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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수 Feb 26. 2021

오랜만에 듣는 클래식 음악 Hamelin

루틴대로 겨울 산책도 하고 

2021. 2. 25 목요일 맑음


브런치로 갈치조림을 먹으며 하늘나라로 먼길 떠나신 친정아버지가 생각났다. 아주 오래전 우리 가족이 식당에서 갈치조림으로 식사할 무렵 친정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받았다. 친구들과 함께 식사하고 돌아오다 전봇대에 부딪혀 차에 탑승한 전부 부상을 당했다고 해 병원으로 달려갔다. 아버지는 당뇨병 환자라서 수술이 쉽지 않은데 반드시 수술을 해야 한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수술을 받고 꽤 오랫동안 병원 생활을 하셨다. 처음으로 병원에 입원하니 답답해 죽을 거 같다고 하시며 그제야 병문안의 의미를 깨달으셨다고 하셨다. 그때 매일 아버지가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해 들고 병실에 찾아가 안부 인사를 드렸다. 두 자녀가 초등학교 무렵이었나. 바이올린 특별 레슨을 받을 때라서 무척이나 바쁜 무렵이었다. 몇 달 하루도 빠지지 않고 방문했던 기억이 난다. 



뉴욕 플러싱 공원 겨울 풍경 



뉴욕은 육고기는 저렴하나 생선은 저렴하지 않아서 한국처럼 자주 먹지 못한다. 오래전 만난 분 가운데 뉴욕에서 생선 가게 해서 돈 많이 벌었는데 중국인들이 많이 들어와 예전처럼 생선가게가 잘 되지 않는다고. 빨리 뉴욕에 이민 온 한인들 가운데 생선 가게를 해서 돈 버는 분들도 많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추운 겨울이라 매일 아침 유자차를 끓여 마시는데 며칠 전 유자차병에 담긴 거를 다 먹어 다시 사러 가야지 하는데 그만 시간이 흐르고 차일피일 미루는데 아침 냉장고 코너에서 반쯤 먹다 남긴 유자차 병을 보고 얼마나 반갑던지. 요즘은 흔한 유자차인데 오래전 유자 가격이 저렴하지 않고 귀했다. 유자 1 박스를 선물로 받아 무얼 할까 고민하다 유자차를 만들어 두 자녀 조부모님과 동서들(전 시댁)에게 나눠주었다. 그러나 혼자서 유자차를 담아서 나눠주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받는 사람은 조금이지만 혼자서 여러 사람에게 나눠줄 것을 만드니 힘들었다. 유자차 담을 병과 설탕을 구입하고, 씻고 그리고 더 힘든 것은 유자를 잘게 써는 것이 힘들었다. 나 혼자 먹을 분량만 만들었으면 힘들지 않았을 텐데 혼자서 여러 사람 몫을 하는 것은 역시 쉽지 않다. 





한국에서 지낼 때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지만 뉴욕에 와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니 우리 집 일도 복잡하니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형편이 안된다. 내가 도와줄 형편이 되면 좋겠는데 삶이 무겁다. 내 형편을 잘 모르고 도와 달라고 하면 난처하다. 





루틴대로 점심 식사를 하고 공원에 산책을 하러 갔다. 며칠 전 내린 하얀 눈이 사르르 녹고 있어서 곧 겨울이 떠날 거 같아 아쉬움 가득하니 더 오래 머물며 나도 모르게 휴대폰 셔터만 계속 누르고 마니 종일 겨울 철새랑 놀았다. 겨울 철새들도 먹이가 귀한 겨울이니 서로 싸우니 매일 괴성을 듣는다. 동네 주민이 나타나면 반가운지 멀리서 날아온다. 

대학 시절 좋아하던 베토벤 교향곡 제6번 「전원」 (카라얀)




베토벤도 칸트도 루소도 좋아했던 산책의 의미를 늦게 깨달았다. 고등학교 시절 루소의 <고독한 산보자의 꿈>을 읽으며 산책이란 단어가 머릿속에 강하게 남았고 음악의 악성 베토벤이 숲 속에서 즐겨 산책했다는 것과 매일 오후 3시 반에 산책하는 칸트를 보고 동네 주민은 시계를 안 보고도 그가 나타나면 오후 3시 반이란 걸 알았다고 하니 얼마나 산책을 좋아했을까 혼자 속으로 생각했지만 난 잘 몰랐다. 코로나로 나도 맨해튼 나들이를 자주 안 하게 되니 동네 공원에서 산책을 하기 시작했다. 매일 봐도 새로운 풍경 내 마음을 풍요롭게 해 주니 좋다.


Hamelin Plays Franck’s Symphonic Variations/유튜브에 그의 연주가 없어서 아쉽다. 대신 리스트 곡을 올려본다. 


Hamelin plays Liszt - Hungarian Rhapsody No.2




저녁 뉴욕필에서 Marc-André Hamelin 공연을 감상했다. 이메일로 음악 들어보라고 연락이 와서 오랜만에 세자르 프랑크 곡을 피아노 연주로 들었는데 감동적이라서 카네기 홀이 그립기만 하다. 카네기 홀에서 그의 연주를 아들과 함께 보곤 했는데 코로나로 잠들어 버려 얼마나 섭섭한지. 



카네기 홀에서 공연 볼 때가 좋았지.



카네기 홀에서 처음으로 그의 연주를 감상할 때 망치로 피아노를 두드린 거 같아서 아들에게 이상하다고 말했는데 쉬는 시간 오랫동안 조율을 하니 그제야 피아니스트 잘못이 아니라 조율이 안된 피아노로 연주를 했나 보다 짐작했던 바로 그 피아니스트 연주가 오늘은 환상적이었다. 라이브 공연은 대가라도 어렵긴 하다. 카네기 홀에서 만난 음악을 사랑하는 지인들도 몹시 그립다. 언제나 다정다감한 사람들. 음악을 사랑한다는 것만으로 가슴을 열고 마음속에 든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들. 뉴요커들이 낯선 사람과 대화를 하지 않은 편인데 카네기 홀에서 만난 지인들은 달랐다. 음악을 사랑하니 매년 카네기 홀 공연 스케줄 확인하고 뉴욕 여행 온 분들도 만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뉴욕 퀸즈 플러싱 공원 겨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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