나 마차의 행렬이 보인 센트럴파크 남쪽 입구를 지나 콜럼버스 서클을 지나 색소폰 연주 공연 보러 콜럼버스 서클 링컨 센터 재즈 공연하는 곳에 갔는데 허탕을 치고 말았지. 색소폰 소리 좋아하는 아들 데리고 갔으면 난리 났을 거 같아. 분명 근처에서 색소폰 연주가 열린다고 해서 갔는데 아니라 해. 허탈한 마음으로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아트리움에 가서 1불짜리 커피 한 잔 마시며 마음을 녹였다.
그런데 실수를 했지. 잠시 후 줄리아드 학교에 갔는데 피아노 소리가 들려. 폴 홀 5시 공연을 보러 갔는데 4시에도 공연이 열렸고 토요일이라 종일 많은 공연이 열리지. 폴 홀 앞에서 스크린으로 피아노 연주를 보여주는데 자세히 보니 작년에 봤던 어린 학생 공연. 중국인 여자 학생인데 천재. 작년에 공연 보고 정말 천재가 저런 거야 하면서 봤는데 바로 그 학생 공연에 지각하고 말았어. 미리 알았다면 꼭 봤을 공연인데. 쇼팽 곡과 그 학생이 작곡한 곡을 조금 들었다. 마치 쇼팽 느낌이 들었다. 같은 자리에서 5시 공연도 보고 6시 예비학교 바이올린 교수님 공연도 보고. 그날 저녁 맨해튼 음대에서 성악 공연 보려다 그만 나의 에너지 흐름이 낮아 포기하고 집에 돌아왔다.
지난 금요일 기억을 불러오자. 그날도 스케줄이 흩트려졌다. 쿠퍼 유니언 대학에서 열리는 이벤트와 월가에서 열리는 시 행사에 가려고 달력에 표시해두었는데 프로젝트 준비하느라 좀 피곤해 집에서 식사를 하고 늦은 오후 집에서 출발해 미리 정해둔 곳에 갈 수 없어서 어퍼 이스트사이드 소더비 경매장에 갔다. 부자들의 잔치를 보고 정말 엄청난 가격의 그림이야. 딱 1점만 있으면 평생 먹고 살수있어. 그런데 그날도 샤갈이 부활을 했나. 가격은 천문학적인데 그림은 아무리 봐도 오래오래 된 작품이란 느낌이 들지 않아. 내 눈에 그렇게 보이니 내 눈은 마법에 걸린지도 모르지. 언젠가 스칸디나비아 하우스에서 본 작품은 진짜 같아. 피아노 연주하는 뒷모습을 담은 거고 캔버스는 정말 단순해. 세 개의 작은 접시가 놓여 있고 그 가운데 한 개에는 버터가 담겨 있고 벽에 두 개의 작은 액자가 걸려있고 아주 소박한 삶을 사는 누군가의 집을 그린 모양이다. 피아노 음악이 울리면 아름다운 공간으로 변하겠지. 소더비 경매장을 나오면서도 샤갈 그림이 내 거라면 좋겠네, 생각했다. 평생 돈 걱정 안 하고 살 테니. 음 그 돈이 있으면 무얼 하지. 여행부터 가야지 ㅎㅎ 파리와 런던으로 달려갈까. 스페인에 갈까. 로마에 갈까. 그리스에 갈까. 아니면 스웨덴에 갈까. 아, 나의 상상은 여기서 막을 내려. 돈이 없어.
소더비 경매장에서 나와 코넬 의대 병원을 지나니 캠퍼스가 정말 아름다운 코넬대 대학 버스가 보여. 맨해튼과 코넬대를 다닐까. 지난번 쿠퍼 유니언 대학에서 이벤트 볼 시 만난 젊은 뉴요커도 생각이 나고. 코넬대 대학 병원 옆 라커 펠러 대학 병원이 있는데 바로 거기서 일한다고 했지.
부촌 어퍼 이스트사이드를 천천히 걷다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에 갔지. 소더비 근처에 있으니 간 거지. 북 카페 빈자리 잡고 앉아 지난번 읽다 둔 책을 찾았는데 안 보여. 하버드 대학 인터뷰가 "재앙"이었다고 쓴 작가의 책이 재미있었는데. 할 수 없이 다른 책을 찾고 잠시 책나라로 여행을 떠나고. 북 카페에서 책을 읽거나 작업을 하는 사람도 있으나 북 카페에서 빵을 구입한 사람도 있고 빵을 사랑하나 봐. 얼마 후 서점을 나와 근처에 있는 프릭 컬렉션에 가는 중. 한 달에 한 번 무료입장. 첫 번째 금요일 저녁. 그래서 방문하려고 했는데 가는 길 '아시아 소사이어티' 갤러리가 보여 처음으로 방문했다. 금요일 저녁 무료 갤러리 입장. 뉴욕 좋지. 갤러리 많고 무료도 많으니. 잘 모른 관광객은 아주 많은 돈을 펑펑 쓸 테고. 바는 멋진 조명이 비치고 술을 마신 뉴요커도 보여. 특별 이벤트 보고 싶은데 25불이나 하니 포기. 2층 전시회 보러 갔는데 유령이 나와 기절할 뻔. 우와 불에 타고 남은 뼈를 조각한 작품이 보여. 세상에 내가 모르는 정치적인 사건이 많은가 봐. 오래 머물지 않고 나와 프릭 컬렉션으로 갔지. 그런데 뮤지엄에 들어가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으니 난 일찌감치 포기했다. 적어도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할 거 같아서. 빨리 포기한 게 낫지.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 플라자 호텔 근처에서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왔다.
지난 목요일 줄리아드 학교에서 열리는 공연을 봤지. 어렵게 표를 구해서. 슈베르트와 쇼팽 외 많은 곡을 감상했지. 음악은 언제나 좋아. 브리티시 작곡가 대담도 이어지나 난 7시 반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아트리움에서 열리는 공연 보려고 미리 떠났다. 링컨센터 분수대를 지나 단테 파크를 지나 7시 반 공연이 열리는 링컨 센터에 도착해 기다렸다. 일주일 전 베를린에서 온 가수 공연을 볼 때 난 마법의 세상으로 들어갔는데. 1년 100회 이상 무료 공연을 여는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아트리움에 자주 가서 공연을 보지만 베를린에서 온 남자 가수 공연은 손가락으로 셀만큼 특별했다. 며칠 전 공연은 브라질에서 온 가수나. 낯선 가수 음악을 듣다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왔다. 뉴욕은 공연 예술의 천국. 매일 너무 많아 다 볼 수 없지.
이제 새로운 프로젝트 시작할 시간.
사진 작업은 밀려있고 늘 시간이 부족해.
미국에서 또 다시 총살 사고가 일어났다고. 유령이 나타났어. 정말 무서운 세상이야. 왜 죄없는 사람들을 데려가지. 슬픈 세상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