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맨해튼 음대 학생 공연과 함께

by 김지수

2021. 2. 27 토요일 비 흐림


겨울비 내리는 토요일 아침 딸과 함께 동네 파리바게트 카페에 가는 길 빨강 새와 파랑새 노래를 들으니 신났다. 딸이 좋아하는 빨강 새 노래를 최근 듣지 못했는데 서서히 봄이 오나 보다. 겨울비 내려 백만 개의 빗방울이 지상에 떨어져 겨울나무 가지에도 예쁜 빗방울이 맺혀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빗방울이 도로에 떨어져 동그라미 그리다 사라지곤 반복했다. 크고 작은 동그라미들이 내 마음에 들어와 놀았다. 자연은 가장 좋은 친구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 통하는 멋진 친구. 그냥 바라만 보아도 즐거운 친구.


겨울비 내려 김종서 노래를 들으니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친구들이 그립다. 모두 무얼 하고 지낼까. 한국 가요는 한국적 정서가 짙다. 그래서 슬플 때는 듣지 않으려고 한다. 왜냐면 슬픔에 잡혀 먹혀 헤어 나오기 힘드니까.


대학시절 조동진 노래도 자주 들었는데 세월이 저만치 흐르고 있다. 난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머무는데. 변하지 않은 내 마음 변하지 않은 내 꿈.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변하지 않은 내 꿈과 마음이 날 지켜주고 있을까.






카페 불빛이 멀리서 비치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한동안 실내 영업을 안 하다 밸런타인데이부터 다시 시작했고 우리도 작년 거의 매일 방문하다 실내 영업을 안 하니 뜸하다 오랜만에 방문했다. 딸이 엄마가 좋아하는 티라미수 케이크와 라테 커피를 사 와 함께 테이블에 앉아서 창밖 풍경을 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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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에 카페 앞을 지나가던 등이 구부정한 할아버지가 우리 옆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파란색 가방을 등에 메고 동네에서 1불짜리 커피 들고 거닐곤 하셔 기억에 남은 분이었는데 형편이 더 좋아졌나 짐작했다. 몇몇 사람들이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는 젊은이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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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속에 우산을 쓰고 집에 돌아와 글쓰기를 하고 식사 준비를 해서 먹고 혼자 호수에 갔다. 늘 점심 식사를 한 후 방문하곤 한다. 겨울비 내리는 호수에 처음에 아무도 없어서 조용했다. 겨울 철새들 노니는 호수와 숲에서 산책하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호수에 갈 때는 이번에는 사진을 많이 찍지 않아야지 하는데 이상하게 나도 모르게 자꾸 셔터를 누른다. 전날 기러기들이 샤워하고 물장구치는 모습이 예뻐서 자정 무렵까지 사진 작업하다 혼이 났는데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나. 보는 것만큼 사진 작업이 쉽다면 좋을 텐데 보기는 쉬워도 한 장 한 장 찍어 블로그에 올리는 작업은 열정 없이 불가능하다. 딱 한 두장만 찍으면 내 숨통이 가벼울 텐데 바보짓을 반복한다. 겨울비 내리니 먹이 주는 구세주는 나타나지 않고 잠시 후 빗속을 거니는 연인들이 보였다. 집에 돌아와 사진 작업했다.


토요일 오후 아들이 공부했던 맨해튼 음대 예비학교 학생들 공연(Kate Bamberger Memorial Scholarship Recital)을 온라인으로 잠시 보았다. 아무것도 모르고 와서 아들이 예비학교에서 공부하게 되니 무료로 일반인에게 오케스트라 공연을 오픈한 것읋 안 후 줄리아드도 그런다는 것을 알고 차츰차츰 뉴욕 문화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뉴요커들 삶이 무척 바쁘고 힘드니 문화에 관심 없는 사람은 특별한 뉴욕을 모르고 살기도 한다. 줄리아드 학교에서 만난 해고당한 변호사도 마찬가지였다. 맨해튼 미드타운 로펌에서 일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해고당했다고. 친구가 소개해서 공연을 보러 와셔 내 옆자리에 앉아 잠시 이야기를 했다. 몇 개의 악기를 연주하고 미술품을 수집하는데 놀랍게 한국 미술품도 소장한다고. 하지만 눈만 뜨면 로펌에 가니 공연을 보러 다닐 시간이 없어서 맨해튼에서 일하는 중년인데 아무것도 모른 장님이었다. 내가 몇 곳을 소개하니 감사하다고 말씀했다. 전화번호를 주면서 연락하라고 했지만 연락하지 않고 가끔 줄리아드 학교에서 보곤 했다.


천국과 지옥의 색채를 보여주는 뉴욕. 맨해튼 빌딩은 하늘 높이 올라가고 렌트비 역시 하늘로 올라간다. 이민 가방 몇 개 들고 왔으니 삶은 아직도 비포장 도로. 언제 활주로에서 날아볼까. 보물섬을 발견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열정을 쏟았나. 미국에는 관심조차 없어서 여행도 오지 않았는데 줄리아드 학교가 있단 것만 알고 왔는데 세상에서 몰려오는 특별한 도시였다. 꿈이 피고 지는 곳. 누군가의 꿈은 예쁜 장미꽃처럼 피고 누군가의 꿈은 피지도 못하고 어둠 속에 갇혀버린다.


매주 토요일이면 예비학교 학생들 공연을 하루 종일 볼 수 있는데 코로나로 뉴욕이 잠들어 버려 얼마나 슬픈지. 거기에 살인과 인종 차별 범죄가 일어나니 요즘 맨해튼 나들이가 무섭다. 추운 겨울이 지나면 맨해튼 나들이도 해야 할 텐데 왜 세상이 갈수록 무서워지는 걸까. 먹고살기 힘드니 그럴까. 겨울 철새도 눈폭풍이 찾아오기 전 험악하게 울면서 싸우는 것을 보았다. 다 함께 잘 사는 세상은 꿈에서나 가능할까.


한국에서나 뉴욕에 와서도 운전할 때 차 안에서 음악 시디를 듣곤 했다. 바이올리니스트 Arthur Grumiaux (아르투르 그뤼미오) 연주로 바흐 파르티타를 즐겨 듣곤 했는데 오래전 낡은 소형차를 팔아버렸다. 음악은 언제 들어도 좋다. 비 오는 날엔 더 좋다. 내 감성을 꿈틀꿈틀하게 한다. 내 영혼은 음악에 맞춰 춤출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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