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3. 13 토요일
참 오랜만에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 센트럴 파크에 가는 길 플러싱 지하철역에서 에콰도르 출신 거리 음악가를 만났다. 2년 전이었던가. 우연히 내 옆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했던 중년 남자. 그는 날 기억하지 못하고 난 그를 기억한다. 그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니 날 기억하지 못할 테고 난 거리 음악가랑 이야기를 한 것은 특별하니 기억한다. 스페인어를 잘 모른 난 그가 부른 노래의 의미를 알지 못하고 그냥 듣는다. 구두 수선공을 하다 여름에 돈 벌기 무척 힘들어 렌트비라도 벌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기타 하나 메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는 남자. 에콰도르는 일찍 결혼한다고. 그래서 일찍 결혼했는데 이혼했다는 남자. 막내딸이 미국 문화에 젖어 아빠랑 문화가 달라 힘들다고 했다.
사이먼과 가펑클도 불렀던 <철새는 날아가고> 노래가 남미 페루, 에콰도르, 콜럼비아에 가면 자주 들려온다고. 원래 남미 페루 안데스 지역의 구슬픈 민요인데 사이먼과 가펑클이 가사를 개작해서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대학 시절 자주 들은 노래였다.
7호선은 달리고 난 지하철 창밖 풍경을 바라본다. 지난 2월 초 눈폭풍이 찾아올 때 세 번인가 센트럴 파크에 간 게 마지막이었다. 날씨가 춥고 코로나로 아시아인 혐오증으로 폭행 사건도 일어난다고 하니 무서운 세상이라 자주 외출하지 않았다. 플러싱에도 살구꽃 매화꽃이 피기 시작하니 센트럴 파크의 봄이 궁금했다.
7호선 지하철은 꽤 붐볐다. 사회적 거리는 유지하기도 어렵고 코로나 전만큼은 아니지만 빈자리가 드물었다. 에콰도르 출신 거리음악가 기타에 매달린 작은 봉지에 1달러 지폐를 넣어주자 다른 칸으로 옮겼다.
유에스 오픈 축제가 열리는 경기장도 지나고 우드 사이드 지하철역을 지나면 묘지가 나온다. 마음이 복잡할 때는 늘 묘지를 생각한다. 마지막 종착지는 묘지이니까 즐겁게 살자고 마음먹는다. 아무리 노력해도 삶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은 미미하다. 오랜만에 뉴욕 남교회 뒤편 묘지를 보며 복잡한 우리 집 삶을 생각했다. 마음 무겁고 슬픈 일은 차마 꺼내지도 못한다. 기쁜 일도 좀 있지만 슬픈 일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퀸즈보로 플라자 지하철역에서 맨해튼에 가는 지하철을 오래 기다렸다. 편도 서너 차례 환승하고 맨해튼에 가는데 바로 연결이 되지 않으면 피곤하고 힘들다. 며칠 따뜻하고 좋았는데 다시 추운 날씨였다. 퀸즈 아스토리아에서 오는 지하철에 탑승하니 엉덩이 부분에 난방이 들어와 따뜻하고 좋았다. 7호선은 난방이 되지 않았다. 지하철마다 다르다. 왜 그런지는 난 모른다.
플라자 호텔 앞에 내려 센트럴 파크로 걸어가는데 무척 추워 혼났다. 두터운 겨울 외투가 적당했는데 우리 옷차림은 산책하기 무리였다. 마차의 행렬도 보이는 것으로 보아 센트럴 파크 방문객이 많다는 것을 짐작했다. 공원에 들어가 산책하며 색소폰 연주도 아코디언 연주도 들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음악은 언제나 좋다. 지난번 데이비드 보위 노래를 부르던 거리 음악가도 다시 보았다.
베데스다 테라스를 통과하는데 <Try to remember> 노래가 들려왔다. 꽤 나이 든 두 사람이 노래를 잘 불렀다. 지나가는 여행객인지 뉴욕에 사는 로컬인지 모른다. 화보집 촬영도 하는 센트럴 파크 명소 베데스다 테라스에 가면 음악이 들려온다.
센트럴 파크의 봄
존 레넌이 살던 다코타 아파트와 뉴욕 귀족들이 사는 산레모 아파트가 보이는 보 브리지(Bow Bridge)를 지나 평소 자주 다니지 않는 오솔길을 따라 거닐었다. 센트럴 파크가 무척 넓다. 그래서 길을 잃기도 한다. 공원에는 긴 망원렌즈가 달린 카메라를 들고 다닌 사람들이 많았다. 호수에서 흑조를 보고 반가웠다. 귀하면 더 반갑다.
그러다 다시 걷기 시작 벨베데레 성(Belvedere Castle)에 도착했다. 바로 옆에는 매년 여름 셰익스피어 연극을 하는 델라코트 극장이 있었다. 처음으로 하얀색 크로커스 꽃을 보고 반가운데 딸이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하니 서둘러 공원을 빠져나갔다.
맨해튼 어퍼 이스트 사이드 메트 뮤지엄 근처로 나가서 메디슨 애비뉴 레스토랑을 찾았는데 토요일 오후 빈자리가 없이 손님들이 많았다. 뉴욕은 공중 화장실이 드물다. 코로나로 센트럴 파크 공원 화장실도 닫는 곳이 많아서 불편하다. 날씨는 춥고 화장실도 가야 하는데 부촌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서 헤매다 지난겨울 딸과 자주 방문했던 일식 레스토랑이 생각나 찾아갔는데 문이 닫혔다. 불과 몇 달 사이 문을 닫아버린 곳이 많아서 분위기가 썰렁했다. 코로나 여파가 상당히 큰 듯 짐작된다. 부자는 상관없겠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다르다.
스시를 좋아하는 딸이 일식집에 가자고... 어렵게 찾아 들어가니 재즈 음악이 들려왔다. 손님은 별로 없어서 조용했다. 토요일 오후인데 런치 스페셜 메뉴가 보여 직원에게 물으니 주문할 수 있다고. 그만큼 경기가 안 좋다는 의미로 해석되었다. 맨해튼 물가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편이었다. 맨해튼은 비싼 곳이 많아서 걱정이 된다. 딸 덕분에 맛있는 식사를 하고 지하철을 타고 플러싱으로 돌아왔다. 지하철역에도 나이 든 두 명의 거리 음악가 공연을 들어 좋았다. 한국과 문화가 다르다. 노년으로 보인 두 명의 연주는 뛰어났다.
편도 네 차례 환승하고 집에 도착했다. 역마다 기다렸다. 플러싱에 도착 시내버스를 오래 기다렸다. 무척 추운 날이라 맨해튼에서 오래 머물지 않았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매화꽃을 보러 갔다. 꿀벌이 퇴근한 시각 석양빛이 비칠 때 꽃 느낌은 달랐다.
토요일 아침에는 동네 파리바케트에 가서 라테 커피 마시며 딸과 이야기를 나누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센트럴 파크 봄은 아직 더 기다려야 할 듯. 플러싱 봄이 더 예쁘구나.