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커스 야생화 꽃, 거북이, 청둥오리와 놀다

by 김지수

2021. 3. 10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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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떠 유자차 한 잔 마시고 아들과 함께 조깅을 하러 갔다. 작년 코로나로 뉴욕이 봉쇄된 후 가끔씩 트랙 경기장에 가서 400미터 트랙을 달렸다. 트랙 경기장 앞에 도착하니 멀리서 연보랏빛 무더기가 보여 뭐지 하며 궁금해 다가서니 내가 좋아하는 야생화 꽃이라 기뻤다.

"아들이 엄마 꽃 이름이 뭐예요?"라고 물었다.

"몰라. 꽃 좋아하는 사람에게 물으니 모른다고 하더라."

"엄마도 꽃 좋아하잖아."

"그래, 좋아하는데 꽃 이름은 다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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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피는 크로커스 야생화 꽃



주택가에 핀 야생화 꽃과 달리 신부 부케처럼 여러 송이 함께 피어 있기도 했다. 기온에 무척 예민한지 그늘이 있는 곳과 햇살 드는 곳은 달랐다. 야생화 꽃 이름이 크로커스라고 브런치 작가 '루씨 님'이 알려주었다.


몇 장 찍고 트랙 경기장에 들어가 400미터 트랙을 천천히 여섯 바퀴 돌았다. 느리게 달리기도 하고 천천히 걷기도 했다. 2월 내내 눈폭풍이 자주 찾아와 트랙 경기장은 닫혀 있었고 운동을 하긴 어려웠다. 학생 시절 난 800미터 달리기를 못했다. 반대로 100미터 달리기는 엄청 빨랐다. 이젠 2400 미터도 달릴 수 있으니 그때에 비하면 더 좋아졌다. 아무리 못해도 계속 노력하면 조금씩 향상되는 것도 있다. 달리기는 그랬다.


아침 시간이라서 오후와 달리 사람이 거의 없어서 더 좋았다. 맑은 공기 마시며 빨간 새 노래 들으며 파란 하늘 보며 달리니 몸도 마음도 가벼워졌다. 빨간 새 노래는 비브라토가 예쁘다. 대학 시절 클래식 기타 반에서 비브라토 넣어 연주하라고 하면 참 어렵기만 했는데 새들은 타고났는지 아니면 노력했는지 모르지만 예쁘게 노래를 한다.



트랙 경기장은 작년부터 아들과 찾아가곤 했는데 아마도 야생화 꽃 피는 시기를 놓친 거 같다. 코로나 전 매일 맨해튼에 가니 공원 근처에 야생화 꽃 핀다는 것도 몰랐다. 왕복 3-4시간 지하철과 시내버스를 타고 맨해튼에 가서 종일 놀다 집에 밤늦게 돌아오면 공원에서 오래 산책할 시간은 없었다. 그러니까 플러싱에 이사온지 꽤 되어가는데 처음으로 트랙 경기장 앞에 야생화 꽃이 핀다는 것을 알았다.


공원에서 달리기하고 밖으로 나와 다시 야생화 꽃을 보니 조금 전 안 피어 있던 게 피어 있었다. 아직 피지 않은 꽃이 더 앙증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집에 돌아와 식사하고 다시 호수에 산책하러 가니 모네 그림처럼 예쁜 화사한 빛. 전날처럼 갈매기는 많지 않았다. 먹이 주는 동네 주민들이 나타나면 달려가는 기러기떼. 호수에서 산책하는 청둥오리와 거북이와 기러기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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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명소/ 롱아일랜드 올드 웨스트베리 가든(Old Wesybury Gardens)



어릴 적 재미있게 읽은 '토끼와 거북이' 동화책에서 거북이가 무척 크다고 혼자 상상했는데 뉴욕에서 자주 본 거북이는 아주 작다. 처음 거북이를 본 곳은 롱아일랜드 올드 웨스트베리 가든(Old Wesybury Gardens)이다. 그때 초록빛 호수에서 산책하는 작은 거북이를 보았다. 그런데 거북이 사진은 없다. 차가 없으니 우주만큼 먼 롱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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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뉴잉글랜드 수족관



가장 큰 거북이를 본 것은 보스턴 뉴잉글랜드 수족관에서. 거북이 사진은 없네. 호주 등 여행할 때 수족관 구경을 많이 해서 꼭 가고 싶단 생각이 없었는데 딸이 보스턴 캐임브리지 연구소에서 일할 때 동생과 엄마를 위해 티켓을 구입했다. 연구소 직원은 약간 할인을 해준다고 꼭 가자고 했다. 작은 펭귄들을 비롯 볼만한 곳이다. 호주 여행 때 본 수족관이 가장 예뻤나. 뉴욕 브루클린에 수족관이 있는데 게을러서 아직 가지 않았다. 가야지 가야지 하다 자꾸만 뒤로 미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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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ZJC9hquGCWhBsx96tT4K5Yb1_Y 그림처럼 예쁜 호수 빛


그림처럼 예쁜 호수를 보면 기분이 좋다. 그래서 산책 중독자로 변했나 보다. 집으로 돌아와 오후 내내 한 밤중까지 야생화 꽃 사진 작업을 했다. 꽃 사진은 정말 힘들다. 예쁜 사진 한 두장만 올리면 편할 텐데 나도 모르게 욕심이 생긴다. 기껏 열흘 정도 꽃이 핀다. 곧 질 거 같으니 더 많이 찍어서 오래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빛이 무척 좋고 좋은 망원렌즈가 있어야 꽃 사진이 좋을 텐데 휴대폰으로 찍으니 많이 부족하고 한꺼번에 많은 사진 작업은 솔직히 무리다. 마음이 복잡하니 스트레스 풀기 위해 사진 작업을 할 때도 많은지 모르겠다.



저녁 식사는 돈가스 메뉴였다. 한인 마트에서 구입한 등심을 도마에 놓고 작게 썰었다. 돈가스 용으로 작게 썰어진 돼지고기는 파운드당 7.99불, 그냥 등심은 4.99불. 뉴욕은 서비스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처음 뉴욕에 와서 많이 놀랐다. 아들이 돈가스 먹으며 어릴 적 먹은 맛과 같다고 하니 웃었다. 맛을 기억하는 게 참 놀랍다. 몸은 모든 걸 다 기억한다는 책도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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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거북이와 청둥오리 두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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