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

by 김지수

2021. 2. 23 화요일


호수에 산책하러 가려는데 아파트 열쇠가 안 보여 당황했다. 넓고 넓은 집도 아닌데 작은 열쇠가 어디로 숨어버렸는지. 아들이 혹시 지난번처럼 현관문에 열쇠 꽂혀 있는 거 아니냐고 해서 확인하니 없었다. 소란을 피우다 책 옆에 있는 열쇠를 찾았다. 전날 함박눈 펑펑 쏟아져 상당히 피곤했던 모양이다. 호랑이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하듯이 함박눈은 항상 펑펑 내리지 않으니까 밖에 산책하러 갔지만 실은 추운 날이라서 사진 찍기가 무척 피곤하다. 좋아하지 않으면 결코 할 수 없는 일. 좋아하니 하지만 몸에는 분명 무리가 된 듯 짐작된다.


김치찌개와 고등어구이로 식사하고 호수에 산책하러 갔다. 전날 겨울 철새들이 구슬피 우는 것을 보고

내가 먹으려고 사 둔 토스트용 식빵을 꺼내 호주머니에 담고 가서 겨울 철새에게 나눠주니 멀리서 기러기들이 호수로 날아왔다. 기러기들이 먹이 달라는 괴성이 내 귀에는 "밥 줘, 밥 줘"로 들려왔다. 가져간 거 다 주었는데 계속 날 보고 먹이 달라고 하더니 잠시 후 내 마음을 알아챈 듯 조용했다. 내 옆에서 유모차 끌고 산책하는 젊은 아빠가 내가 겨울 철새들에게 시달리는 것을 보고 있었다. 겨울은 동물도 가난한 사람들도 견디기 힘든 계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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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와 겨울 철새들이 괴성을 지르며 다가왔다고 두 자녀에게 나도 모르게 수 차례 말했다. 두 자녀는 반복해서 말하는 것을 무척 싫어하는데 왜 자꾸 실수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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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내 옆에서 기러기떼들이 먹이 달라고 괴성을 지른 것은 처음이라 충격적이었다. 동시 구직자들이 떠올랐다. 직원 채용하는 광고가 보이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원할까. 참 힘든 세상이다. 생활수준은 갈수록 높아져만 가는데 좋은 직장 구하기는 갈수록 힘들다.


수 십 년 전 한국은 얼마나 가난했던가. 지금은 과거와 달라졌고 한국도 미국처럼 빈부차가 크다. 그래서 살기 힘든 세상이라고. 부가 부를 낳으니까. 미국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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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식사는 아들에게 부탁했다. 엘에이 갈비를 구워 볶음밥을 만들어 맛있게 먹었다. 요리를 사랑하니 엄마가 부탁하면 즐겁게 요리를 하는 덕분에 감사함으로 먹었다.


미국 자동차 가이코 보험회사에서 레터가 날아와 슬픈 추억이 떠올랐다. 뉴욕에 와서 교통사고를 당해 죽을 뻔하다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던 추억도 있다. 고속도로에 진입하려는데 뒤차가 내 차를 박아 버린 바람에 우리 가족이 탄 차는 잠시 하늘로 붕붕 날다 지상으로 떨어졌는데 죽지 않고 살았다. 뉴욕에 와서 처음 당하는 교통사고라서 얼마나 놀랐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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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 도로변에 주차한 내차를 누가 박고 도주해버려 내가 수 천불을 배상했다. 주위 아는 사람도 없어서 자세히 확인하지 않고 가이코 자동차 보험에 가입했는데 보험 회사에서 전액 배상이 안되었다. 지금 생각해도 이해 불가능한 뺑소니 사고.


뉴욕 자동차 보험료가 한국에 비해 아주 비싸다. 반대로 자동차 세금은 무척 저렴하고. 너무 비싸니 가장 기본으로 했는데 사고가 나서 회사에서 전액 배상이 안되니 엄청 큰 피해를 받아 다음에는 비싼 보험을 가입했지만 사고는 없어서 보험 회사 먹여 살렸다. 교통사고는 내가 조심해도 뜻하지 않은 봉변을 당하니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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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차 앞과 뒤로 다른 차가 주차되어 있는데 중간에 주차된 내 차만 박고 도주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난 지. 수학적인 확률로 제로일 거 같은데. 그날 출근하려고 밖에 나가니 차가 형편없이 쭈글쭈글 해져 범퍼도 열리지 않고 문짝은 부서지고... 참 이상해. 왜 그런 일이 내게 일어났던 것일까. 경찰이 도주한 차량을 뒤쫓아 갔다고 이웃이 말했는데 경찰이 범인을 잡지 못했다는 것은 또 무슨 말인지. 이상한 사람들도 정말 많이 산다. 남의 가슴에 못 박고 사는 사람들 마음은 무슨 색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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