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요커의 소소한 행복 찾기

by 김지수

2021. 3. 9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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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창가에서 노래하는 봄 봄 봄이 왔다. 따뜻한 햇살이 마음까지 따뜻하게 했다. 오랜만에 창문을 활짝 열어두었다. 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았지만 루틴대로 호수에 산책하러 갔다. 전날과 달리 호수는 다 녹아 있고 흰기러기랑 함께 다니는 삼총사는 보이지 않았다. 호숫가에 조용히 앉아 있는 하얀 갈매기 보면서 호수를 바라보는데 갈매기 소리 들려 고개를 돌리니 작은 물고기를 입에 물고 있는 갈매기를 괴롭히는 갈매기가 보였다. 친구가 먹이를 먹으면 성가시게 하는 갈매기의 세상을 알게 되었다. 마음 편하게 먹지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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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빛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호수 빛을 바라보며 거닐었다. 날씨가 좋으니 산책하는 주민들이 아주 많았다. 경칩이 되니 잠든 거북이가 깨어나 호수 중앙에서 일광욕을 하고 있었다. 일광욕을 무척 사랑하는 작은 거북이들. 어디서 잠드는 것인지 궁금한데 알 수가 있어야지. 거북이 언어를 배워 물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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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플러싱 주택가에 핀 야생화 꽃, 추우면 쿨쿨 잠들어 버린다.



지난 3월 3일 동네 주택가에 핀 야생화 꽃 보고 반가워 그 후 매일 찾아갔지만 쿨쿨 잠들었는데 화창한 봄 날씨라 기대를 했는데 환한 미소를 지으며 예쁘게 피어 있었다. 꽃도 사람도 미소 짓는 모습이 예쁘다. 오래오래 전 롱아일랜드에서 내게 미소 지으라고 하던 A도 떠오른다. 삶이 힘들면 얼굴에 미소도 사라지는 걸까. 그 말을 듣고 자세히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세월 따라 변해가니 자주 거울도 보지 않는데 미소를 지으면 역시나 예뻐 보인다. 주택가에 핀 미소 짓는 야생화 꽃도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처럼 예뻤다. 내가 매일 찾아가는지 꽃들은 알고 있을까. 꽃의 언어를 배운다면 이야기를 할 텐데...


야생화 꽃 보고 호수에 가는 길 이웃집 백목련 나무를 쳐다보니 꽃 대신 딱따구리 한 마리를 보았다. 뉴욕에는 자목련꽃이 흔하고 백목련꽃이 귀하다. 귀하면 더 예쁘게 보이고 한국에서 백목련꽃을 더 자주 보아서 봄이 되면 기다리곤 한다. 빨강 새, 파랑새, 참새, 비둘기, 매, 딱따구리 새, 이름 모를 새... 새들 종류도 무척 많은데 이름조차 모른다. 딱따구리 새는 좀 귀하다. 그래서 반갑다. 눈부신 태양이 비추고 있으니 새 사진은 예쁘게 찍히지 않았지만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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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다 맛이 감도는 상당히 부드러운 프랑스 맥주를 한국에서 판다고 하더라.


저녁 딸이 양념통닭이 먹고 싶다고 해서 오랜만에 주문해서 프랑스산 맥주와 함께 먹었다. 언제 먹어도 맛 좋은 통닭. 프랑스 맥주는 파란색 병이 무척 예쁘다. 내가 좋아하는 파란색이라서 더 예쁘게 보이나 모르겠다. 1664년부터 마신 맥주라 하니 프랑스 사람들도 맥주를 사랑했나 보다. 사이다 맛 감도는 부드러운 맥주 마시며 대학원 시절 만난 프랑스에서 온 유학생 K가 생각난다. 오리엔테이션 때 만났는데 실수로 내가 피자를 떨어뜨리자 옆에서 말없이 주워준 학생. 프랑스에서 유학 왔다고 말했는데 성격만 좋은 게 아니라 성적도 뛰어났다. 아들이 고등학교 시절 오케스트라 악장을 맡아 연주회 보러 가느라 수업을 빠져 숙제를 할 수 없어서 K에게 무얼 배웠는지 물었다. 20대 젊은이들도 무척 힘겨워했던 수업인데 난 듣지도 않고 숙제를 할 수 없는데 어쩔 수 없이 빠지고 힘겨워했다. K의 여자 친구가 컬럼비아대학 출신이었다. 한국에 방문하고 싶다고 내게 물었던 기억도 난다. 졸업 후 K는 컬럼비아 대학에서 일하기 시작했다고 오래전 들었는데 소식이 끊겼다. 뉴욕에 올 때 다양한 친구들을 사귀면 좋겠다는 꿈이 있었지만 공부하면서 두 자녀와 함께 지내니 친구와 어울릴 시간도 없을 뿐 아니라 경제적인 면도 어려우니 마음과 달리 어려웠다. 가끔 만나자는 지인들도 있지만 내 삶이 복잡하니 피하게 된다.







최고 기온 17도까지 올라갔으니 센트럴 파크에도 꽃이 피었는지 궁금한데 언제 가 보나. 몸이 회복되어야 할 텐데... 야생화 꽃 보고 파란 하늘 보고 딱따구리 새소리 듣고 호수에서 산책하고 책도 읽으며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 사진 작업하느라 좀 힘들긴 했다. 함께 좋아하는 노래 듣던 친구들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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